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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이제야 과거사를 직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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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이제야 과거사를 직시하기 시작했다"

[이슈 인 시네마] <타인의 삶>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 '슈피겔'인터뷰 - <굿바이 레닌>식 '오스탈쟈'비판

국내에 곧 개봉예정인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악명높은 동독의 국가안보부 슈타지의 비밀경찰 얘기를 다룬 이 영화는, 지난 달 말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 독일이 통일된 후, 이제야 비로서 과거의 아픈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 이 영화에 쏠리는 평단의 시각이다. 이 영화를 감독한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슈피겔지 인터뷰 전문을 번역 소개한다. 프레시안무비는 이 인터뷰를 비롯, 순차적으로 <타인의 삶>의 작품세계를 실을 예정이다. - 편집자 주
데뷔작 <타인의 삶>으로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가 독일영화계의 새로운 별로 급부상하고 있다. 독일 영화가 미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것은 80년 <양철북>,2003년 <노웨어 인 아프리카>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1973년생인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은 '폰'이란 중간 이름이 나타내듯 구 서독인 쾰른의 귀족가문에서 출생했다. 루프트한자 중역인 아버지를 따라 뉴욕,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브뤼셀 등에서 성장기를 보냈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옥스포드에서 정치학, 철학, 경제학을 공부했다. 리처드 아텐보로의 <러브 앤 워>의 스태프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그는 뮌헨방송영화학교를 졸업한 후 <도베르만>(1999), <십자군>(2000) 등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타인의 삶 ⓒ프레시안무비
독일 내에서는 동독태생도 아닌 30대 젊은 데뷔 감독이 80년대 중반 동독의 숨막힐듯한 공포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려낸데 놀라움을 나타내며, 폰 도너스마르크가 독일 영화계의 발전에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할 것으로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독일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동독출신은 아니나 분단체제하 동독의 '엄청난 공포분위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굿바이 레닌>이 불러일으킨 '지나친 동독 노스탈자(오스탈자)'를 넘어서서 이제는 독일인들이 과거사를 직시할 때가 됐음을 강조했다. 다음의 인터뷰는 폰 도너스마르크가 슈피겔과 가진 인터뷰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 <타인의 삶>이 독일에서 대단한 성공(현재까지 약 170만명 관람)을 거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아마도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관객을 가르치려들지 않았기때문이 아닐까싶다. 어떤 특정 아젠다없이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으며, 비주얼적으로도 아름답게 묘사하는데 주력했다. 다만, 동독의 아름다움이 과연 무엇인지를 찾아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동독출신 관객들이 과거 동독을 정확하게 그려냈다는 반응을 나타내 매우 기뻤다." - <굿바이 레닌>이 불러일으킨 동독시절에 대한 노스탈자와 거리를 두고 있는데. "지난 수년간 동독을 매우 이상한 방식으로 그려낸 영화들이 유난히 많았다. 마치 독특하고 엉뚱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 동독이란 식으로 말이다. 슈타지나 국경수비군에 대한 묘사도 그와 비슷했다. 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실상은 매우 다르다. 그때의 엄청났던 공포와 불신의 분위기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동독의 아름답고 좋은 면모와 마찬가지로 공포스런 면모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굿바이 레닌>을 아주 좋아한다. 정말로 재미있는 코미디이며, 여러가지 뉘앙스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동독체제의 네거티브 측면에 빛을 비춰야할 때가 왔다고 본다."
타인의 삶 ⓒ프레시안무비
- 구동독사회가 이제야 슈타지 과거를 직시할 수있게 됐다는 뜻인가. " 지난 91년 독일은 슈타지 파일공개라는 용기있는 결정을 내렸었다. 하지만, 최근까지만해도 이 문제는 카펫 아래 감춰져있던 이슈였다. 슈타지는 10만명의 직원, 20만명의 정보제공자들을 고용한 거대조직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슈타지 파일 중 공개된 분량은 10%에 불과하다. 90%는 아직 아무도 들춰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바로 이 같은 사실이야말로 독일이 과거를 직시하는데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 영화 개봉이후 자신에 관한 슈타지 파일을 찾아보는 동독인의 숫자가 두배로 늘었다고 한다." - 영화 속에서 슈타지 요원역을 맡은 배우 울리히 뮤흐가 자신의 슈타지 파일을 보고 난후에야 동독체제 시절 아내가 정보원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뉴스가 독일에서 큰 화제가 됐었는데. "뮤흐와 그의 아내는 동독에서 매우 유명한 배우였다. 그녀는 뮤흐와의 10여년에 걸친 결혼생활 내내 슈타지에 고용된 정보원이었다고 한다. 뮤흐는 그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물론 그녀는 슈타지가 자신처럼 유명한 배우를 정보원으로 고용한 듯 보이게 만들려고 서류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넌센스라고 본다. 슈타지의 서류조작은 많은 정보원 혐의자들이 내세우는 전형적인 변명이다. 베를린 자유대학이 500여쪽에 달하는 그녀의 슈타지 파일을 분석해본 결과, 조작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가." - <타인의 삶>이 해외 관객들에게도 어필하리라고 보는가. " 그러길 바란다. 20세기의 세계는 이데올로기로 갈라져있었다. 나는 독일이야말로 냉전의 역사에 대해 증언해야할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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