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인들의 축제인 '인디포럼 2003'이 31일부터 9일간의 일정으로 서울 종로구 소격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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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은 19세기 파리의 ‘살롱전’에 낙선한 화가들이 스스로 모여 만들었던 ‘낙선전’을 통해 인상파가 생겨난 것을 모티브로 하여 1996년부터 독립영화 감독들이 시작한 행사로, 현재도 영화인들이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 영화제의 올해 슬로건은 영화를 보는 다른 관점을 의미하는 '산점‘(散点)이다. 이는 ‘초점’(焦點)의 상대어로 그림을 그릴 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 하나의 고정된 시선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다양한 측면을 화가가 깊이 있게 관찰하여 나름대로 현실을 통합하여 하나의 화폭에 그려내는 방식으로 영화에 대한 다양하고 건강한 시선을 지키자는 의미라고 한다.
개막작 ‘위상동형에 관한 연구’(김동명)에서 폐막작 ‘당신은 누구십니까’(김기진·정찬철)까지 4백4편의 출품작 중에 엄선된 71편의 영화가 상영될 이번 영화제에는 해외초청작으로 캐나다 실험영화제인 '메디아시티9'과 일본의 실험영화 그룹 'FMIC', 다큐멘터리영화제 '야마가타 플러스'로부터 초청된 19편도 함께 선보인다.
다음은 이번 영화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영화들의 섹션별 모음이다.
***극·실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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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실험 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실험적 색채가 강해졌으며,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성찰이 해마다 깊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막작인 ‘위상동형에 관한 연구’와 ‘억측의문법’은 영화와 철학적 사유의 접점을 실험적인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나쁜 여자의 최후’, ‘단순한 열정’, ‘제목 없는 이야기’는 파편처럼 흩어진 이야기 구조 속에서 다른 방식의 대화를 제안한다.
2001년 ‘용산탕’으로 인디포럼을 찾았었던 이하 감독의 ‘1호선’과 97년 ‘가끔 그녀를 생각한다’로 인디포럼과 인연을 맺은 박경목 감독의 ‘후회해도 소용없어’는 보다 발전적으로 자기세계를 찾아가는 작가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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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모순에 대한 발언의 역할을 하는 다큐멘터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그 안에서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형식에 대한 고민이 꾸준하게 계속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성영상집단 ‘움’의 장애여성에 관한 이야기 ‘거북이 시스터즈’와 박경태 감독의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 ‘나와 부엉이’는 그들의 일상을 통해 이야기하면서 다큐멘터리의 형식적 변화를 시도한다.
2001년 폐막작 ‘삶은 달걀’을 만든 황철민 감독의 신작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 역시 이전의 표현방식에서는 약간 빗겨난 작품으로,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방법론을 제기한다.
안해룡, 김정민우, 박영임 감독의 공동연출인 ‘침묵의 외침’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이미지, 소리, 글자를 통해 새롭게 표현한 작품이다.
김홍준 감독의 비디오수필 ‘나의 한국영화 에피소드1,2,3’, 인디포럼2001 상영작 ‘질문을 하다’를 만든 박효진 감독의 담백한 고백이 담긴 ‘My Sweet Record’등 개인적인 감성의 세계를 다룬 작품들도 선보인다.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은 이전의 기술 중심이었던 성향을 탈피하고 내용적 고민을 통해 자기 세계를 찾아가는 작품들이 많아졌다.
독립제작방식으로 만들어진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고 있고 전영찬 감독이 만든 ‘Inside Out’은 소외당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외에도 실험적시도가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주희진 감독의 ‘Enter / Count’와 정성종 감독의 ‘(an) Empty Room’과 같은 작품도 인상적이다.
***해외초청작**
미디어시티9(총 6편)
추상파 미술 양식과 초기 기하학적 영화의 방식을 인용한 수학적 그래픽 작품인 ‘36’을 비롯하여, 황폐한 수도원에서 금빛을 채취하기 위한 움직임을 잡아낸 ‘수면을 탐색하는 물’, 어둠 속에서 도시를 보기 위한 여러 시도들을 담은 ‘글로우 인 더 다크’등이 상영된다.
FMIC(총 9편)
모든 시간과 공간의 가능성을 정의하는 ‘향’을 비롯하여, 신화의 세계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을 담은 ‘수염(水炎)’, 명확한 컨셉과 미세한 계산을 바탕으로 한 3분간의 여행담인 ‘쓰리 미니츠 아웃’, 독일 낭만주의 시인 프리드리히의 시를 인용하여, ‘필름’이 부식되는 모습을 통해 사라짐에 대한 짧은 인상을 표현한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존재다’등이 상영된다.
야마가타 플러스(총 4편)
야마가타 플러스는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의 상영작과 더불어 새로운 실험영화까지 폭넓게 상영하고 있는 영화제로 이번 인디포럼2003에서는 전쟁에 대한 단상을 실험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이즈 워 리얼?’과 여러 부류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들으면서 타인과 ‘내’가 소통, 교감할 수 있는 ‘다이얼로그1999’등. 각각 다른 형식으로 표현된 다큐멘터리 4편이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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