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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에서 꿈틀대는 우리네 땅, '소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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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에서 꿈틀대는 우리네 땅, '소묘의 힘'

여운 화백 개인전 <검은 소묘>, 30일까지

"웅변의 힘은 보다 많은 단어들을 동원하여 장광설로 떠벌려서가 아니라 제한된 수효의 단어들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배치해 구사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미술평론가 최민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최 교수의 말처럼 민족미술인협회의 여운 회장(한양여대 교수)의 소묘 작품에서는 힘이 느껴진다. 흑백소묘가 뿜어내는 힘은 화려한 색채보다 오히려 강렬하다.

18년만에 다시 갖는 그의 개인전 <검은 소묘>에서 우리는 거친 한지 위에 목탄, 콘테, 파스텔로 그린 소묘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지리산에서 대추리까지, 소묘를 타고 전해지는 힘

흑백의 강렬함은 익숙한 소재와 맞물려 관객을 작품 속으로 더 깊숙이 끌어들인다.

여운 화백의 시선은 이 땅의 평범한 산과 들, 그리고 마을로 향해 있다. '지리산 천왕봉', '철원 비무장지대 가는 길', '노고단에서 바라본 조계산', '선유도에서 본 북한산', '마곡동 봄비' 등 그의 작품의 소재는 우리네 산천이다. 중국 풍경을 그린 '요하강Ⅰ', '요하강Ⅱ'에서도 정겨운 공기가 느껴진다.
▲ 여운의 '옛길', 종이 위에 목탄, 콘테 ⓒ프레시안

산천의 능선을 훑던 그의 시선은 어느새 경기도 평택의 대추리로 옮겨간다.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반대하는 운동이 오랫동안 펼쳐졌던 그 곳, 주민들의 투쟁의 불씨가 살아 있는 대추리. 저 멀리 미군기지의 레이더 탐지기가 보이는 들판, 교회가 보이는 마을 입구, 도두리에서 대추리로 넘어가는 길이 담긴 작품 속에서 '검은 소묘'가 전해주는 우리네 땅의 힘은 절정을 이룬다.

이밖에 리영희 교수(한양대)와 노동자들의 모습을 함께 그린 '리교수의 기억들', 다산초당 뒤 '정석(丁石)'이라고 새겨진 석벽을 그린 '다산 정석' 등도 눈길을 끈다. 또 '사랑가'를 비롯해 소묘가 아닌 채색판화를 통해 그려낸 닭그림들도 여운 화백의 열정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작품들이다.

18년만에 열리는 '마당발 화백'의 개인전

여운 화백은 1970년대 전위적인 신문 콜라주 작업으로 화단에 알려졌다. 그는 1980년대 이후 민미협을 통해 민중미술과 사회의 민주화에 활발히 참여해 온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이기도 하다.

신경림 시인은 "사람 자신이 남을 편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그는 문화계를 넘나드는 마당발로 알려져 있다. 민미협의 초기멤버이자 2004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민미협 활동을 비롯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 등에서 이사 및 지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그가 1989년까지 가졌던 네 차례의 개인전 이후 거의 18년만에 다시 여는 개인전이란 점에서도 뜻깊다.

전시는 서울 종로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문의는 갤러리 아트사이드(02-7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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