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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인터넷 음악 저작권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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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다시 불붙은 인터넷 음악 저작권 논쟁

음반사 "시장 붕괴 직전" 실력행사 나서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벅스뮤직' 대표에 대한 구속 여부를 놓고 인터넷상에서의 저작권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의 엇갈린 판결**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한봉조 부장검사)는 8일 회원수 1천3백만명의 음악사이트인 '벅스뮤직' 대표 박 모(36)씨가 가요를 복제·저장한 뒤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서울지법 영장전담 강형주 부장판사는 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벌인 뒤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강 판사는 "현재 벅스뮤직이 저작권자 및 실연자에게 사용료를 지급중이며 음반제작자들에게도 사용료를 지급할 뜻을 밝히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사진-'벅스뮤직' 사이트>

하지만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재판장 김선혜 부장판사)는 월드뮤직 등 5개 음반사가 '벅스뮤직'을 상대로 낸 '음반복제금지 등에 관한 가처분신청'에 대해 "벅스뮤직이 MP3방식의 '소리바다'와는 달리 다운로드 없이 인터넷에서 들을 수만 있는 인터넷방송 서비스방식(스트리밍 방식)이라고 주장하지만 서비스 사용자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하거나 시청할 수 있도록 송신하는 것으로 방송과는 차이가 있다"며 원고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현재 불구속 기소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무관청이 음악사이트의 유료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벅스뮤직은 이를 거부한 채 업계에서 점유율을 더욱 높여가고 있다"며 "더욱이 지난 5월부터 스트리밍서비스의 접속량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접속자 임시폴더에 음악파일을 던져주는 형태로 서비스해 접속자가 음악 감상뿐 아니라 저장까지 할 수 있도록 했기에 영장청구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벅스뮤직, "저작권은 합법적인 계약을 체결"**

그러나 벅스뮤직은 법원과 검찰이 내린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직배사 등과 저작인접권료에 관해 협상을 시도했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불러 협상이 무산됐다"고 주장하며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합법적인 서비스를 위해 부단한 노력 끝에 저작권은 합법적인 계약을 체결했지만 저작인접권에 해당하는 '복제권' 문제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벅스는 9일 사이트에 회사명으로 발표한 성명에서도 "저작권자(작사, 작곡, 편곡자 등) 및 실연자(가수, 연주자 등)에게 사용료를 지급 중이며 음반제작자들에게도 사용료를 지급할 의사가 있고 여러 차례, 여러 채널을 통해 의사를 밝혀왔다"며 "그러나 저작권자 및 실연자들과는 달리 음반제작자들과는 합리적이고 명쾌한 협상 채널이 형성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벅스에는 음원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결정을 하고 벅스의 대표이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며 음반업계를 비판했다.

현재 문화관광부의 허가를 받아 저작인접권을 신탁관리하는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는 인터넷사이트에서 음악서비스를 하는 경우 총매출의 20%나 가입자 1인당 한달에 5백원 정도의 사용료 중 더 많은 액수를 내도록 방침을 정하고 9개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에게 '유료화'를 조건으로 음원을 제공하고 있으나 음악업계 내부에서도 음제협의 독점적인 지위나 역할에 대해 논란이 있는 상태다.

벅스뮤직은 "과도한 권리사용요금과 전면유료화 등 음반제작사와 문광부의 요구는 현재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1인당 5백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1천3백만명이 넘는 가입자 수에 따라 현재 연매출 1백억원 남짓한 상황에서 70억원 정도를 내야 하기 때문이며, 유료화는 시기상조인 것이 현실이라는 이유다.

***음반사, 사이버 시장 진출 움직임 보이기도 **

이에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예술가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수호 개념으로 보기보다는 인터넷업체와 음반사들 간에 사이버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벅스뮤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메이저 음반사들 중 4~5개 업체는 독자적인 유료 음악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음반사들이 음악의 복사 등 '저작인접권'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음반관계자는 "현재 메이저 업체들은 창작자나 연주자의 순수한 저작권보다는 인터넷상의 복사나 유통 등 '저작인접권'과 관련된 사항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이버에서의 (유료)음악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음반사가 인터넷 업체를 합병(M&A))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음반사들과 저작권 대행업체들이 인터넷 상에서의 음악감상이나 복사에 대해 초기에는 홍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다가 점차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 섰다가 '유료화'를 전제로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 한다.

***외국 직배사도 음악사이트 압박에 가세**

막강한 로비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파일 다운로드사이트 '냅스터'를 굴복시킨 전례가 있는 워너, 소니, EMI 등 외국직배사가 이번에 법적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을 국내음반사와 일원화 하는 등 가세를 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직배사 시장점유율이 30%에도 못 미치는 한국시장에서 국내업체들과 공동으로 법원 소송을 진행하는 등 강력한 대처를 하는 이유는 한국이 세계적인 IT강국으로 인터넷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가 인구의 3분의 2나 되는 중요한 잠재적 시장이며 무엇보다 다른 국가나 미래의 '선례'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음악업계의 중론이다.

즉 국내음반사와 직배사들이 서로 다른 목표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적'인 인터넷 업계를 시장에서 무찔러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이 연대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각에 대해 한 메이저 음반사의 간부는 "음반시장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인데도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은 오늘 나온 신보도 버젓이 리스트에 올리고 있다"며 "남의 재산을 말 그대로 훔쳐서 자기 쪽 손님을 1천3백만명이나 확보하고 나서 그 숫자를 믿고 뻔뻔한 압박을 가하는 측의 괴변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음반사, "음악사이트 총매출 20% 요구는 결코 많지 않아"**

벅스뮤직과 5차례 정도 만났다는 음제협 관계자도 "벅스 측은 아직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하는 단계라고 고집하고 있지만 그 동안에 서비스업체와 네티즌들이 너무 공짜에 길들여진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현재 총 매출의 20% 정도로 책정된 저작권료도 음원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는 음반사들이 처음에는 35%를 요구했다가 문광부가 중간에 조정해서 낮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음반업자는 "IT산업을 키우려고 도둑질에 가까운 불법까지 마구 눈감아 주던 정부가 인터넷을 채울 콘텐츠를 생산하는 오프라인의 음반시장이 무너질 지경까지 오니까 다시 생산자를 달래려는 것이 현재 상태"라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이런 논란에 대해 "원칙적으로 음반사 쪽 입장이 더 옳다고 본다"며 "실제로 최근 들어 시행과정에서 유료화 충격이 생각보다 덜 했고 결국 타인의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지불을 하는 것이 옳은 일 일 것"이라고 말하고 "일부 인터넷 업체의 논리도 '현재'는 일부 맞는 부분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볼 때 설득력이 약하다"고 덧붙였다.

대중음악계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한 인터넷업체 관계자는 "네티즌들은 아직도 대부분이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만약 유료화를 하고도 자신이 원하는 때에 언제라도 들을 수 있는 다운로드 등의 서비스가 없다면 가입자들의 급격한 탈퇴로 이제 겨우 형성되고 있는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상에서의 저작권 문제는 저작인접권 등 세부사항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너무 커 한동안 서로에 대한 비판과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작권법위반 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소리바다 운영자 양모(33)씨 형제에 대한 재판의 경우 유·무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채 공소기각으로 끝난 것과는 달리 벅스의 경우는 유,무죄가 가려질 전망이다.

소리바다는 개인 대 개인(P2P) 방식으로 음악 파일을 전달하는 '범죄'를 '방조'한 혐의로 소리바다 운영자가 기소된 것으로 공소의 전제요건이 되는 정범(소리바다 회원들)의 구체적인 범죄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검찰의 공소장에는 '성명 불상의 다수 회원'이라는 것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는 이유로 공소 자체가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벅스의 경우는 회원들 간의 가요 파일 교환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은 소리바다와 같은 '방조범'이 아니라 자체 서버에 가요 파일을 저장하고 서비스한 '정범'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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