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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에 눈을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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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에 눈을 뜨다'

[지방의회 돋보기]'풀뿌리 진보정치' 구축의 길

사람들은 '법', '제도'라고 하면 너무 먼 곳에 있는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우선 단어 자체가 중압감을 준다. 생활인들의 영역이 아니라 정부를 비롯해 전문가나 정치인들의 영역처럼 인식된다.
  
  지방의회에서 다루는 조례 역시 마찬가지다. 딱딱한 조문 문구를 보면 머리부터 지끈거리는 게 사실이다. 의회 활동 초기만 해도 무더기로 올라온 조례들에 대해 제대로 심의는 하고 있는지 스스로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다. 한편으로 조례는 집행부의 전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상임위마다 쏟아지는 조례의 대부분은 도지사가 발의한 것이었다.
  
  2006년 하반기 들어서 제주도의회에 집행부가 아닌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주민들이 참여한 조례들이 속속 등장했다. 우선 주민참여기본조례 청원운동이 진행돼 3000여 명의 주민서명을 받은 조례(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도 참여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공공성 강화와 올바른 조례 제ㆍ개정을 위한 운동본부'가 중심이 돼 토론회도 하고 무더위와 맞서가며 도민들을 상대로 길거리 서명운동도 펼쳤다. 이런 힘이 든든한 배경이 돼 지난해 11월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었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의 경우, 주민 발의의 '친환경우리학교급식조례'를 관철시키는 운동에 참여했고 보육 관련 조례도 적극 추진했다. 또한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또한 의회 차원에서 '공동주택지원조례'를 비롯해 상임위별로 의원들이 발의하는 조례들이 생겨나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의회활동이 행정사무감사, 도정질의 등을 통한 집행부에 대한 견제의 기능도 있지만 조례 발의와 제정의 중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쓰레기 봉투값'에서부터 복지정책,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 구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들이 조례로 결정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조례야 말로 '생활자치'의 제도적 토대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됐다.
  
  여성 의원들이 조례 운동에 힘을 모으기도 했다. 2006년 10월 제주지역 여성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조례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 제주도의회 5명의 여성의원들은 당 깃발을 떠나 '여성발전기본조례'를 공동발의 했다.
  
  남성 동료의원들도 기꺼이 발의서명에 동참해 발의요건을 충족시켜줬다. 일부 여성단체를 비롯해 조례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조례안을 검토해 수정의견을 냈다. 도의회 전문의원실도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줬다.
  
  오히려 가장 큰 걸림돌은 집행부의 집요한 '로비'였다. 하지만 뜻이 있다면 길이 있다고 일부 자구가 수정되긴 했지만 두 달 만에 본회의까지 통과됐다. 성별영향평가의무화 조항을 비롯해 여성특위 여성장애인 의무 참여 등 의미 있는 내용도 상당수 반영됐다.
  
  조례로 풀뿌리 진보정치 실현
  
  사실 민주노동당 의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 시각은 '데모 하는 의원'이다. 한미 FTA협상, 군사기지 문제 등에 대한 반대운동을 열심히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생활자치의 제도적 토대를 만드는 일에 민주노동당 의원으로서 실력을 기르는 것 또한 무시해서는 안 될 일임을 깨달았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당이 약속한 수십여 개의 조례를 만들거나 고쳐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다. 이를 위해선 지역의 제도를 지역 주민들의 시선으로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조례가 생활정치의 전부는 아니지만 주민들과 함께 조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부터 풀뿌리 진보정치의 토대가 구축되기 때문일 것이다.
  
  분야별로 단체와 연대하고 해당 지역주민이나 계급, 계층의 이해를 제대로 수렴해 단 하나의 조례라도 폼만 잡는 '면피용', '제출용'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본회의 통과용' 조례를 올해는 더욱 많이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다보니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 ''자활지원조례' 등 도당 의정지원단이 건네준 10여 건의 2007년 대응 조례목록이 갑자기 머릿속에 또렷해진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주민들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조례를 제정할 수 있을까? 무척이나 고민스럽지만, 기꺼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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