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재학 중이던 1987년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진 고(故) 박종철 씨의 넋을 기리는 기념관이 박 씨가 숨진 옛 남영동 보안분실에 세워질 전망이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3일 "박 열사가 조사를 받다 숨진 509호 조사실을 비롯해 옛 남영동 보안분실 건물 안에 박종철기념관을 만들기 위해 시설 일부를 위탁받는 방안을 경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회는 박 씨가 숨진 조사실에 박 씨의 노트, 메모지 등 유품과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각종 물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남영동 분실은 1976년 대간첩 수사를 위해 세워졌으나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고문 장소로 주로 사용됐으며 1987년 1월14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일반에 널리 알려졌다.
경찰은 이 건물을 인권기념관으로 바꾸기로 하고 2005년 7월부터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임시로 쓰고 있다.
기념사업회 김학규 사무국장은 "박종철기념관을 민주화 운동 견학 코스로 활용해 후세들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6.10항쟁 20주년인 올 6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와 함께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이한열 씨 기념관은 2005년 6월 마포구 노고산동에 지하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지만 박 씨 기념관은 자금난 등으로 건립에 난항을 겪어 왔다.
김 사무국장은 "오는 14일 박 열사 20주기 때 남영동 분실에서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열고 기념관 건립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경찰이 아직 위탁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기념관 건립이 인권경찰로 거듭나려는 노력과 방향이 맞는 만큼 잘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기념관 건립과 관련해 추진위원회와 논의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역사적 의미가 깊은 만큼 박 씨가 숨진 509호는 원형 그대로 보전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박종철기념사업회는 박 씨의 20주기를 기념해 6월 출간을 목표 '박종철 평전'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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