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의 집회에 대해 경찰이 오후 7시30분께 시위대 강제해산에 나서는 과정에서 <오마이뉴스>, <민중의 소리>, <연합뉴스>,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MBC>, <SBS> 등 7개 언론사의 취재기자 8명을 곤봉과 방패 등으로 폭행했다.
경찰, 집회 취재 기자 무차별 폭행…기자협, "이택순 사과" 요구
<오마이뉴스> 최모 기자는 경찰의 방패에 코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으며, <민중의 소리> 김모 사진기자는 폭행은 물론 고가의 카메라 렌즈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한겨레신문> 기자는 경찰의 곤봉에 뒤통수를 맞았고, <연합뉴스>, <조선일보> 기자 등은 경찰에 밀려 넘어진 뒤 발길에 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패에 가격당한 <MBC> 기자는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뒤 중대장으로 보이는 경찰관에게 항의를 하며 소속부대를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사과는 물론 소속부대도 밝히지 않으며 모른 체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현장에서 언론사 기자들이 경찰을 찾아가 거세게 항의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11일 성명을 통해 "기자들이 신분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폭행을 가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택순 경찰청장의 직접 사과 및 폭행 가담자와 지휘책임자에 대한 처벌, 물적·인적 피해보상 등을 요구했다.
이날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기자들 외에도 20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부상을 당했는데, 범국본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 중임이 분명하게 인식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고의적으로' 취재기자들까지 이 정도로 무자비하게 폭행하는데, 집회에 참가한 일반 시민들에게는 오죽하겠느냐"며 "경찰폭력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도 논평을 통해 경찰을 비난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코 부분이 찢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기자도 있었다고 하니 폭행이 어느 정도로 심했는지 짐작이 간다"며 "현장의 지휘관에게 항의를 했지만 들은 체 만 체 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경찰을 비난했다.
나 대변인은 특히 "언론의 자유를 짓밟은 야만적 폭거"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폭행에 가담한 경찰들과 지휘관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 기자들을 진압 걸림돌로 인식
한편 '취재 기자'에 대한 경찰의 폭력이 점점 노골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에는 경찰이 평택 대추리에 진입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향신문>과 <한겨레21> 기자를 집단폭행해 큰 물의를 빚었고,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경찰과 기자들 사이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집회 현장의 특징 상 기자들은 경찰병력과 시위대의 사이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이 경찰과 시위대를 분리하는 완충지대로 작용되기도 하지만,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기자들이 폭력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와 같은 사태는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경찰이 기자들을 '진압의 걸림돌'로 여기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은 시위 진압 시 "기자들은 안전한 지대로 피해 줄 것"을 요청하는가 하면, 어떤 현장 지휘관은 "기자들 때문에 우리가 제대로 진압을 할 수 없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실제 폭력사건이 발생한 10일에도 취재기자가 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밀어버려"라는 감정적인 지시가 내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현장 취재 경력만 10년인 한 사진기자는 "과거에는 시위대나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것은 누구를 노려서 공격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최근에는 경찰이 기자임을 알면서도 폭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여러 매체들이 많이 생겨 경찰이 현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을 모두 '기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기자들은 현장의 상황을 전하는 '시민의 눈'이고 그 눈이 늘어난 것인데, 경찰의 무차별 폭행은 언론 탄압이자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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