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26일 "누가 정권을 잡든지 (대북 포용정책을) 바꿀 수 없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을 도와야 북한이 극단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성공단 철수, 금강산 관광 중단하면 그만인가?"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동교동 사저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송년 인터뷰에서 "(정책 기조를) 바꿔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개성공단에서 철수하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중단하면 무슨 이익이 되느냐"며 "긴장만 고조되고 휴전선에서 총소리 한 방만 나도 도망가는 시대가 다시 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대북 포용정책을 누가 얘기했는가 보다는 옳은 방법, 가능한 방법이냐가 중요하다"면서 "포용정책 비판자들이 대안을 내놓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역비판했다. 또한 "전쟁을 하려고 하면 북한과 원수 지고 관계를 끊어버리고 개성공단 철수,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면 그만이지만 대화 협력 외에는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선 "노 대통령도 정상회담을 해야 하고 그 다음 대통령도 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도 가서 만나면 좋은 얘기가 있을 것이고 맨손으로 헤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적극적인 추진을 종용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가 원수가 민족의 운명과 장래, 국민의 행복을 좌우하는 문제에 대해 정상회담이라는 기회를 이용하지 않으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자신의 방북 재추진 문제에 대해선 "북쪽과 남쪽 정부가 다 같이 평양을 방문하기를 바란다면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쪽에서 접촉을 바라지 않는다면 전직 대통령의 입장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가 생각해야"
정치권 현안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김 전 대통령은 "그 문제에 대해선 의식적으로 관여를 안 하려고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고 잘랐다. 김 전 대통령은 "나는 정치를 끝낸 사람이고 그것이 내가 정치를 도와주는 길이다.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민주당이 갈라선 것은 큰 불행이었다"면서 "이제 다시 결심할 때가 됐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직접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에서 한발 물러선 태도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지도자들은 국민을 하늘같이 생각하고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가를 생각하고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 한다"며 "민심대로 따라가면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에 옳은 것"이라고 '민심론'을 이어감으로써 전날 발언과의 연속성을 분명히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한 내년 대선과 관련해 "페어플레이를 하고 정책대결을 했으면 좋겠다"며 "보수, 개혁, 중도 세력이 내놓고 정책대결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폐가 안 되도록 정치인, 언론, 지도자가 잘 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북미관계, 명년에 변화 올 것"
한편 6자회담 전망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6자회담 대표들이 얘기를 많이 해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소득이다"면서 "손에 쥔 성과는 없지만 갈라서지 않고 대화했고, 속단하기는 빠르지만 명년부터는 변화가 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신중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를 언급하며 "미국과 북한은 이제 겪을 만큼 겪었고, 올 때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명년은 뭔가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며 "대화하다 말다 하면서 협상을 끊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이 고발한 것이니까 고발한 측에서 증거를 대야지 고발당한 측에서 '잘못했소'라는 고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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