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일보>는 26일 이 총장이 자신이 지도한 제자 두 명의 석사학위 논문과 거의 같은 논문 2편을 1998년 교내 학술지에 기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이 신문은 이 총장이 지난해에도 제자의 박사 논문과 거의 같은 논문을 대한경영학회지에 기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7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국민대 교수 재직 시절 논문 중복 게재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김 부총리는 여론의 빗발치는 반발로 취임 13일만에 물러났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취임한 이 총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리고 이번 보도로 인한 논란이 이필상 총장이나 김병준 전 부총리처럼 학교 밖 활동에 적극적인 유명 학자들의 학문 윤리 일반으로 번질지도 주목된다.
이필상 논문, 제자 논문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문장이 대부분
<국민일보>에 따르면 이 총장은 1987년 말 제자 김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 '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의 기간구조에 관한 실증적 분석'과 같은 해 또다른 제자 김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 '환위험관리에 있어 외환선물거래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연구'의 지도교수를 맡았다. 이 두 사람은 논문이 통과돼 88년 2월 석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이 총장은 1988년 말 제자들의 논문과 거의 같은 논문 두 편을 잇따라 교내 학술지에 기고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의 기간구조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1988년 12월 고려대 경영대가 발간한 경영논총에 발표했다. 또 같은 해 12월 '외환관리에 있어서 통화선물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고려대 부설 기업경영연구소가 펴낸 <경영연구>에 기고했다. 두 논문 모두 이 교수가 단독 저자로 돼 있다.
<국민일보>의 분석에 따르면 이 총장의 채권수익률에 대한 논문은 전체 283개 문장 중 제자 논문의 문장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동일 문장이 227개로 집계됐다. 통화선물에 관한 논문도 전체 223개 문장 중 동일문장이 127개였다. 특히 의미가 비슷한 문장까지 포함시키면 일치율이 99.2%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표,각주,공식,참고문헌은 물론 개념 정의,결론까지 제자의 논문과 동일했다.
그리고 이 총장은 제자 신모 씨가 2005년 8월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과 거의 유사한 논문을 같은 해 8월 대한경영학회지에 기고했다. 이 논문에는 이 총장이 제1저자로, 신 씨가 공동저자로 등재돼 있다. 제1저자는 논문 작성에서 가장 주된 역할을 한 저자를 뜻한다.
이필상 "내가 제자에게 논문 초안 줘…승진과 무관해 표절 이유 없었다"
1988년 표절 의혹에 대해 이 총장은 "1988년 때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당시 석사과정 학생이 많았는데 논문을 제대로 쓰는 학생도 있고 못 쓰는 학생도 있고 해서 내가 초안을 거의 줬다. 학생들은 그 초안을 중심으로 공부를 해서 학위를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국민일보>는 이 총장이 "당시 논문이 승진에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표절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교내 학술지인 경영연구와 경영논총에서 게재할 논문이 부족하다고 해서 논문을 제출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또 2005년 의혹에 대해서는 이 총장이 "제자가 나를 제1저자로 올린 것 같다"면서 "제1저자가 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내용은 물론 그래프와 공식까지 똑같은 것은 표절 정도가 심하다"면서도 김병준 사태에 이어 불거진 유명 학자들의 허술한 학문 윤리에 대한 감독 책임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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