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들의 바람이 찻잔을 뛰어넘어 돌풍을 만들어냈다. 지난 주 <그놈 목소리>의 수치에는 못 미치지만, <바람피기 좋은 날>의 스크린 수가 100여 개 더 적은데다 김혜수 외에 인지도가 높지 않은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오히려 단단히 실속을 챙긴 성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상 설 특수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한 주 전 먼저 개봉한 덕을 톡톡이 본 것도 있지만, 20대와 30대를 아우르는 젊은 여성관객들의 티켓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들이 어떤 영화를 원하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장의사> 이후 무려 8년만에 메가폰을 잡아 흥행에 성공한 장문일 감독이 흥행과 관련해 가장 축하받아야 마땅한 주인공일 것이다. 신인감독이 두번째 영화를 찍기 어려운 근래 충무로 풍토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장문일 감독의 앞으로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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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 목소리>는 지난 주보다 전국관객 수 약 42%가 떨어진 가운데 한 계단 내려앉아 2위를 차지했다. 비록 <바람피기 좋은 날>에 1위를 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맹렬한 기세를 유지하며 흥행몰이와 이슈메이킹을 하고 있다. 서울누계 60만, 전국누계 2백만을 훌쩍 넘은 <그놈 목소리>는 과연 어디까지 흥행 행진을 계속할 것인가.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이 전통적인 명절 코미디로 관객들을 자극했다면 다코타 패닝을 전면에 내세운 <샬롯의 거미줄>은 방학 시즌 어린이 및 학부모 관객들에게 어필한 듯 나란히 사이좋게 3, 4위에 올랐다. 극장수와 관객수에서 현격히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설 연휴 기간 동안 가족단위 관객들을 생각해 본다면 다음 주 <샬롯의 거미줄>이 과연 어느 정도의 성적을 유지할지 궁금해진다. 지난 주 4위에 올랐던 애덤 샌들러의 <클릭>이 아주 소폭의 하락만을 기록하며 5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미국에서와 달리 국내에서는 별반 티켓파워가 없는 애덤 샌들러인데다 비슷한 규모의 미국산 코미디들이 최근 거둔 처참한 성적들을 고려해 본다면 개봉 2주차에 전국관객 30만을 넘었으니 '나름 선전한' 셈이다. 이 정도를 가지고 '나름 선전했'다고 평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씁쓸하다. <최강로맨스>는 개봉 3주만에 7위로 폭삭 내려앉으며 서울관객숫자로는 <클릭>보다도 밑으로 떨어졌지만 전국관객수로는 <클릭>을 훨씬 상회하며 전국 백 2십만을 넘었다. 7백만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8위의 <미녀는 괴로워> 뒤를 각각 <아포칼립토>, <황후화>, <천년여우 여우비>가 나란히 포진하고 있다. <아포칼립토>가 논쟁을 일으키기는커녕 별다룬 주목조차 받지 못한 가운데 <황후화>가 비록 순위는 9위이기는 해도 개봉 첫주의 선전 덕에 전국 관객 약 90만을 곧 넘을 예정. 척박한 한국 시장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천년여우 여우비>가 거둔 성적은 비록 당사자들에게는 아쉬울지라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전진을 위한 또 하나의 작고도 어려운 걸음을 성공적으로 뗀 것이라 평가할 만하다.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추억의 동심을 자극하며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로보트 태권브이>는 전국 관객 66만명을 넘어섰다. 서울 1개를 포함해 전국 단 4개의 극장에서 5주차에 4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한 <허니와 클로버>의 약진도 의미있는 성과로 기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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