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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민주당 합당만으론 설득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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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민주당 합당만으론 설득력 없어"

[기획]진보개혁세력과 정계개편

<프레시안>과 네트워크형 싱크탱크인 코리아연구원은 '2007 대선과 진보개혁진영, 평가와 제언'을 주제로 공동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모두 3편으로 구성된 이번 기획의 마지막 주제는 '진보개혁세력과 정계개편'으로,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가 썼습니다.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www.knsi.org
)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성과와 한계를 넘어서며
  
  '협약에 의한 민주화'와 그 이후의 '공고화'로 규정되는 이른바 '87년 체제'는 정치영역에서의 공정한 경쟁과 국민의 참정권 부문에서 절차적 민주주의(procedural democracy)의 성숙을 가져왔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을 전후하여 추진되었던 국민참여경선제의 도입, 정치자금법, 선거법, 정당법 등의 정치개혁은 대의제 민주주의 아래 게임의 규칙을 정착시키는 성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절차적 민주주의에서의 성과와 대조적으로 87년 체제에서 치러진 대부분의 선거나 의회 내의 정당 경쟁은 실질적 민주주의(substantial democracy)에 대한 대안 경쟁으로 펼쳐지지 못했다. 실질적 민주주의의 진척은 민중부문과 시민사회의 이해가 정당체제를 통해 정치과정 내로 흡수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민주화 이행기 폭발적으로 분출되었던 노동자·농민, 그리고 시민사회의 이해는 참여정부에서 제도정치권에 반영되지 못했는데 이는 크게 세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먼저 지역주의의 향리성(parochialism)과 정당체제의 지역적 편향성(bias)이 민중부문과 시민사회의 계급ㆍ계층적 이해관계의 집약과 표출을 억제해 왔다. 둘째, 선거제도나 권력구조의 개혁을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하거나 정치적 난관을 돌파하고자 하는 (신)제도주의에의 과도한 의존은 역으로 민중과 시민사회의 정치진입에 걸림돌이 되었다. 셋째, 참여정부의 보수적 후퇴와 이념적 일관성의 상실은 결국 민중부문과 시민사회의 급속한 이탈과 동시에 개혁통치연합의 해체를 가져왔다.
  
  개혁통치연합의 해체는 결국 진보개혁세력의 입장에서 정치세력의 새로운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반신자유주의연합'인가 혹은 '반보수대연합'인가 혹은 '반한나라당연합'인가에 따라 연합(coalition)의 범위와 전략적 목표가 달라지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새로운 정계개편이 시민사회와의 강력하고도 파괴력 있는 결합을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최소한 전술적 목표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는 것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술적 과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기 위해선 다음의 두 가지 점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필요하다.
  
  먼저, 참여정부의 정치적 실패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진행되어야 한다. 어쨌든 참여정부는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을 통해 진보개혁세력의 정치적 대표자 역할을 수행해 왔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실패원인에 대한 이해는 정계개편의 결과로 등장할 정치세력의 정체성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구체적인 정계개편의 범위와 관련하여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이 정계개편의 초석이 될 수 있는가, 그것과 관련하여 지역주의 문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그리고 시민사회와의 강력한 결합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나가 보자.
  
  참여정부는 왜 실패했는가?
  
  권위주의 체제와 달리 민주주의 체제는 사회적 갈등의 집약과 표출을 봉쇄하지 않고 정당체제를 중심으로 적절한 대안을 둘러싼 경쟁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장점을 지닌다. 분단 이후 한국사회의 이념적 갈등축은 한편으로는 냉전과 분단이 가져온 남북관계·한미관계라는 민족적 쟁점과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적으로 자본주의적 사회발전, 특히 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파생한 사회계층적 쟁점으로 구조화되어 왔다. 물론 민주화 이후 많은 이슈들이 제도정치권 내로 흡수되어 일정한 정책적 성과를 보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한국 정당체제가 대표하는 균열과 갈등의 범위와 기반은 협소하고 왜곡되어 있으며 각 정당들은 오히려 지역적 향리성과 편향성에 의존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올바로 작동하기 위해선 기존 정치영역에서 대표되지 않았던 민중부분, 즉 서민과 노동을 정치과정으로 진입시키는 갈등구조의 전개가 필요하다. 문제는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이후 협소한 지역의 틀을 넘어 전국적 차원에서 갈등구조가 펼쳐질 수 있는 쟁점들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 간 비타협적 정쟁의 차원에 머물거나 혹은 선거경쟁에서 정치적 자산에 이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정치영역에서 배제되어 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7대 총선 이후 한편으로 대북송금특검, 국가보안법철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문제, 전시군사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그리고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지원 중단선언, PSI참여검토, 핵우산요청 등의 남북관계ㆍ한미관계를 중심으로 한 정치·군사적 이념축과 다른 한편으로는 세금, 부동산, 비정규직, 그리고 한-미 FTA 등의 경제적 이념축을 따라 갈등이 전개되었다. 이 두 이슈차원은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과 평화공존의 모색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신자유주의 하의 복지문제와 서민생존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지역주의를 넘어 한국사회 갈등구조를 재편성 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절차적 민주주의 과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혹은 지역주의를 제도적 대안(선거구제나 대연정)을 통해 해소하려는 (신)제도주의적 경향성을 너무 강하게 보였다. 참여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선거제도의 개혁을 통해 영남에서의 의석 확보에 경주하는 양상을 보였고, 그 이후 아래로부터 민중부문 및 시민사회와 결속하기보다는 '대연정' 등 상층 정치세력을 재편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에 반해 위의 두 쟁점영역에서 발생하는 많은 갈등에 대해서는 사회통합과 안정적 국정운영이라는 명목 아래 갈등이 전사회적으로 확산되기를 두려워했다.
  
  두 번째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보수적 정책결정에 의한 시민사회의 이탈이다. 참여정부는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대북송금특검 수용, 국가보안법 철폐에서의 후퇴,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 그리고 북핵실험 사태 이후 대북 포용정책의 전면적 재검토 발언과 PSI 참여검토, 미국의 핵우산 요청 등 국민의 정부보다 더욱 보수적인 정치적 후퇴를 보여주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과도하게 수용한 나머지 노동 및 사회·복지정책은 형해화되었고, 비정규직의 증가와 고용불안정, 그리고 빈부격차의 증가 등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보수적 후퇴는 결국 지지자들의 신뢰상실과 시민사회와 개혁세력의 참여정부로부터의 이탈을 가져왔다. 즉 개혁통치연합이 해체되기에 이른 것이다.
  
  셋째, 참여정부와 여당의 이념적 진동(swing) 폭이 너무 컸다는 점 또한 지적되어야 한다. 절차적 민주주의적 요소를 지닌 사회정책에서 보였던 진보성과 개혁성은 실질직 민주주의의 영역에서 보였던 보수성과 함께 지지자들로 하여금 참여정부의 정체성 판단에 혼란을 일으키게 했다. 아울러, 최근의 전시군사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 FTA의 동시 추진은 참여정부를 지지하는 개혁세력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다. 최근의 "유연한 진보" 발언과 관련해서도 참여정부는 전략적 노선의 일관성과 전술적 행보의 유연성을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정치세력은 서로 다른 정책영역에서 일정한 이념적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 문제는 그 유연성의 폭이 정체성 파악에 혼동을 가져올 만큼 지그재그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중은 이념적 정체성을 일관되게 파악할 수 있는 인지의 범위를 넘어선 정체세력을 신뢰하지 않으며 수권에 대한 확신을 보내지 않는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정치실패는 바로 이곳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참여정부를 구성했던 '개혁'과 '지역'의 두 고리 중 '개혁'을 포기함으로써 '지역'만이 전술적 우위를 유지한 셈이 되어버렸다. 지난 5ㆍ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 원인 또한 개혁정치의 실패를 뒤늦게 협소화된 지역으로부터 구원받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민주당' 방식의 정계개편은 바람직한가?
  
  5.31 지방선거 이후 한 인터넷 신문의 한 기고문은 참여정부의 대패 원인을 "전통적 지지세력의 중심축인 호남이 수행해 왔던 민주개혁의 역사적 정당성과 지위를 하루아침에 부정"하고 "호남을 개혁의 토대로 삼아 호남과 개혁세력의 연대를 확대·강화하기보다는 호남이라는 지역관념을 없애야만 개혁이 확대·강화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서 찾았다(오마이뉴스, 2006년 6월 1일자). 요약하면 '호남을 중심'으로 개혁세력의 연대를 확대·강화시키는 전략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최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통해 정계개편을 시도하려는 일련의 움직임과 논리적 맥을 같이 한다.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정계개편에 대한 평가는 지역주의의 정치적 성격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그간 여러 학자들이 견해를 밝혀 왔듯이 호남 지역주의는 두 가지 특징이 중복되어 있다. 권위주의 시절 정치엘리트의 영남독점과 경제자원의 불평등한 분배구조, 여기에 광주항쟁의 경험이 더해져 호남의 진보적 정치정체성을 형성했다는 측면과 지역당과 보스에 대해 맹목적으로 정서적 동일감을 표출하는 비합리적 향리적 측면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주의의 폐단이라고 일컫는 것은 바로 정당이 주요 득표전략으로 후자인 향리적 편향성을 최대로 동원하려 했다는 데 있었다. 이는 역으로 호남 지역주의의 계급·계층적 진보성이 실질적 민주주의의 내용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아 왔고, 곧 정당정치의 실패로 이어졌다. 즉 정당이 득표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지역으로서의 호남에 집착하는 한 호남 지역주의의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성격은 소멸되고 지역적 대결구도만이 남을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지역'으로서의 호남이 갖는 한계가 나타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과의 합당론은 향리적 지역주의에 압도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호남의 진보성과 개혁성이 지역으로서의 호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용적 측면에서 호남 지역주의가 의미하는 계급·계층적 진보성은 결코 지역적으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어떤 정치적 쟁점에 대한 시도도 그것이 지역적으로 호남에 국한되는 정치적 수사(jargon)로 제시될 때, 이는 지역주의의 향리성에 포획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오히려 호남 지역주의의 개혁성은 이제 호남이라는 지역의 틀을 넘어 전국적인 갈등구조의 형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럴 때만이 우리가 우려하는 지역주의의 폐단이 해소될 수 있다. 선거제도나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지역주의를 해소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초기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제도는 '응축된 기호(congealed taste)', 즉 국민대중들의 선호(preference)가 오랫동안 압축된 결과이다. 제도가 역으로 국민대중들의 정치적 기호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선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한다. 오히려 지역주의의 해소문제는 시민들의 정치적 기호로부터 향리성을 벗겨내는 새로운 균열과 갈등구조를 정당체제가 집약·표출하고 동원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만으로는 대중적인 설득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계개편은 앞서 제기한 민족적ㆍ민중적 균열구조를 중심으로 한 사회세력의 재편을 통해 시도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당체제는 대표의 범위를 확대 재편성해야 한다. 여기에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진보적 시민사회와 지식인 그룹들은 국민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보다 급진적이고 감동적인 아젠다를 준비하고 이를 대중운동 속에서 관철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쟁점혁신(issue innovation)"의 선두두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젠다가 앞서 제기한 민족적 측면과 민중적 측면을 포괄하는 진보개혁적인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정치권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결합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시민사회와의 아젠다 중심의 선거연합만이 자칫 퇴행적인 성격을 띨 위험이 있는 열린우리당+민주당식의 정계개편의 지역적 향리성을 극복하게 해 줄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한국의 정당정치는 권위주의 시대의 계승정당들이 민주화 이후에도 한편으로 정치영역을 독과점하며 지역의 향리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 민중부문과 시민사회를 정치사회로부터 배제시켜 잠재적인 사회적 균열을 계급·계층적 이념갈등으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민주주의의 결핍현상을 초래했다.
  
  현 시점에서 민주주의의 결핍현상의 극복은 갈등구조의 대체를 통해 정치권의 새판짜기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그러한 새판은 권위주의 시대에 '좌경적'이고 '급진적'인 것으로 매도당했던, 그리고 참여정부에서 절차적 민주주의 과제에 밀려 뒷방 신세를 져야 했던 민족적·민중적 균열구조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남북관계ㆍ한미관계 등의 정치·군사적 이념축과 경제적 양극화의 경제적 이념축을 따라 국민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집약·표출하고 동원하는 방식으로 정치세력과 사회세력이 재편되어야 한다.
  
  즉 현재의 정계개편은 이념적 보수/진보의 균열을 전사회적 갈등구조로 표출하고 확대하는 과정 속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의 통합은 갈등의 확산을 전제로 한다. 그러한 갈등구조의 확산을 통해 기존 정치사회에서 대표되지 않았던 시민사회와 민중부문이 정치영역으로 진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 정당체제는 보수 독점적 폐쇄성에서 벗어나 기존 정치체제에서 대표되지 않았던 갈등구조를 대표하게끔 개방되어야 한다. 진보정치세력과 시민사회 사이의 강력한 정치적 결속이 현재의 정계개편 논의에 핵심적 요소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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