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안에 든 내용을 다시한번 체크해봤나요?" 여섯번의 좌절 끝에 결국 아카데미상의 한을 푼 마틴 스코세즈(64) 감독은 그토록 원했던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는 순간, 시상자로 무대에 서있던 스필버그, 코폴라, 루카스 감독에게 이렇게 농담을 던졌다. 81년 <분노의 주먹>으로 아카데미상에 첫 노미네이트된 이후 26년이 지나는 동안 번번이 실망과 좌절을 느껴야만 했으니 첫마디가 이렇게 나온 그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스코세즈는 수상소감에서 "병원에 가든, 엘리베이터를 타든, 어딜가나 마주치는 사람마다 "이번에는 당신이 꼭 아카데미를 타길 바란다'고 말해줘 감동했다"고 밝혔다. 25일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개최된 제79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스코세즈 감독은 홍콩영화 <무간도>의 무대를 미국 보스톤으로 옮겨놓은 <디파티드>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편집상 등 주요부문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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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세즈가 현존하는 미국의 최고 영화감독들 중 한사람이란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일곱번의 도전끝에 아카데미상을 받은 <디파티드>가 과연 스코세즈의 최고 작품인가란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코세즈 자신은 이 영화 개봉당시 가진 언론인터뷰에서 "<무간도>를 토대로 하기는 했지만 단순한 리메이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스코세즈로선 <디파티드>가 <케이프피어>이후 처음으로 남의 창작물을 가져와 만든 '이례적인' 영화였다. 게다가 일부 아시아팬들 사이에선 "원작이 더 낫다"란 평가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택시 드라이버><비열한 거리><분노의 주먹><좋은 친구들><코미디의 왕><앨리스는 여기 살지 않는다><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카지노><순수의 시대> 등 스코세즈의 숱한 명작들을 사랑해온 그의 열성팬들에게도, 명장 스코세즈가 리메이크작 <디파티드>로 비로소 아카데미를 받게 됐다는 것은 썩 개운한 일은 아닐듯하다. 결과적으로 올 아카데미가 스코세즈에게 작품상과 감독상을 준 것은, 아카데미상이 반드시 최고의 작품에 돌아가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아이러니하게 증명하게 된 셈이 됐다. 스코세즈 스스로도 한 인터뷰에서 "아카데미가 과거엔 '자비'의 발로로 상을 준 전력이 있다"는 말로, 한 영화작가의 특정(최고) 작품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일련의 작품들을 평가해 상을 수여하는데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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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남녀 주연상은 예상대로 <라스트 킹>의 포레스트 휘태커, <더 퀸>의 헬렌 미렌이 수상했다. 미렌은 수상소감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50여 년동안 평생 꿋꿋하게 땅을 딛고 서서 온갖 풍파를 헤쳐오신 분"이라며 " 그 분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지금 나는 여기에 서있지 않을 것"이라고 여왕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휘태커는 "어린시절 부모님과 함께 드라이브인 극장에 가서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영화를 봤던 소년의 불가능한 꿈이 오늘 이뤄졌다"고 감격을 나타냈다. 남자조연상은 당초 에디 머피(드림걸스)가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됐던 것과 달리 <리틀 미스 선샤인>에서 어린 손녀딸에게 스트립 댄스를 가르치는 엉뚱한 할아버지로 열연한 앨런 아킨이 받았으며, 여자조연상은 예상대로 <드림걸스>의 제니퍼 허드슨에게 돌아갔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출연한 환경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장편다큐상과 작곡상(멜리사 에더리지) 2개부문을 수상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수상소감에서 "환경파괴는 정치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라며 "전세계가 환경위기 극복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79회 아카데미 영화상 각부문 수상자 및 수상작> ▲작품상: 디파티드 ▲감독상: 마틴 스코세즈(디파티드) ▲남자주연상: 포레스트 휘태커(라스트 킹) ▲여자주연상: 헬렌 미렌(더 퀸) ▲남자조연상: 앨런 아킨(리틀 미스 선샤인) ▲여자조연상: 제니퍼 허드슨(드림걸스) ▲촬영상: 판의 미로 ▲극본상: 리틀 미스 선샤인 ▲각색상: 디파티드 ▲편집상: 디파티드 ▲외국어영화상: 타인의 삶 ▲장편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 ▲시각효과: 카리브의 해적;망자의 함 ▲의상상: 마리앙트와네트 ▲분장상: 판의 미로 ▲미술상: 판의 미로 ▲음악상: 바벨 ▲사운드 믹싱상: 드림걸스 ▲작곡상: 불편한 진실 ▲사운드 편집상: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장편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 ▲단편극영화: 웨스트 뱅크 스토리 ▲단편 애니메이션: 덴마크 시인 ▲단편 다큐멘터리: 잉주 가(街)의 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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