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의 일부 단과대학이 이르면 2005년부터 학부대학(University College)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서울대 학생들에게 절대부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교양등 '기초'를 단단히 다지기 위한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교육개혁의 일환이다.
***"2년간 교양 다진 뒤 전공선택하도록"**
정운찬 총장은 2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지금과 같은 분과학문-전공과목 중심의 교육체제는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다”며 “기초 중심으로 넓게 가르치며 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이르면 오는 2005년부터 학부대학 시스템을 일부대학에 도입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은 또 학부대학 도입과 맞물려 교육의 내실을 추구하기 위해 법대와 경영대, 의대 등에 '전문대학원'을 개설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정 총장이 추진하는 학부대학의 형태는 학생들이 1~2학년 때는 전공배정이 없이 핵심교양을 비롯한 폭넓은 기초교육을 받은 후 3학년 때 자신의 학과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광역화 모집방식'이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학생선발 이후의 기초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보완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전면적인 학부제 도입보다는 취지에 동의하는 일부 단과대를 중심으로 실시해서 점차 다른 단과대학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는 이를 위한 사전단계로 오는 2학기부터 핵심교양 과목을 1백개로 대폭 늘려 학생들의 교양교육을 강화할 방침이고 내년부터는 ‘말하기교육’과 함께 ‘토론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법학대학원 설립도 긍정적 추진"**
정 총장은 법학전문대학원 추진과 관련해서도 “법학대학원의 경우 법조계와 법대 교수들도 과거보다 긍정적인 입장으로 바뀌고 있고 법대 동창회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전문대학원 설치에 대한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됐음을 시사했다.
정 총장은 최근 일각에서 ‘역차별’ 논란을 일으킨 ‘지역균형선발제’와 관련해서는 “지역균형선발제의 당초 목표는 사회통합이나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를 지식창출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창의력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총장은 ‘지역균형선발제’의 구체적인 전형방법에 대해선 “내신의 반영비율을 밝힐 수는 없지만 반영비율이 굉장히 높아 내신만 잘하면 될 것”이라면서 “세부적인 전형방법은 8월말쯤 발표될 것이며 늦어도 12월까지는 구체적 안이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총장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전교직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지역균형선발제와 같은 입시제도의 재정비와 함께 내실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학생정원을 조정하는 등 서울대를 세계초일류 대학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여러 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총장, "서울대 이대로 가다간 망한다"**
정운찬 총장은 평소 "서울대가 이대로 가다가는 망한다"는 얘기를 자주 해왔다. "인문대생이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시피 하고, 반대로 자연대생은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현상황에서는 탁월한 인재를 키워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정총장은 이에 총장 취임후 교수들이 희망학생들의 글쓰는 법을 도와주는 '글쓰기 센터'를 만들어 서울대생들의 글쓰는 훈련, 합리적 사고 훈련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가 하면, 2005년부터 대입때 논술을 부활시켜 일찌감치 고교생 시절부터 우리 사회에 대한 폭넓은 성찰을 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인문-사회 기초학문에 대한 예산배정도 대폭 늘려 대학이 단순한 기능인 양성소가 아닌 명실상부한 지성 양성소가 되기를 희망해왔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점차 윤곽을 뚜렷이 하는 '정운찬 혁명'의 앞길을 기대감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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