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일 하이닉스 공장증설과 관련,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그동안 집단행동을 자제하던 이천 주민들은 시민대책위를 구성하고 연일 항의집회를 여는 등 강력대응에 나섰다.
이천 공장증설 불가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청주지역 주민도 범시민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대응에 나서 지역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우려마저 있다.
◇하이닉스 증설 논란…왜?
하이닉스 반도체는 오는 2010년까지 이천공장 1만8000여 평 부지에 13조5000억 원을 들여 300㎜ 팹 라인 3개를 증설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하이닉스는 키몬다와 카이크론 등 다른 경쟁사에 비해 D램 12인치 생산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올해 생산라인을 추가로 확보, 2008년에는 양산체제에 돌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이닉스는 투자가 성사되면 연간 9조 원의 매출 증가에 6600명의 고용창출, 8조7300억 원에 달하는 수출 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환경부 등은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구리 공정이 포함된 하이닉스 공장증설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환경정책기본법 등은 팔당 상수원보전 특별대책지역에서 폐수 배출시설이 특정 수질유해물질인 구리가 포함된 공정을 포함하면 예외규정 없이 이런 시설이 들어설 수 없도록 했다.
더군다나 정부는 이천 공장 증설이 되지 않을 경우 청주공장 증설이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에 국토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이천 공장 증설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경기-충북 유치전 가열
경기도와 충북은 그야말로 사활을 건 유치전을 벌이는 중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12일 수원 도지사 공관으로 열린우리당 김진표, 심재덕, 윤호중 의원과 한나라당 남경필, 이규택, 임태희 의원 등을 초청해 '하이닉스 공장증설 허용 건의서'를 전달하는 등 전방위로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는 국회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구리가 인체에 무해하다며 환경부의 이천공장 증설 반대의 근거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천 시민 1만여 명은 '규제개선을 위한 범시민대책위'를 발족하고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비판하는 가두행진을 연일 벌이며, 정부의 입장 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충북 청주시 역시 하이닉스에 각종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유치전을 본격 전개했다. 청주시는 2010년까지 230만∼330만㎡의 제2산업단지를 만들어 하이닉스타운으로 조성하는 한편 공장건립에 따른 인·허가 사항을 신속하게 처리해 줄 계획이다.
청주시도 15일 청주체육관 앞에서 정우택 충북지사를 비롯해 시민 3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이닉스 공장 청주유치 범시민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하이닉스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투자계획 변경할까
산업자원부는 애초 15일께 하려던 이천 공장증설 허용 여부 결과의 최종 발표를 늦추기로 했다.
하이닉스가 정부 관계부처 태스크포스에 투자계획 변경의사를 전해 왔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구리 공정 대신 사용제한이 없는 알루미늄 공정으로 바꾸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번 주 내에 계획변경안을 산자부에 제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공정으로 바꾸면 집적도와 연산속도 면에서 구리공정을 사용할 때보다 떨어지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핵심인력을 지키기 위해 하이닉스가 이천공장 증설을 고수하려 한다는 게 경기도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수도권 내 공장증설은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부정적 기류가 팽배한 이천 공장 증설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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