"문과와 이과를 기계적으로 나누는 발상이 학문과 교육의 선진화를 가로막는다."
최근 대학과 정부 당국에서 잇따라 나오는 주장이다. 올해 초 교육과정 개편 논란을 계기로 <프레시안>이 "한국 사회의 경직된 문과-이과 구분을 넘어서자"고 제안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대는 15일 브리핑을 통해 "인문ㆍ자연계를 통합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내용이 담긴 장기발전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김신복 부총장은 이날 "학문 융합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인문계와 자연계를 구분하는 현재의 신입생 선발 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는 단지 신입생 선발과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지난해 10월 "인문·자연과학·예술분야 전공자가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이화여대는 지난해 학문간 융합을 목표로 '통섭원'(統攝院)을 설치했다. 통섭은 지식의 통합을 뜻하는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으로, 원효대사가 '모든 것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쓴 말이기도 하다. 이 용어는 2005년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컨실리언스'를 번역하면서 널리 퍼졌다.
(☞관련 기사 : 최재천 교수 인터뷰(上)
최재천 교수 인터뷰(下))
국내 대학들의 이런 움직임은 외국의 대학 교육 개혁 사례들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미국 하버드 대학은 최근 지난 30년 간 유지돼 온 교육과정에 대한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학문 간의 융합, 특히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을 주요 키워드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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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당국도 이런 움직임에 조응하고 나섰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는 지난 14일 '2007년 제1차 과기부-교육부 정책협의회'를 열어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연계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 부처는 대덕연구단지 등 주요 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이공계 연구자를 위한 인문사회과학 강좌를 운영하고,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공동학술 세미나 개최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프레시안>은 올해 초 '교육과정 논란'기획을 통해 "한국, 일본 등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문과-이과 구분은 '제도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며 이런 경직된 구분이 낳는 다양한 폐해를 지적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경직된 문과-이과 구분이 '황우석 사태'낳았다"
"문과-이과의 차이는 제도가 만든 허상에 불과"
'하얀 거탑' 속에는 무엇이 있나?
'핀란드 교육'이 부럽다고요?
과학수업이 FTA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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