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오만한 한나라…독재 하자는 것"

"대선후보 지지 높으니 받은 밥상인 줄 아나"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개헌 오찬에 불참한 한나라당을 향해 "민주주의 하지 말자는 것이다. 독재 하자는 것 아니겠느냐"고 맹폭했다. 노 대통령은 "대화도 않고 토론도 안하고 지난날 하는 것으로 봐선 표결도 하기 싫다는 것"이라며 "그럴만한 힘은 없지만 꼭 독재 시절의 발상을 가지고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여론만 믿고 안하무인의 정치"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상임고문단과 함께 한 오찬 모두발언의 대부분을 한나라당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으로 채웠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아예 토론 자체를 막아버리겠다는 것은 아주 비민주적인 발상"이라며 "차기 후보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좀 높으니 마치 받은 밥상으로 생각하고 혹시 밥상에 김 샐까봐 몸조심 하는 모양인데 그건 대단히 오만한 자세"라고 맹폭했다.
  
  노 대통령은 "초청 자체를 거부한 것은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대통령이 하도 우스우니까 이제는 초청 같은 것에 응할 필요도 없다는 오만이 아닌가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무척 아쉽고, 실망스럽고, 걱정된다"며 "누가 보더라도 유력한 정치세력이,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유력한 정치세력이 이렇게 여론만 믿고 안하무인의 정치를 하는 것을 보고 나라의 장래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초청을 거절한 것은 이번이 네 번 째다. 대화를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개헌 문제는 찬반의 입장이 미리 있다 할지라도 국민들과 더불어 성의 있게 토론하고 토론 과정에서 개헌을 해야 하는 이유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 나가는 것이 정치 하는 사람들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김근태 "진정성 전달할 '형식' 고민해야"
  
  이에 대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대통령이 말한 대로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개헌 문제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상황이 미묘하게 정치적 계산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자리가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김 의장은 "개헌 문제는 지금 안 하면 국민도 손해보고 정치도 손해를 봐서 대한민국 모두가 결국 손해 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거들면서도 "조용히 할 수 있으면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고 노 대통령의 수위조절을 촉구했다.
  
  김 의장은 특히 "정치적으로 예민한 쟁점으로 부상된 이후 의구심을 갖고 반대하는 분들이 증가해서 대통령이 제안하기 전보다 반대가 많아지는 상황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제안으로 역효과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김 의장은 이어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개헌 시기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이 분명하고, 국민이 반대하는 분위기가 많은 것을 어떻게 설득하고 호소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당위성도 강조해야겠지만 대통령이 이를 제안할 때 고심했을 진정성을 어떻게 전달하고 호소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내용이 반복돼서 설명되고 설득되는 것보다 형식이 매우 중요하다. 형식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고민하고 우리당도 책임있게 고민하겠다"면서 "국민의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심할 때"라고 말했다.
  
  김 의장의 이런 발언은 노 대통령의 탈당 및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장은 "제안의 진정한 본뜻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대통령도 노력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