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의 명칭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日海)공원'으로 결정되는 쪽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뒤따르면서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다.
전두환 고향 합천에 '일해공원' 들어선다
합천군은 29일 군정조정위원회를 열어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 명칭을 '일해공원'으로 최종확정하고, 공고 절차를 거쳐 군의회에 통보하기로 했다. 군의회 역시 이런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전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합천에 '일해공원'이 들어서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화 됐다.
이런 결정에 대해 합천군은 "최종 결정에 앞서 군민(郡民)공원, 일해(日海)공원, 죽죽(竹竹)공원, 황강(黃江)공원 등 4개의 공원명칭을 놓고 군민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591명 중 과반수가 일해공원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광주 시민에게 미안하지도 않나"…분노한 시민들 "합천 농산물 불매운동 하겠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 지역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합천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설문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 "설문 응답자의 신원을 공개하라"는 등의 반응과 함께 "고향을 바꾸고 싶다" "합천군 농산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등의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누리꾼 서정환 씨는 "전두환 때문에 민주화를 위해 피흘리며 싸워야 했던 광주 시민에게 미안하지도 않느냐"며 거센 분노를 드러냈다.
중학교 국사 교사라고 소개한 또 다른 누리꾼 고형식 씨는 학생들에게 전두환 전 대통령의 12·12 쿠테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해공원 명칭에 대한 반대운동을 펼쳐온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교과서에도 군부쿠데타의 주역과 부정축재자로 기록되어 있는 전 전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군민들의 쉼터를 빼앗아 공원을 만들었다"며 "87년 6월 민주화 항쟁 2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합천군민들은 5공 추종세력으로 국민의 비웃음과 역사의 죄인이라는 멍에를 뒤집어 쓰게 됐다"고 비판했다.
합천군민운동은 '일해공원'명칭에 대한 군민불복종운동과 개명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열린우리, 민노 한목소리로 규탄…"한나라당의 침묵은 5공 추종세력에 동의하는 것"
또 정치권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규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 손으로 심판했던 5공 군부세력을 새롭게 미화하고 우상화시키는데 앞장선 합천군은 국민의 비웃음과 역사의 죄인이라는 멍에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정호진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새천년 생명의 숲' 명칭을 일해공원으로 변경하기로 한 것에 대해 "5공 추종세력의 역사적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 부대변인은 이어 "민주노동당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망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명칭변경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정 부대변인은 "명칭 변경에 대해 침묵하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은 즉각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5공 추종세력의 망동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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