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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안내하며 웃음이 나올까요?"

관광통역안내사들의 첫 파업…"비현실적 임금 개선하라"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가족의 탄생>에서 선경(공효진 분)은 여행 가이드였다. 영화 속 선경은 여행 가이드, 즉 관광통역안내사의 일이 얼마나 불규칙한지 잘 보여주었다.

분명한 출퇴근 시간이 없는 선경은 가이드 배정을 받지 못한 날은 암에 걸린 엄마를 찾아가 배다른 동생의 숙제를 도와주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새로운 여행사로 면접을 보러 가기도 한다. 일반적인 직장인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선경과 같은 관광통역안내사들이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시한부 파업에 들어갔다.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인바운드 여행업계에서 유치 실적 2위를 자랑하는 대한여행사(주)의 관광통역안내사들은 왜 파업을 시작했을까?

관광통역안내사, 그녀의 고단한 하루
▲ 영화 <가족의 탄생>에서 선경(오른쪽)의 직업은 관광통역안내사다. 선경과 같은 관광통역안내사들이 지난 5일부터 시한부 파업을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

언제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관광객을 웃으며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관광통역안내사들의 불규칙한 삶에 대해 박모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에서 수학여행을 많이 오는 봄 시즌에는 한 건을 맡으면 3박4일 씩 일을 하게 된다. 수학여행은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는 건 기본이다. 봄에는 보통 한 사람이 한 달에 2~3건 정도를 맡는다.

수학여행 말고 일반 투어도 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밤 10시, 11시에 입국하는 비행기도 많아져 그 시간에 맞춰서 공항에 가서 손님을 모시고 호텔까지 모셔다 드려야 한다. 출국시간이 아침 8시면 집에서 새벽 4시에 나오는 경우도 많다."


손님들을 최고급 호텔로 안내하고 난 뒤 그녀의 고단한 하루는 제일 싼 여관을 찾는 일로 마무리된다.

"회사에서 숙박비로 지원해주는 돈이 2만~3만 원 정도다. 성수기에는 그 돈으로는 웬만한 모텔도 잡기 힘들다. 자기 돈으로 좀 더 나은 곳에서 잠을 자거나 아니면 싼 여관을 찾아내야 한다."

"월 25만 원에 하루수당 5000원…한달 꼬박 일해도 40만 원"

하지만 이들은 "숙박비를 자비로 충당하기에는 월급이 턱없이 적다"고 주장한다. 대한여행사(주)의 정규직 관광통역안내사의 임금은 기본 급여 25만 원에 하루 일당이 5000원이다.

이들의 월평균 노동일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10일에서 많게는 20일 정도다. 10일 때는 30만 원, 20일을 일하면 35만 원 정도를 받는 것이다. 한달을 꼬박 일을 한다 하더라도 손에 쥐는 월급봉투는 40만 원인 것이다.

대한여행사의 한 관광통역안내사는 "하루 일당 5000원은 1988년도 수준"이라고 말한다. 20년 가까이 일당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의 주장은 다르다. 대한여행사의 윤성철 대표이사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가이드는 다른 직종과 달라서 손님들이 주는 팁과 쇼핑센터 수수료까지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받는 돈이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 달에 80만 원에서 150만 원 사이"라는 것.

관광통역안내사들이 받는 '수수료'라는 것은 회사와 계약된 쇼핑센터에 관광객을 데리고 가면, 판매액의 3%를 쇼핑센터로부터 받는 것을 말한다.

회사의 설명과 달리 관광통역안내사 경력 8년 차의 김모 씨는 "최근에는 이 수수료조차 감소하고 있어서 큰 도움이 못 된다"고 말한다.

"많을 때는 20만~30만 원 정도를 수수료로 받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관광객들이 그런 업소에서 쇼핑을 잘 안하는 경향이 있어, 이런 저런 것을 다 포함해도 한 달에 받는 돈이 채 100만 원에도 못 미친다."

"비현실적인 임금 수준 좀 현실화시켜보자는 것인데…"

대한여행사의 관광통역안내사들이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시한부 파업에 들어간 것은 이런 노동 조건 때문이다. 대한여행사에서 일하는 관광통역안내사는 정규직과 전속계약직, 그리고 파트타임 세 부류다.

지난해 말 대법원은 이 회사의 부당해고 건에 대한 재판에서 "전속계약직 관광통역사도 '자유소득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 이후 회사는 30명의 전속계약직 안내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고 통보했다.

문제는 이 회사 정규직이 월 25만 원에 하루 일당 5000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 이 임금수준은 2년 전 동결됐다. 당시 회사 정규직으로 근무하던 17명의 관광통역안내사들이 회사 측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들은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하는 회사 정규직 노조의 조합원이다.

윤성철 대표이사는 "사스 발생 이후에 여행업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그 정도의 임금 수준에서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정규직 처우와 똑같이 해주려는 것인데 일부 통역안내사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모든 수당까지 다 없애고 이 월급을 받으라는 것은 솔직히 너무 작은 액수 아니냐"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자 가운데 14명이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서울지역여성노조 관광통역안내사지부를 만들고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윤성철 대표이사는 "다른 관광회사도 비슷한 수준"이라며 기본급과 일당을 올려주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파업을 벌이고 있는 관광통역안내사 안모 씨는 "획기적으로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비현실적인 임금 수준을 좀 현실화시켜 보자는 것이 그렇게 어렵냐"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주치게 되는 한국인의 첫 얼굴인 관광통역안내사. 그들의 첫 파업이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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