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황금 돼지띠'를 타고난 아이에게 재물복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출산붐이 일고 있다. 황금돼지의 해가 '600년마다 한번 돌아온다'고 알려지면서 '황금 돼지 엄마들'과 같은 예비 부모들의 모임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산부인과 병원과 산후조리원에 임신 상담과 진료 예약도 늘었다고 한다.
일반 회사에서도 '재물복'을 상징한다는 황금 돼지 모형과 함께 시무식을 시작하는가 하면 저금통, 달력,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황금 돼지는 단연 선물 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도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저는 돼지 저금통으로 선거운동을 했는데 올해 황금돼지의 해여서 감회가 특별합니다"라고 말하며 '황금 돼지 붐'에 가세했다.
'황금 돼지'가 아니라 '붉은 돼지'라는데…
그러나 역술가들은 '황금 돼지'란 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근거없는 속설이라고 일축한다.
음양오행(陰陽五行)에서 정(丁)은 장작이나 석탄이 타는 난롯불을 의미하며 붉은 색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정해(丁亥)는 '황금 돼지'가 아니라 '붉은 돼지'인 셈이다.
600년마다 돌아온다는 주장에도 근거가 없다. 육십갑자에서 돼지해는 12년 만에 한번씩 찾아오는데 그 중 정해년은 60년마다 한번씩 돌아온다.
다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음양오행이 발달한 중국에서는 붉은색을 '복과 재물을 가져다 주는 길한 색'으로 믿는다. 중국에서는 붉은 돼지의 해에 해당하는 정해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민간 속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황금 돼지'의 유래는 찾아볼 길은 없다.
쌍춘년에 이어 황금 돼지를 기대하는 시장
그렇다면 2006년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황금 돼지'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일각에서는 2006년의 쌍춘년(雙春年) 특수를 지켜 본 일부 업계에서 속설을 퍼뜨린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0년마다 돌아오는 쌍춘년에 결혼한 부부는 백년해로한다'는 소문으로 인해 2006년 한 해 결혼붐이 일었다.
또 출산율 감소를 우려하는 출산·유아용품 업계 등의 홍보전략이라는 추측도 있다. 일부 분유업체는 추첨을 통해 신생아들에게 순금 황금돼지를 증정하는가 하면 유아용품 업체들도 돼지 캐릭터를 이용한 출산준비물 세트를 내놓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한 증권업체는 2007년 한 해 동안 제휴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임신부들에게 2007원이 입금된 '황금돼지 통장'을 발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황금 돼지'는 언론에서도 단골 화제다. 매년 새해가 되면 십이간지의 동물이 신문지면에 오르내리지만 황금돼지는 올해 유난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시대가 건강할 때 황금은 유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히 기업들의 홍보전략만으로는 황금 돼지가 유행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07년을 앞두고 진행된 각종 설문조사 결과들은 올해 화두는 무엇보다도 '경제'가 될 것임을 보여줬다. 많은 이들은 대선을 판가름할 요소 역시 '경제 안정'을 꼽는다. '황금 돼지' 열풍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재물복'에 대한 기대 심리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한 명리학 연구가는 "황금은 사람의 욕심을 자극하는 말"이라며 "시대가 건강하고 튼튼할 땐 황금이란 말이 나오지 않는데 이런 말이 유행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측면과 절망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몇 년 전 한 카드회사의 홍보문구였던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인기를 누릴 때 이미 큰일이 날 것이 짐작됐다"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드대란'이 왔다"고 지적했다. 성공하는 광고를 보면 그 시대를 알 수 있듯 '황금돼지'가 유난히 인기를 끄는 상황도 그 배경에 우리 사회의 절망을 감추고 있는 동시에 향후의 '나락'을 예고하는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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