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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멕시코 영화의 힘을 알아?!

[특집] 이냐리투에서 델 토로, 그리고 쿠아론까지

미국 영화계에서,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른 특정 문화권의 영화들이 각광받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 가령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호주의 영화인과 작품들이 수상권에 대거 진입했던 이벤트였다. <물랑루즈>와 <반지의 제왕>이 주요 부문의 후보에 오르고 또한 수상 대열에 진입함으로써, 전세계는 '호주 영화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07년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멕시코 영화의 힘'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주요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바벨>, 스페인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기술 부문에서 주목받아 역시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판의 미로>, 그리고 독창적인 각본과 촬영으로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칠드런 오브 맨> 등이 바로 멕시코 영화의 르네상스를 확인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을 만들어낸 멕시코 출신 감독들과 스탭들은 단지 할리우드뿐 아니라 전세계 영화계에서 비평적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세 편의 영화를 차근차근 돌아보면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멕시코 영화의 위상을 확인해보자. . <바벨>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친구들
바벨 ⓒ프레시안무비

멕시코권 영화에 대한 세계적인 주목은 이미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시작되었다. <바벨><판의 미로>는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첫 공개되었다. 특히 <바벨>은 칸영화제 당시에도 이미 감독상과 기술상 등을 수상하면서 그 독창성을 입증해 보였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중편 (2006)로 멕시코에서 데뷔한 뒤 <아모레스 페로스>(2000)로 그해 멕시코의 주요 영화상을 모두 휩쓸었으며 <21그램>(2003)으로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바벨>은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글로벌한 감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영화로, 모로코와 멕시코, LA와 도쿄를 가로지르며 인간의 소통을 성찰하는 영화다. 4개 지역에서 각각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소통 부재의 비극으로 고통을 겪지만, 산발적인 이야기들이 모두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루는 후반부에서 관객은 이냐리투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희망을 읽게 된다. 또한 이 영화는 모로코 사막에서 벌어지는 총격 사건이 미디어를 통해 전세계에 전파되는 과정, 일본의 틴에이저들이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소외되는 현상, 그리고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지대에서 이민자들이 겪는 불합리를 적극 끌어들임으로써 현대인의 삶의 방식과 딜레마를 다루는 사회적인 통찰력도 보여준다. <바벨>의 성공에는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꾸준히 함께 해왔던 스탭들의 공이 크다. 시나리오 작가인 길예르모 아리아가는 <아모레스 페로스><21그램> 등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모든 작품에서 파트너로 함께 한, 현대 멕시코 영화계가 배출한 가장 탁월한 시나리오 작가다. 또한 그는 토미 리 존스의 감독 데뷔작 <멜퀴아데스 에스트라다의 세 번의 장례식>(2005)의 시나리오를 집필해 이미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바 있다. 지금 마크 포스터(<몬스터스 볼>)의 신작 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아리아가는 앞으로 할리우드에서의 활동 영역도 꾸준히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스 페로스 ⓒ프레시안무비

<바벨>의 촬영감독 로드리고 프리에토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는 현재 최고의 촬영감독 중 하나다. 1980년대 말부터 멕시코 영화계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던 그는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파트너를 이룬 <아모레스 페로스>의 큰 성공 이후 할리우드 거장들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아왔다. <프리다><8 마일><25시> 등에서 아름다우면서고 거칠고 과감한 색감의 비주얼을 선보이며 각광받았다. <알렉산더>에서 올리버 스톤과 작업했던 그는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바벨>에서는 4개의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컬러 톤을 선보여 최상의 시각적 체험을 선사하고 있다. <바벨>의 음악감독 구스타보 산타올라야 역시 라틴계 예술가들의 힘을 보여주는 작곡가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1970년대 이후 미국과 아르헨티나를 오가면서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왔던 그는 역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파트너십을 이루면서 2000년대 미국 영화계에서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1그램><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거치면서 기존의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에 치중했던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물꼬를 바꿔 월드 뮤직의 도도한 흐름을 영화음악 사운드트랙에 불어넣은 것이다. 구스타보 산타올라야는 이미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역시 음악상 부문 후보에 오른 만큼, 그의 연속 수상이 가능할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 <판의 미로>와 길예르모 델 토로의 성취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이 비영어권 영화인들을 대폭 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좀 의외다. 가령 <귀향>의 페넬로페 크루즈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점, 그리고 <바벨>의 두 여배우인 스페인의 아드리아나 바라자와 일본의 기쿠치 린코가 동시에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점은 과거 아카데미 시상식의 경향에 비춰봤을 때 색다른 점이다. 또한 스페인어 영화인 <판의 미로>가 단지 최우수외국어 영화상뿐 아니라 촬영, 분장, 음악, 각본, 미술 등 기술 분야에서 대거 후보로 지명되었다는 것은 심사위원단이 상당히 이례적인 선택을 했음을 반증한다. 더구나 <판의 미로>는 아카데미가 그간 선호했던 휴머니즘을 다룬 드라마가 아니라 정치색이 매우 강한 판타지 영화가 아니던가.
판의 미로 ⓒ프레시안무비

길예르모 델 토로는 이미 국내에도 상당한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멕시코 출신의 컬트 감독이다. 비디오 시절 <크로노스>(1993)부터 그 독특한 정서를 눈여겨봤던 이들은 오늘날 길예르모 델 토로에 대한 주류 영화계의 환영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상당히 일찌감치 할리우드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일찌감치 그의 진가를 알아본 미라맥스 필름 덕분에 <미믹>(1997)을 연출했던 것. 이후 델 토로는 <블레이드 2>와 <헬보이> 같은 비교적 저예산 블록버스터 액션영화를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시키면서 흥행감독으로서도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판타지와 만화의 토대 위에서 성장한 델 토로는 그로테스크한 고딕 풍 비주얼과 상상 속에 현실을 투영시키는 독창적인 이야기로 유례가 없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그는 할리우드에서 돈을 번 뒤 멕시코 또는 스페인에서 예술성 강한 영화들을 만드는 영리한 전략을 택하고 있다. <악마의 등뼈>와 <판의 미로>는 바로 델 토로의 그러한 비전을 구체화시킨 수작인 셈이다. <바벨>의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마찬가지로 <판의 미로>의 델 토로 역시 자신의 파트너들과 함께 작업했다. <판의 미로>의 촬영감독인 길예르모 나바로는 <크로노스> 이후 꾸준히 델 토로와 작업해온 인물. 특히 그는 <데스페라도><황혼에서 새벽까지><재키 브라운><스파이 키즈> 등을 촬영함으로써 로버트 로드리게즈-쿠엔틴 타란티노 사단에 함께 했던 인물이다. 또한 <롱키스 굿나잇><스폰><스튜어트 리틀><박물관이 살아있다> 같은 할리우드 주류 블록버스터 영화를 작업하면서 이력을 다져왔다. <판의 미로>에서도 그는 델 토로의 다크한 비전을 이해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성취해내는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바 있다. . <칠드런 오브 맨>과 알폰소 쿠아론의 혁신 최근 DVD로 직행할 뻔하다가 8월 이후로 출시가 미뤄지면서 국내 개봉이 점쳐지고 있는 수작 SF영화가 있다. 바로 <이투마마><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알폰소 쿠아론 이 연출한 <칠드런 오브 맨>이다. 클라이브 오웬과 줄리앤 무어가 주연을 맡은 영미 합작의 이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가을에 유럽 전역에서 개봉했으며 지난 1월 미국 관객들에게 공개되면서 수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현재 IMDB에서도 꽤 높은 수치인 평점 8.2를 받고 있으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촬영, 편집, 각색 등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칠드런 오브 맨 ⓒ프레시안무비

'인류의 아기' 정도로 그 제목을 번역할 수 있는 이 작품은 P.D. 제임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서기 2027년의 런던을 배경으로 인류의 존속 가능성을 질문하는 영화다. 테러리즘이 창궐한 런던, 환경오염과 전쟁 등으로 인류는 더 이상 아기를 갖지 못하게 된다. 런던 당국이 모든 이민자를 추방하려 하는 가운데, 이민자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한 조직에 몸담고 있는 여성 줄리안(줄리앤 무어)과 그의 과거 연인이었던 테오(클라이브 오웬)의 이야기다. 줄리안은 우연히 임신을 하게 된 젊은 흑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테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테오는 '휴먼 프로젝트'라는 단체에 이 여성을 양도하기 위해 테러리즘의 폭력에 정면으로 맞선다. 테리 길리엄의 <12 몽키즈>에 비견할 정도로 독특한 감성을 갖춘 이 SF 영화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테러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 서구 사회의 공포를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 언뜻 <브이 포 벤데타>를 연상하게 되기도 하지만, <칠드런 오브 맨>은 인공적이라기보다 자연스럽고, 낭만적이라기보다 현실적이며, 기교적이긴 하지만 기교에 함몰되지는 않는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로맨스(<이투마마>)와 판타지(<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 이어 SF 장르에서도 그가 얼마나 독창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이 영화가 호평받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촬영의 독창성 때문이다. <칠드런 오브 맨>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정서를 유발하기 위해 롱테이크를 주로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카메라는 고정된 앵글을 보여주는 대신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인물들 사이를 움직여 다닌다. 이 영화의 테러 장면과 총격 장면 등은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기는데, 그것은 바로 엠마누엘 루베즈키와 알폰소 쿠아론이 선택한 혁신적인 롱테이크 촬영 때문이다. 역시 멕시코 출신인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이미 쿠아론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작은 공주 A Little Princess>와 팀 버튼의 <슬리피 할로우>, 그리고 테렌스 맬릭의 <뉴 월드>로 세 차례나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올랐던 인물. 알폰소 쿠아론의 <이투마마>에서도 로맨틱하고 관능적인 영상미를 보여줬던 그는 현대 할리우드 촬영감독 뉴웨이브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칠드런 오브 맨>에서 그는 움직임이 강한 롱테이크를 위해 차량을 개조해 새로운 카메라 테크닉을 개발하는 등 독창적인 시도를 한 바 있다. 루베즈키가 네 번째 아카데미 촬영상 부문에 도전하는 만큼 이번에는 수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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