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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용 정당 만들면 집권은 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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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선용 정당 만들면 집권은 더 어려워"

[인터뷰]김영춘 의원 "정운찬도 '장기판의 말'일 뿐"

김영춘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매우 강한 톤으로 비판해 온 인사다. 지난 2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때는 노 대통령의 국정쇄신, 청와대 인적쇄신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랬던 김 의원이 정계개편 논란이 한창인 이 시점에서 친노계가 주축이 된 당 사수파 대오에 합류했다. 반면 신당파에 대해선 '자폭테러단'이라는 비유를 동원해 맹비난하기도 했다.

입장이 달라진 것일까? 21일 김 의원을 직접 만나 노 대통령과 친노계 얘기를 꺼내보니 서슴없이 날을 세웠다. "노 대통령과 측근들은 반성이 전혀 없는 것 아니냐"면서 "양극화를 말하면서 한미 FTA를 추진하는 등 충돌되는 일을 벌여가는 것이 노무현식 정치의 근본적 결함이다"고 꼬집었다.

"정운찬, 통합신당 후보 하라면 안할 것"

김 의원은 또한 "노 대통령의 문제는 '말'이다. 설화가 얼마나 많았나. 노 대통령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자기 대통령에 대한 창피함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공교롭게 이날 노 대통령은 또 한번 '고건 총리 기용 실패' 발언으로 정치권을 뒤집었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부담스럽다는 것과 그러니 떼어내자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놓고 나만 살겠다는 것은 비겁하다. 결코 국민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정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는 게 김 의원이 신당파와 각을 세우는 이유다.

당 사수파에 대해선 "전당대회나 대통합의 경로가 일치한다"면서도 "정치적으로 그들과 한 묶음으로 엮이는 것은 경계한다"고 말했다. 정계개편 국면에서의 대응방식 외에 무언가 다르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기존 정치권보다는 시민사회 진영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열린우리당은 통합의 동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화 세력의 가치인 개혁과 평화의 뿌리를 유지하면서 87년 체제적 사고를 깨야 한다. 그것을 하지 못하면 내년 대선은 없다"면서 "지식인과 전문가들, 시민사회 진영이 이런 고민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 논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영입 문제에 대해서도 "정운찬이나 박원순도 결국은 장기판의 말이다. 말을 움직이는 힘은 시대 요구의 발현이다"면서 "정 전 총장이든 박원순 변호사든 정치권이 나서서 통합신당 후보로 출마하라고 하면 절대로 안한다. 시민사회 진영에서 이런 에너지가 표출돼야 대선에서 한 판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진영의 모색기와 우리당의 반성적 정비기를 거쳐 내년 6월을 전후해 가급적 당 내외의 모든 세력이 함께 하는 헤쳐모여 방식으로 대통합을 이루자는 게 김 의원 주장의 요지다.

시민사회 진영의 엘리트들이 대중의 욕구를 자극하고 발현해 기존 정치권을 주도하는 '정치권 밖의 정치운동'은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 강금실 캠프의 모델이었다. 다분히 이상론적으로 보이는 이 방식이 벌써부터 가팔라진 대선정국에 적용될 수 있을까? 김 의원은 어렵지만 이것이 성공하지 못하면 대선은 필패이기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우리당 같은 부실정당 반복할 건가"

프레시안 : 정운찬 전 총장 얘기가 화제다.

김영춘 : 정운찬 전 총장 개인으로야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고 싶겠나. 다만 시대가 요청한다면 수용하리라고 본다. 하지만 정운찬 전 총장이든 박원순 변호사든 정치권이 나서서 통합신당 후보로 출마하라고 하면 절대로 안한다. 정치권이 이들을 조직해내려고 하면 더 안 된다. 차원을 달리해야 한다. 시민사회 진영에서 먼저 그런 희구와 에너지가 표출돼야 한다. 흐름이 그렇게 생겨야 대선에서 한 판 해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운찬이 나와도, 박원순이 나와도 진다.

정운찬이나 박원순도 결국은 장기판의 말이다. 말을 움직이는 힘은 시대 요구의 발현성이다. 분명히 과거 DJ나 YS 시대의 정치와는 달라졌다. 이젠 국민들이 정치인들보다 더 현명하고 지혜롭다.

프레시안 : 시민사회진영이 정치권의 변화를 주도한 적이 있었나. 그것도 대선을 앞두고….

김영춘 : 없었다. 하지만 우리당은 지금 사회문제에 대한 진단 능력을 상실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미래비전과 목표 제시를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와 우리당의 실패에 따른 반작용으로 지지도가 높은 것이지, 박근혜 전 대표나 이명박 전 시장이 우리 사회 문제의 본질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나?

프레시안 : 시민사회진영에선 논의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나.

김영춘 :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다. 과거 역사의 계승이자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민주화 세력의 가치인 개혁과 평화의 뿌리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80년대 논리로는 지금의 어려움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87년 체제적 사고를 깨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모색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하지 못하면 내년 대선은 없다. 지식인과 전문가들, 시민사회 진영이 이런 고민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금은 이 논의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민주화와 산업화의 논리만으로 엮이지 않는 사회통합적 에너지를 고양시켜야 한다. 민주화와 자율화, 책임성, 통합성이 강조돼야 한다. 사람들은 여기에 목말라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당은 이 문제에서 실패했다. 그러면 새로운 게 나와야지…. 정치인은 나중에 방아쇠 역할을 할 뿐이다.

프레시안 : 선(先)정비-후(後)통합을 주장했는데, 우리당 정비의 요체는 무엇이어야 할까?

김영춘 : 선(先)정비라는 것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업그레이드되기 위한, 우리를 버리기 위한 질서 있는 모색이다. 출발은 당연히 반성이 돼야 한다. 통합신당을 하자는 사람들은 그게 없다. 노무현 대통령만 잘못했나. 노 대통령과 싸워야 할 시기에 당은 얼마나 비겁했나. 정체성 확립에 대한 진지한 노력이 과연 당에 있었나.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당을 만들려고 서두르면 집권에서 오히려 더 멀어진다.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당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의미 있는 정당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당 같은 부실 정당이 반복된다. 그렇게 대선에서 이긴들 노무현 정부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신당파가 서두르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김영춘 : 노 대통령과 갈라서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 같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부담스럽다는 것과 그러니 떼어내자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노 대통령을 떼어내는 것이 현실적인지는 모르겠지만, 100년 정당이 할만한 정치는 아니다. 노 대통령에게 책임 물어놓고 나만 살겠다? 그런 정치에는 국민들이 너 참 훌륭하다고 하겠나. 비겁하다. 너나 잘하라고 할 것이다. 결코 국민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정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정비과정을 거친 후 대통합의 시기와 방법은?

김영춘 : 6월 전후에 통합돼야 한다. 가급적 당 내외의 모든 세력이 대선에서 같이해야 한다. 헤쳐모여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함께 할 사람들의 범주는?

김영춘 :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같이 가야 한다. 그러나 민노당보다 더 민노당스럽고 한나라당보다 더 한나라당스러운 사람이 있다. 좌표를 정해서 가야 한다. 거기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프레시안 : 친노계와 공동행보를 하는 것이 좀 의아하다.

김영춘 : 혁신모임이 외롭고 힘들어 보여서…(웃음). 적어도 이 국면에서는 그 쪽이 맞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전당대회나 통합의 방법론에서 같은 입장이고 대통합의 경로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한 묶음으로 엮이는 것은 경계한다. 친노 역시 반성이 제대로 있나 싶다. 특히 노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들은 반성이 전혀 없는 것 아닌가? 속으로는 반성하는지 모르겠지만 공개적으로는 아무 말도 안하고 있지 않나.

프레시안 : 결국은 노 대통령과의 관계 문제인 것 같은데….

김영춘 : 노 대통령이 길을 비켜주리라 믿는다. 작년 8월에 재선의원들과 만찬 했을 때 노 대통령이 대국적으로 일이 풀리고 옳은 방향이라고 판단되면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만 가지고 봐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김영춘 : 우리당이 건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겠지만, 대통령이 낄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과정은 당에 맡겨놔야 한다. 대통령이 끼면 문제가 더 악화된다.

"영남당이니 뭐니 불명예스런 발상"

프레시안 : 우리당이 왜 이지경이 됐다고 보나?

김영춘 : 우리당의 진로와 철학, 노선, 정책적 컨센서스가 거의 없었다. 노무현 정부의 주도권에 그냥 끌려 다니기만 했다. 깨 놓고 말해 우리당을 만들 때는 열정으로 만들었는데, 만들고 나서는 현실정치만 했다. 대통령만 쳐다보거나 힘 있는 실세만 쳐다보거나 지역기반을 찾아다니지 않았나.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의 잘못은 무엇일까?

김영춘 : 무엇보다 노 대통령은 분명한 철학적 방향성이 부재하다. 개혁이라는 패션은 있는데 사회를 해석해 역량을 투입해야 할 포커스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 정리가 안됐다. 양극화를 말하면서 한미FTA를 추진했다. 충돌되는 일을 벌여가는 것이 노무현식 정치의 근본적 결함이다. 실질적으로는 시장주의의 힘이 더욱 셌다. 하위 50%의 사람은 더욱 어려워졌다.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하위 서민들이 왜 돌아섰겠나.

두 번째는 '말'이다. 말 한마디로 다 까먹었다. 설화가 얼마나 많나. 노 대통령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자기 대통령에 대한 창피함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대통령도, 당도, 정부 실세도 모두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 부동산만 봐도 그렇다. 건교부, 재경부에 맡겨 놓고서 되겠나. 현상유지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노력을 했어야 한다. 8차례 대책을 내놓았고 모두 실패했다. 노 대통령이 전력투구했다는 흔적이 없다. 올해도 한달 새 집값이 2~3억 씩 뛰는데 손을 놓고 있었다. 한미 FTA 독려하는 것처럼 했으면 이렇게까지 됐겠나.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의 퇴임 후 구상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까?

김영춘 : YS가 퇴임 후 떠들었을 때 효과가 있었나? 영남당이니 뭐니 하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발상이다. 절대로 그렇게 될 수도 없고 되지도 않는다. 설령 영남당을 만든다고 한들 차기 총선에서 단 1석이라도 얻을 수 있겠나. 소꿉장난 하는 정당이 될 것이다. 홧김에 나오는 얘기로 생각한다.

프레시안 : 시기와 방법의 문제일 뿐 궁극적인 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통합세력의 정체성은 또다시 우리당의 반복이 되지 않을까?

김영춘 : 진보적인 것과 개혁적인 것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양극화 해소의 문제에선 진보성 강화로 가야 한다. 전통적인 진보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경쟁 제한이나 평등주의는 우파적으로 가도 된다. 그것이 개혁이다.

프레시안 : 김 의원의 주장이 옳다고 해도 현실적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반(反)한나라당 전선 구축이 가장 현실적인 얘기가 아닐까?

김영춘 : 반한나라당 전선으로는 못 이긴다. 반한나라당 전선에 50% 이상이 표를 주지는 않는다. 우리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문제에 대해 짚어주고 그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세력에게 표를 준다. 사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때'라는 게 더 다수 아닌가. 반한나라당 전선을 만들어서 표를 달라고 강요하는 것은 국민들의 기대를 잘 모르는 것이다. 공감할 수 없는 말이다.

프레시안 : 대선후보는 기존 주자들 중에서 나올까 새로운 진영에서 나올까?

김영춘 : 모두 함께 오픈프라이머리를 한다는 전제 하에 새로운 후보에서 나올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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