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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문지 'KINO' 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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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문지 'KINO' 폐간

인터넷 사이트는 '엔키노'는 유지 될 듯

5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인들은 '카에 뒤 시네마'라는 영화잡지를 자신들의 방파제로 지니고 있었다.

할리우드에서 생산된 말초적인 오락영화를 배격하고 감독을 하나의 예술가로 본 이 잡지의 편집방향은 지금도 '영화작가'와 '예술영화'(ART FILM)에 대한 확고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카에 뒤 시네마'를 지향하던 영화전문지 '키노'(KINO)는 지령 99호인 7월호를 끝으로 폐간이 확정됐다는 소식이다.

<사진-왕가위>

이연호 키노 편집장은 "소비주의가 판을 치는 영화시장에서 작가주의적 영화잡지가 생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했지만 노선을 수정하는 것은 키노가 그동안 일궈놓은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선택할 수 없었다"고 폐간이유를 밝혔다.

허문영 ‘씨네21’ 편집장도 “키노는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갔고 특히 영화에서 작가주의를 옹호하고 해명하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고 평가하고 “이번 폐간은 갑작스런 경영악화 보다는 인터넷 매체인 엔키노의 모태가 된 오프라인의 잡지를 다른 소유주에게 넘겨 그 성격이 변질되게 하기 보다는 폐간을 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편집장은 “우리 영화평단를 지켜주던 ‘작가주의'의 축이 사라져 버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 국내외 작가주의 영화를 집중 소개해**

영화계에서는 이번 키노의 폐간을 95년 5월부터 이어져 온 예술영화, 작가주의 영화에 대한 체계적인 소개와 비평의 장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편집장을 맡아 1995년 5월 첫선을 보인 키노는 다른 영화잡지들이 배우들의 사생활이나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뒷 이야기에 집중하던 시기에 국내외 작가주의 영화를 집중 소개해 영화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동안 키노는 세계영화계에서 비디오가게를 위한 'B급 오락영화'의 공급처로만 인식되던 홍콩 영화계에서 현란한 이미지로 고향상실의 아픔을 보여준 왕가위 감독을 발굴해 국내에 소개한 것을 필두로 다양한 작가주의 영화감독들을 소개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키노가 단순한 서구평단의 전달이나 소개에 그치지 않고 극동 아시아의 변방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인'의 시선으로 새로운 영화와 감독에 대한 평가와 분석에 힘을 기울였다는 사실이다.

일본 내에서 'CF도 찍고 뮤직비디오도 찍는 신세대 감독'으로만 인식되던 '러브레터'의 이와이 슈운지 감독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의 영화세계가 단순한 순정만화 취향의 멜로물이 아닌 시간과 기억에 대한 독백임을 알려 주기도 했다.

또한 '중화민국'과 '중국'의 영화에 대해서도 분단국가라는 동병상련에서 나오는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이며 대만의 거장 후 샤오시엔에 대한 이해와 학습에 많은 지면을 할애 했고 중국의 '포스트 5세대'나 '지하전영'에 대한 소식도 어느 매체보다 자세히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정치적인 대안매체로서의 영화의 위치를 고심 하기도**

키노는 국내 영화를 다룰 때도 다른 영화관련 월간지들이 좀처럼 기사로 취급하지 않은 검열반대운동이나 독립영화 진영의 신작들에 대한 비평을 비중있게 다루며 정치적인 대안매체로서의 영화의 위치를 고심하기도 했다.

특히 지금은 사라진 '서울단편영화제' 기간에는 예심을 통과한 전 작품의 리뷰를 기사로 담아 국내에서 '습작'의 의미만 지니던 단편영화를 하나의 완결된 예술작품으로 인정하는 앞선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매년 여름철에 특별연재로 다룬 '비디오 백일야화'는 출시된 사실조차 잊혀졌던 명작과 컬트영화를 소개해 주는 충실한 가이드 북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런 키노의 노력 덕분에 국내 관객들은 80년대 까지 이어진 할리우드 중심의 편식적인 영화보기를 벗어나 제3세계와 동아시아 영화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한편에서는 키노의 폐간을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화감독 박 모씨는 키노의 현학성에 대해 "내가 만든 영화를 비평한 글을 보면 하도 복잡하고 난해하게 써서 나도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감독도 "영화는 기본적으로 대중이 주인인 예술인데 키노의 현학성과 대중에 대한 은근한 비하가 독자들을 서서히 멀어지게 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키노는 최근 2~3년 사이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영화의 상영주기가 짧아지면서 월간지라는 특성상 최신상영작에 대한 즉각적인 평가나 비평이 물리적으로 힘들어지고 인터넷의 문법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키노의 '무겁고 진지한 비평'이 부담감을 주면서 독자 수가 급감하고 이에 따라 광고수주에도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년간은 예고없이 합본호가 나오거나 발행일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독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키노 창간호>

***“우리 영화평단를 지켜주던 ‘작가주의'의 축이 사라져 버렸다" **

홍콩에서 왕가위 감독을 직접 인터뷰 한 96년 1월호 키노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영화의 중심에 있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영화감독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영화감독을 통해서 영화를 생각하고, 영화를 사랑하고 비판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키노의 폐간의 어쩌면 영화가 더이상 감독의 창조적 '예술'이 아닌 투자사와 배급사 그리고 연예인을 '사원'처럼 관리하는 기획사의 '상품'이 된 시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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