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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놀라운 지국 관리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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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놀라운 지국 관리 능력"

[현장] 16일 찾은 조선일보 종로지국 사무실 풍경

"계세요?"

16일 아침, 서울 종로구 가회동 조선일보 종로지국에 한 주민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어제(15일) 신문이 안 와서 직접 왔어요."

사무실에 있던 직원 중 한 명이 나와 남아 있던 신문 한 부를 건네줬다.

잠시 후 또 다른 주민이 문을 두드렸다. 16일자 신문을 받으러 온 사람이었다.

"죄송하지만 오늘 신문은 저희에게 없어요."

최근 조의식 종로지국장은 본사에 '불복종 선언'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7일 본사로부터 지국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그는 본사의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며 지난 13일 해약통지 무효소송을 법원에 냈지만 본사 직원들은 15일 새벽 작업 도중 찾아와 인수인계를 요구했다. 결국 이날 실랑이 끝에 신문은 배달되지 못했다.

조선일보 본사는 16일부터 종로 일대에 배달될 신문들을 서소문지국으로 보냈다.

지국 전화번호는 본사로 연결돼 있고…
▲ 조선일보 종로지국. 문패 옆에는 조 지국장이 붙여놓은 항의 글이 붙어 있다. ⓒ프레시안

"계속 전화를 안 받으시길래 직접 찾아 왔습니다."

종로지국 직원은 기자의 말에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화 벨이 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사무실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 전화를 받았고 당황한 그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본사 직원인 것 같네요."

계약해지 통보를 한 본사 판매국이 전화번호를 돌려놓은 것이었다. 지난 7일 계약 해지를 통보한 조선일보는 종로지국의 업무를 철저하게 차단했다. 직원은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이메일도 차단했고 우리가 관리하는 종로구 일대 독자관리 시스템도 끊어버리더라"고 밝혔다.

그는 본사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참 놀랍다"면서 "화가 난다기 보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18년간 지국을 운영해 오며 '조선일보 사랑 연대'를 만드는가 하면 사비를 털어가며 조선일보 홍보에 힘써 온 조 지국장에게 본사가 이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자리를 비운 조 지국장 대신 그는 사건의 발단이 됐던 지난 1일과 2일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본사에서 판촉물인 '맛있는 한자'를 나눠주라고 했다. 우리가 맡은 구역에 있는 초등학교는 2군데다. 지국장과 다른 직원 한 명이 각각 나가서 판촉물을 나눠줬다. 그러다가 지국장은 초등학교가 조회를 시작한 뒤 다른 일 때문에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때 판매국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순시 중인데 지국장이 판촉활동을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국장이 지방에 내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어서 바로 사무실에 있는 지국장을 바꿔줬다. 그날 본사는 작정하고 순시를 한 듯 했다. 다른 지국에서도 비슷비슷한 꼬투리를 잡았다더라.

다음날 본사 판매국이 종로와 중구 일대 지국장들을 소집했다.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였다. 그날 우리 지국장뿐 아니라 다른 지국장들 몇 명도 본사에 안 간 걸로 안다. 그 뒤 본사 직원이 지국에 찾아왔다. 그는 잔지(殘紙)를 지목하며 '이거 오늘자 신문 아니냐. 포장 풀러보라'고 다짜고짜 말했다. 어이가 없어 가만히 있었더니 자신이 직접 포장을 풀고 같이 온 직원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하더라."

"우리는 전혀 어긋난 행동을 한 적 없다"
▲ ⓒ프레시안

그 이후 조 지국장은 4일 '불복종 선언'을 했고 이와 관련해 7일자 <미디어오늘>에 그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가 나가자 본사는 바로 당일 △지난 2일 종로지국을 방문해 파악했을 때 80여 부의 잔지가 남아 있던 것 △지국장들에게 '본사 불복종' 메일을 보내 회사를 비방한 것 △타 매체와 인터뷰해 본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 등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조 지국장은 지난 12일 본사 판매국에 보낸 '해약의사가 없음을 확인하는 내용증명'에서 이 같은 해지 사유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약정서에는 수송 도중 유실될 것을 대비해 보내는 보충지만 3%이상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3200부를 취급하는 종로지국에 대한 해약사유로 '잔지 80부'를 내세운 것은 위선적이고 작위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조선일보 편지마을에는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본사직원과 지국장들의 이메일 주소가 잘 정리되어 올려져 있다"며 "소속된 회사의 정책을 비판하고 커뮤니티 구성원의 동조를 구하는 것은 쓸데 없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와 구별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는 "1991년에 체결된 종로지국 계약서 내용은 지금 우리가 사는 2007년의 시대정신에서는 협박문서와 다름없다"며 "그리고 21세기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1991년의 종로지국 계약서 규정으로 미뤄봐도 우리는 전혀 어긋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끝까지 싸울 것"

지국 직원은 "동네 주민들이나 다른 지국 사람들하고 얘기를 해봐도 이번 건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들 한다"며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달원이나 다른 직원들도 이번 일로 인해 지국장이 바뀌는 걸 원치 않는다"며 "허탈한 마음에 '마치 휴가 받은 것 같다'고들 농담을 주고받는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법원에 낸 해약통지 무효 소송에 대한 판결은 이달 말 경에나 나올 예정이다.

조의식 지국장은 설 연휴가 끝나는 20일부터 지국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단식 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약 당사자간 의견 상충되면 법의 판단 맡겨야"

이에 대해 조선일보 본사 판매국 관계자는 "조 지국장은 해약 문제를 감정적인 것으로 몰고가지만 명백한 해약사유는 이메일을 통한 명예훼손"이라며 "본인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계약 당사자 간 의견이 상충되는 꼴인데 법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그는 "서소문지국에서 계속 배달 업무를 맡아서 할 수 있다"며 "2개 이상 영업지구를 경영하는 지국장들도 많이 있고, 배달원들이 원하는 장소로 신문을 갖다주기 때문에 배달에는 문제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현재 종로지국이 쓰고 있는 사무실에 대해서는 "그 사무실은 신문판매 업무를 위해 본사가 지국장에게 임대한 것"이라며 "이제 조의식 씨의 신분이 지국장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무실은 비워주는 게 맞다"고 잘라 말했다.

조선일보 본사의 사무실 환수 노력과 노 씨의 단식 농성이 맞부딪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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