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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산타 없이도 크리스마스가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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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산타 없이도 크리스마스가 행복해!"

유럽에서 전개되는 '안티-산타' 운동, 왜?

울지 않는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누구나 선물을 한가득 싣고 찾아올 빨간 옷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상점 앞에서 춤을 추는 산타 인형도, 산타 모자를 쓰고 인사하는 배우들도 크리스마스에는 정겹다.

그런데 이 같은 산타를 거부하는 운동이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다. '산타 없는 거리'를 선포하고 '산타 금지' 스티커가 뿌려지는가 하면 '안티-산타 운동' 홈페이지가 개설되기도 했다.

겨울철 콜라 판촉원으로 고안됐던 '빨간 옷의 산타'
▲ 빨간 외투와 모자, 흰 수염을 단 산타클로스는 코카콜라 광고에서 처음 등장했다. ⓒ코카콜라

산타클로스를 거부하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산타는 크리스마스가 상업화된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산타클로스의 어원은 성 니콜라스(St. Nicolas)가 잘못 표기된 것이다. 3~4세기경 소아시아의 파타라라는 지역에서 출생한 성 니콜라스는 일생동안 어린이들을 사랑했고 선행을 베풀었으며 어린이들 몰래 창문 너머로 선물을 던져줬다고 한다. 일부 유럽인들은 훗날 그의 이런 선행을 기려 그의 기일 전날인 12월 5일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사실 산타는 크리스마스와 별 관련이 없었던 것이다.

1822년 미국의 클레멘트 무어라는 치과 의사는 '성 니콜라스의 방문'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발표했다. 여기서 산타는 여덟 마리의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크리스마스 전날 선물을 주러 다니는 요정처럼 묘사됐다. 이때까지만해도 산타는 굴뚝을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그러나 1862년 독일계 미국 이주민이었던 만평가 토마스 내스트(Thomas Nast)는 미국의 주간지 <하퍼스 위클리>에서 산타를 배가 나온 뚱뚱한 사람으로 바꿔 놓았다. 또 그는 산타를 북극에 사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산타의 두번째 '변신'은 1920년대 코카콜라 광고에서였다. 당시 코카콜라는 겨울철 콜라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고심하던 중 산타를 생각해냈다. 코카콜라는 근엄했던 산타를 '호-호-호'라고 크게 웃는 인자한 인상으로 바꿔놓았다. 산타에게 코카콜라의 상표를 연상케 하는 흰색 수염과 빨간 옷을 입힌 것도 이때였다.

광고 초기에는 선물 배달 후 코카콜라를 한 잔 마시며 쉬는 산타가 등장했고, 나중에는 어린이들이 선물 배달로 피곤한 산타를 위해 코카콜라를 양말 옆에 준비해 산타를 기쁘게 한다는 광고가 나왔다. 당시 하든 선드블롬(Haddon Sundblom)이라는 화가가 자신의 친구를 모델로 그린 이 산타의 이미지는 곧이어 '전세계 산타클로스'의 표준이 됐다.

그 이후 1947년 개봉된 영화 '34번가의 기적' 등에서 산타는 하든 선드블롬이 형상화했던 모습으로 등장해 전세계인의 머릿속에 전형적인 이미지로 각인됐다.

"예수의 탄생 대신 쇼핑과 산타만 남았다"
▲ '안티-산타' 스티커 ⓒ프레시안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전개되고 있는 '안티-산타' 운동은 "코카콜라의 상술에서 나온 산타클로스 캐릭터가 예수의 탄생을 기린다는 진정한 크리스마스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인터넷신문 <아나노바(Ananova)>는 지난달 2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시청 광장 앞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산타클로스 대신 '안티-산타' 스티커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비엔나시 대변인은 "이곳 상인들 사이에는 산타 관련 이미지를 사고 팔지 않는다는 무언의 규칙이 있다"며 "미국산 산타가 보고 싶은 사람은 코카콜라의 나라인 미국으로 가라"고 밝혔다.

'안티 산타' 운동은 성 니콜라스와 관련된 인형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 받던 독일에서는 이미 2년 전에 시작됐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성 니콜라스 재단의 베티나 스케드는 "우리는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훼손하는 모든 물질적인 것을 거부한다"며 "선물을 사기 위한 쇼핑과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빨간 옷의 수염을 기른 남자가 전통적인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수의 탄생이라는 크리스마스의 기독교적 기원은 사라져 버렸다"며 "점점 더 선물과 상술만 남은 축제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재단은 2년 전 '친-니콜라스 캠페인'을 발족했다. 이들은 산타 모양의 초콜렛을 성 니콜라스의 형상으로 바꾸는 방법을 어린이들에게 알려줬고, '산타 없는 거리'를 주장하며 상점 곳곳에 스티커를 뿌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독일 상인 연합'은 "크리스마스는 상인들에게 생계를 잇기 위한 필수적인 시기"라며 그들에게야말로 산타는 '선물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밝혔다. HDE 상인연합에 따르면 연간 매출의 약 20% 가량이 11~12월에 이뤄진다고 한다.

"체코의 전통 속에 '빨간 옷의 남자'는 없다"
▲ '안티-산타' 홈페이지 소갯글에 실린 그림 ⓒwww.anti-santa.cz

지난 11월부터 체코에서 시작된 '안티-산타' 운동은 이유가 남다르다.

체코의 광고작가들의 모임 '크리에이티브 카피라이터 클럽(CCC)' 회원들은 "산타클로스가 체코의 전통적인 명절풍습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CCC 회원인 데이비드 코니그는 지난 13일 <프라하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과 영국의 전통인 산타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나는 체코 내에 있는 산타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체코의 전통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전날에 선물을 배달하는 이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아기예수'라고 번역되는 '제지섹(Jezisek)'이다. 체코 어린이들은 크리스마스 만찬이 끝난 뒤 방에서 조마조마하게 기다린다. 아기 예수는 마술처럼 선물을 배달하고 작은 종이 울리면 그가 떠났음을 알리는 것이다. 긴 수염과 빨간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와 달리 '아기예수'는 특별한 이미지가 없다.

코니그는 "누구나 '아기예수'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며 "내가 어린 시절 '아기 예수'는 흰 드레스와 날개를 달고 있으며 특별한 힘을 갖고 날아다닐 수 있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코니그는 지난 10월경 세살 된 딸에게 크리스마스책을 읽어주며 '빨간 옷을 입고, 수염을 기르고, 산타 모자를 쓴 인물이 '아기예수'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호-호-호'라고 웃는 장면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그의 딸이 "저 뚱뚱한 사람이 아기예수야"라고 물었을 때 그는 충격을 받았고 이내 CCC 내에서 '안티-산타' 운동을 벌이기로 결심했다.

지난 11월 개설된 CCC의 '안티-산타' 홈페이지(www.anti-santa.cz)에는 현재 수많은 체코인을 비롯해 외국인들도 이곳 홈페이지에서 '내가 산타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어떤 이들은 지구화와 상업화에 반대의사를 표했고, 어떤 이들은 종교적 명절이 세속적으로 바뀐 것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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