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의 경제개발정책과 상충하는 논문을 쓰고 당시 중ㆍ고교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재임용이 거부됐던 한 교수가 30년만에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1958년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차모 씨는 서울의 D대학 시간강사를 거쳐 1973년 이 학교 부교수로 승진 임용됐다.
차 씨는 그러나 1975년부터 2년간 휴직한 뒤 미국의 한 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에 있던 중 대학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재임용 탈락' 통보를 받았다.
연구논문도 다수 발표하고 학생지도 실적도 당시 문교부의 '대학교원 임용 심사기준'을 충족시켰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문제였다.
그가 쓴 연구논문과 저서에는 유신정권의 경제개발정책에 반대되는 환경문제가 직접적으로 다뤄졌으며 경제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의 폐해를 다룬 내용이 포함됐다.
1973년에는 '한국 생물교과서 내용과 입시'에 관한 주제로 현직 중ㆍ고교 교사들을 상대로 주제발표를 하면서 교과서의 문제점과 실험여건, 교사의 자질 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의 지적은 개편한 지 2년 밖에 안되는 교과서를 다시 개편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사화돼 당시 문교부 측에서 대학 총장에게 항의하기에 이르렀고 차 씨는 총장에게 불려가 꾸중을 들어야 했다.
재임용이 거부된 지 29년만인 2005년 7월 차 씨는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따라 교육부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에 재임용거부처분에 대한 심사를 청구했다.
심사특별위는 "차 씨가 정권의 미움을 사 부당하게 재임용이 거부됐다"며 차 씨의 손을 들어줬고, 대학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의환 부장판사)는 22일 D대학이 심사특별위의 재심사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차 씨는 특별법에서 정한 심사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며 만일 대학 측이 당시 차 씨에 대해 정당한 심사기준으로 재임용 심사를 했더라면 탈락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차 씨가 연구실적이나 학생지도에는 문제가 없지만 연구논문이나 교과서 문제점 지적 등으로 정권의 미움을 샀다는 심사특별위의 심사결과를 법원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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