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이냐 통합신당이냐를 둘러싼 갈등. 민주당 신당 논의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아니 이런 것으로 착각했다.
민주당 신당 논란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상수 사무총장이 23일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직접 밝힌 내용이다.
***민주당 신.구주류 지분협상이 신당 논란의 핵심**
이 총장은 “22일 박상천 최고위원과 만나 장시간 대화를 했다”며 “현재로서는 기대했던 것 보다 구주류와의 협상 여지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구주류의 집결체인 ‘민주당 정통성을 지키는 모임(정통모임)’ 회장이며, 이상수 사무총장은 신당 추진파의 핵심이다. 따라서 이 총장의 말은 “명실상부한 신.구주류간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고, 앞으로 협상 여지도 적다”는 협상 중간보고에 해당된다.
곧이어 이 총장은 협상의 내용을 낱낱이 털어놨다.
“구주류는 현역 지구당위원장 유지 등 기득권을 보장해야 인적청산에 대한 의구심을 풀 수 있다는 의견이며 당내 공식 신당추진기구도 신.구주류 동수로 구성, 안전판을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신주류 측에서는 현 지도부가 먼저 퇴진하라고 하는데 그것이 잘 될지 모르겠다. 현 지도부가 사퇴하고 당 공식 신당추진기구 구성에 계파별 안배를 하되 구체안은 의장에게 맡긴다면 협상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이 경우에도 구주류에서 신.구주류 동수 구성을 요구해올 경우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16일 신당 추진파의 워크숍에서 정리된 신주류의 창당 방안 핵심내용은 ▲지구당위원장을 포함한 모든 기득권 포기 ▲국민참여형 경선을 통한 총선 후보 및 지도부 구성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구주류 측이 ▲현역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 보장 ▲신당추진기구의 신.구주류 동수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주류 측이 절충안으로 제시한 것이 ▲현 지도부 사퇴 ▲계파별 안배 통한 당 공식 신당추진기구 구성 ▲구체 방안은 의장에게 일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구주류가 이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신.구주류 동수 구성을 고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신.구주류간 지분 다툼이 현재 신당 논란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이 총장 스스로 털어놓은 셈이다.
***‘개혁 vs 통합’, ‘4세대 vs 3.5세대’ 등 모두 겉포장?**
‘개혁신당이냐 통합신당이냐’는 논란, 또 다른 표현으로 ‘4세대 정당이냐 3.5세대 정당이냐’, ‘지역주의 타파냐 신지역주의냐’, 또 ‘정책노선별 신3당체제로의 개편이냐 민주당 외연 확대 통한 통합신당이냐’ 등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끼리, 민주당과 개혁당 그리고 민주노동당까지 얽혀서 뜨거운 설전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학계도 가세했다.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전국 순회 토론회에 참여해 논란은 더욱 증폭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한국정치발전에 있어 긍정적 측면이 많다.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으로 점철되어 온 유권자의 투표성향이 과연 변화하고 있는지, 변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그 변화를 가속화시키기 위한 방법론은 어떤 것인지, 향후 한국의 정치지형은 어떻게 재편되어갈 것인지, 그에 걸맞는 정당구조와 권력체제는 어떤 것인지 등등 지난 대선 당시부터 계속되어 온 과학적 분석과 이론적 논의의 폭과 깊이를 넓혀가고 있다.
향후 민주당의 신당 창당이 어떤 형태로 결론지어지든 현재의 논란은 논의 자체로 유의미하고 계속 발전시켜 가야 할 주제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논란이 결국은 ‘겉포장’일뿐 핵심은 ‘지분다툼’에 있다는 사실을 이상수 사무총장은 스스로 고백하고 만 것이다.
***신당, 정말 ‘신당’인가?**
지난 22일 정대철 대표, 김원기 김상현 고문, 조순형 의원 등 신주류 측 중진의원 4명은 “분당은 막아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정 대표는 “분당은 없고 다 동참해 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순형 의원은 민주당 해체와 관련, “우리 당 구성원 모두 민주적 절차에 따라 동의한다면 그렇게 갈 수 있지만, 분당을 전제로 해선 안된다”면서 “당내 신당추진기구 구성도 너무 서둘러선 안 되며 구주류 측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구주류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해 신당에 동참시키기로 하고 김상현 고문이 신.구주류간 중재역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이상수 사무총장이 털어 놓은 신주류 측의 중재안에 따르자면 ‘구주류 측 의견을 수렴한다’ ‘구주류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한다’는 것은 ‘구주류의 기득권은 인정하되 그 숫자만큼만 인정해 주겠다’, 즉 ‘신당추진위를 계파안배로 구성할테니 참여해 달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구주류 측이 여전히 ‘인적 청산’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신.구주류 동수 구성’을 요구하고 있어서 신당추진기구 구성을 늦추겠다는 것이다.
결국 ‘계파 안배’냐 ‘동수 구성’이냐가 협상의 접점이다. 거창한 논란들이 이어지곤 있지만 핵심은 이렇게 간단하다.
협상의 결과 어떤 답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신당이 과연 ‘신당’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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