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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빅 브라더' 되려 하나"

정통부 '사법경찰권' 부여 입법에 시민단체 반발

정통부가 시민단체들로부터 인터넷 시대의 '빅브라더'로 군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불법소프트웨어를 단속하는 정통부 직원들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부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5일부터 국회에서 심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통부, '빅브라더' 되려 하나**

<사진>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 (이하 시민행동)은 25일 이 법안을 심의중인 국회 법사위 제1법안심사소위에 공개서한을 보내 “현재 제출된 사법경찰권법 개정안은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을 위해 정보통신부 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법안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과잉법안”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시민행동은 “25일은 거대한 감시·통제 시스템인 ‘빅브라더’라는 화두를 인류에 제시한 조지 오웰이 탄생한 지 1백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전국단위 교육행정시스템(NEIS), 1·25 인터넷 대란 대책, 인터넷 실명제 실시 계획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감시·통제 시스템은 완화될 기미없이 계속 확장일로를 걷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불법소프트웨어를 ‘단속’하기 위해 ‘수사’권까지 부여할 이유는 없다”며 “정보통신부는 그간 불법소프트웨어 단속 과정에서 불시에 사무실을 수색·압수하는 등 각종 인권 침해를 자행해왔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정통부 공무원과 한국소프트웨어진흥회 직원들은 이미 불법소프트웨어를 단속한다는 미명하게 개인공간과 컴퓨터에 대한 불법적 수색과 조사를 '관례'로 행하고 있다.

***민변, 변협도 반대**

이 개정안과 NEIS등 정부의 정보인권침해정책에 반대하는 23개 시민단체는 이번 주를 ‘빅브라더주간’으로 선포하고 반대운동을 전개중이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대한변호사협회’등의 법률단체도 법안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시민단체와 변호사 단체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미 경찰이나 검찰에도 컴퓨터 범죄를 담당하는 전담부서가 있는 상황에서 정통부가 직접 나서서 수사를 하려는 것은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침해할뿐 아니라 국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하나의 합법적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민단체들의 우려에 대해 정통부 실무자는 “현재 정통부가 하고 있는 단속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준이상의 법 개정이 아니고 범법자에 대한 직접적인 인신구속 등도 전혀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사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현재 정통부가 조사를 나가면 거부하고 조사에 응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이를 보완하려는 수준일 뿐”이라고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개인이 가정에서 복사를 하거나 학교에서 교육을 위해 하는 복사는 그대로 허용이 되면 단속은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이익을 내는 사무실을 중심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무자는 “사실 이 법안은 법무부에서 낸 것인데 왜 정통부에 자꾸 (시민단체의)비난이 오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으나 “법 개정을 위한 법무부와의 사전 교감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상에서의 실명인증 문제로 네티즌과 시민단체들에게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는 정통부는 이번 법안이 통과가 되면 '사이버시대의 빅브라더' 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듣게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다음은 시민행동의 ‘공개서한’ 전문

***공개서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님들께

먼저 국민의 인권과 사회 정의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님과 여러 의원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6월 25일은 조지 오웰이라는 한 천재 소설가가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는 대표작 ‘1984년’을 통해, ‘빅브라더’라는 화두를 인류 앞에 던진 바 있습니다.

그가 예언한 사회는 거대한 전체주의적 감시·통제 시스템이 국민들의 삶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였습니다. 이는 근대 이후 인류가 소중하게 발전시켜온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우려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보화 사회의 도래에 따라 조지 오웰의 우울한 예언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듯 합니다.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학생의 건강상태에서부터 학부모의 신상과 직업, 재산상태까지 학생들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 집적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지난 1·25 인터넷 대란에 대한 대책으로 정보통신부가 내놓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법률 개정안’은 네트워크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통신 비밀의 영역에 해당하는 로그 기록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해킹에 대해서는 미수범까지 처벌할 수 있게 하는 식의 과잉 입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 인터넷 실명제를 법제화하여 모든 표현행위에 대한 감시를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NEIS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으로부터도 확인되어졌듯이, 이제 국민에 대한 과잉 감시는 감시로부터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이익보다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입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여러 의원님들께서도 이 점을 감안하셔서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법제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이런 시점에서, 오늘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에서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법안은 소프트웨어 단속을 담당하는 정보통신부 직원들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시민행동은 이 법안이 경찰권의 남발을 불러와 결국 우리 사회를 감시·통제 사회에 가깝게 만드는 법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에 대한 단속은 그 자체로도 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은 당사자간 민사적 분쟁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광범위한 단속을 펼치는 것은 그 자체로도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 있어왔으며, 특정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 권력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불법 복제에 대한 단속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몇 년간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부작용이었습니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를 단속하는 정보통신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직원들은 민간 기업의 사무실을 영장도 없이 불시에 수색해왔습니다. 또, 개별 직원들의 책상과 컴퓨터 역시 함부로 수색하고 압수하는 행태를 보여 왔습니다.

이는 개인의 생명과 재산, 주거를 임의로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 정신에 대한 침해입니다. 또한, 기업에게는 심각한 영업 방해 행위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불법 복제 단속 과정은 늘 과잉 단속과 인권 침해의 시비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법경찰권법 개정안은, 기간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이기는커녕, 오히려 기간의 문제점을 제도화하겠다는 신호로 보여 집니다.

사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단속의 근거가 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것은 ‘수사’가 아니라 ‘단속’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법률에서도 허용하고 있지 않은 ‘수사’ 권한을 사법경찰권법을 통해 부여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이 법에 대해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단속’은 ‘정보통신부 장관’의 권한이지만, ‘수사’는 ‘검사’의 권한입니다. 때문에, 현 법안이 통과되면, 단속과 수사의 구분도 불분명해지고 지위 감독 권한을 누가 갖는지도 불분명해진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수사는 단속과는 질적으로 다른 조사행위입니다. 압수, 수색, 체포, 구속 등이 허용되는 수사권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검·경에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전문성을 지니지 못한 정보통신부 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큽니다.

정보통신부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성을 내세워 자신들이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도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 침해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 전문 부서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통신부가 수사권까지 갖는 것은 검·경의 권한을 침해하는 월권이라고 생각됩니다. 정보통신부는 관련 법률에 따라 검·경의 수사를 적절히 보조·지원하면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수많은 단체들이 이 법률에 대해 우려를 표시해왔습니다. 이미 지난 해 대선 전 23개 시민사회단체가 각 후보들에게 이 법의 폐지를 요구한 바 있으며, 당시 이회창 후보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하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올 들어, 진보적 법률전문가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이 법안에 대해 반대한 것은 물론, 지난 5월 9일에는 대한변호사협회도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글머리에서 말씀드렸듯이 오늘은 조지 오웰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인권과 자유에 대한 요구가 높은 때입니다.

여러 의원님들의 결정에 따라, 사법권이 시민에 대한 빅브라더의 감시·통제 도구로 전락할 것인지,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 격상될 것인지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이에 시민행동은 여러 의원님들의 지혜로운 판단을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공동대표 이필상·정상용·지현
정책위원장 김동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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