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용역 준 정부의 의도는 무엇인가?"
KDI의 보고서는 언론을 통해 알려짐과 동시에 많은 비판을 불러 왔다. 무엇보다 이 보고서가 시위로 인한 손실, 즉 마이너스 요인 만을 추산할 것일 뿐 '민주화의 진전'과 같은 플러스 요인은 포함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산인권센터의 박진 활동가는 "민주주의 자체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집회와 시위를 통해 얻는 것과 '비용'이라는 효율성을 등치시킬 수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욱 이번 보고서의 '모두 불법·폭력 시위라고 가정했을 때'라는 전제 자체가 악의적"이라며 "보고서의 의도가 안 그래도 침해받고 있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더욱 억압하는 방향으로 몰고가기 위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논란은 분분했다. 한 네티즌은 <서울신문> 사이트에 올린 댓글에서 "시위가 일어나기 전에 사전에 조율하는 기능을 상실한 국가기관에 대한 문제제기가 먼저 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수준 낮은 연구를 맡긴 국무조정실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원인은 쏙 빼고 12조 손해라니"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도 2일 성명을 통해 "시위 비용의 계량화가 의미를 가지려면 시위가 일어난 원인에 대한 진단도 함께 필요하다"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국민들의 심리적,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계량화가 포함돼야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KDI 보고서를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시위는 대부분 정부의 정책적 선택이나 영향에 따른 것인만큼 이번 KDI 보고서는 뒤집어 얘기하면 서민들의 고통이 12조 원에 달한다는 표현이기도 하다"며 "시위를 하지 않는다고 그만큼의 비용이 사회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근거를 누가 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기본권리로 현재 한국사회는 오히려 정부가 자의적으로 과도하게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회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불법집회를 오히려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한 사회가 민주사회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사회적 비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며 "예컨대 군사독재정권 아래에서 수많은 저항이 초래한 사회적 비용은 12조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나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KDI는 '불법 폭력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2005년 전국에서 발생한 집회와 시위는 모두 1만1036건"으로 "모두 불법이었다고 가정하면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12조3190억여 원"이라고 밝혔다. 손실액은 시위에 참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생산 손실, 교통 체증, 인근 지역의 영업손실 등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KDI는 "이는 국내총생산의 1.53%를 차지한다"며 "모두 합법 집회라고 하더라도 6조9671억 여원의 사회적 비용이 들었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