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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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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아

[DVD월드]

감독 이송희일 | 출연 이한, 이영훈 시간 114분 | 화면비율 애너모픽 1.8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5.1 | 출시 팬텀 최근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분에 초청됐던 <후회하지 않아>가 DVD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제작사 청년필름에 따르면 지난 2월 22일 출시된 <후회하지 않아> DVD는 초판 2천5백 장이 거의 다 판매돼 2판 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필름 측은 "DVD 시장이 위축된 상황과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DVD 시장에서는 웬만한 작품도 판매량 1천 장을 넘기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후회하지 않아>의 높은 DVD 판매량은 이 작지만 위대한 영화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얼마나 지독한 것이었는지를 증명한다. 수많은 '후회 폐인'을 양산하면서 한국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퀴어 멜로드라마 <후회하지 않아>는 이제 DVD를 통해 다시 한번 그 성과를 확인하게 됐다.
후회하지 않아 DVD

두 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후회하지 않아> DVD는 상당히 양호한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 일단 본편 디스크에는 두 개의 음성해설이 들어있다. 첫 번째는 이송희일 감독과 제작사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 그리고 두 주연배우인 이한과 이영훈이 함께 한 트랙이다. 저예산 퀴어영화를 제작하면서 겪어야 했던 각종 우여곡절과 촬영 현장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장난기와 진지함을 균형 있게 갖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이 음성해설에서 감독과 제작자, 배우들이 모두 영화에 헌신적으로 전력투구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재민 역의 이한이 얼마나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진 배우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두 번째 트랙은 아마도 한국영화 DVD에서 처음 시도되는 독특한 음성해설일 것이다. 이송희일 감독과 김조광수 대표 외에 <후회하지 않아>의 팬클럽을 대표하는 여성관객 알렉스 씨, 그리고 한국 게이 인권운동단체인 '친구사이' 회원 명안 씨가 음성해설에 함께 했다. 김조광수 대표의 주도적인 진행 아래 알렉스 씨와 명안 씨가 관객으로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소감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후회하지 않아>가 팬들의 성원을 통해 독립영화로서 상당히 좋은 결과를 얻은 만큼, 이 음성해설 역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후회하지 않아>의 보너스 디스크는 코스모스와 단풍잎이 흩날리는 맑고 서정적인 메뉴 디자인 아래 알차고 따뜻한 아이템으로 채워져 있다. 먼저 메이킹 필름인 '후회하지 않을 이야기'에서는 영화 속 주요 장면들의 현장 모습을 볼 수 있다. 촬영장에서 사용되는 클래퍼보드(일명 '딱딱이')에 씌어진 문구에서 이 영화가 제작 초기에 '야만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메이킹 곳곳에는 배우들의 인터뷰 클립이 삽입되어 있는데, 특히 극중 부잣집 아들 재민(이한)의 약혼녀로 우정출연한 김정화의 멘트가 인상적이다. 자신의 촬영분 마지막 날 마이크를 들고 소감을 밝히는 김정화는 "너무 좋은 작품에 함께 하게 되어서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기간이 짧아서 아쉬웠다"고 말한 뒤 이렇게 덧붙인다. "이쁜 감독님, 수고하셨어요, 더 이뻐지세요."(웃음)
후회하지 않아 ⓒ프레시안무비
<후회하지 않아>가 팬들과의 호흡을 통해 완성된 작품이라는 사실은 보너스 디스크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선이 머무는 곳'(hunting story)에서는 이영훈, 김조광수 대표가 대여섯 명의 팬들과 함께 영화 속 촬영 장소를 직접 투어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담았다. '또다른 만남'(fan meeting)은 영화의 주조연 배우와 제작진이 팬들과의 미팅 현장을 기록한 영상물이다. 또한 이 DVD에는 '<후회하지 않아> 외전'이라는 독특한 서플먼트가 수록됐다. <후회하지 않아>를 보고 영감을 얻은 팬들이 직접 만든 두 편의 짧은 단편을 담은 것. '영화 보기 좋은 날'에서는 여자친구가 있는 한 청년이 게이로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줄거리인데, "베지밀은 B가 맛있는데" 같은 영화 속 대사를 재치있게 인용하고 있다. 또다른 작품인 '야만의 날'은 한 청년이 과거의 동성 애인으로부터 외면당한 뒤 그를 야산에 파묻으려다 경찰에 연행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후회하지 않아>의 마지막 클라이맥스 시퀀스를 패러디한 작품인 셈이다. 그밖에 삭제장면 모음도 볼 만하다. '수민에 대한 가람의 감정을 담은 신들' '수민이와 뽀득이' '김정화 삭제 신' 등 총 여섯 개의 묶음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재민이 수민을 만난 뒤 호텔로 데려가지만 수민이 매몰차게 재민을 떠나오는 모습을 담은 장면('또 오실 거죠, 손님?')은 필견의 장면이다. 이송희일 감독 스스로 '삭제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으로 꼽는 이 시퀀스는 극중에서 통째로 빠져있지만, 재민과 수민의 밀고 당기는 감정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모든 삭제 장면에서 이송희일 감독의 차분하고 명징한 음성해설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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