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브로커 김홍수(58) 씨로부터 사건 청탁 대가로 1억2000여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된 조관행(50)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징역 3년, 추징금 1억1000만 원이 구형됐다.
또 검찰은 조 씨가 김홍수 씨로부터 제공받은 소파 및 식탁의 몰수를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황현주 부장판사) 심리로 5일 오후 열린 공판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논고를 통해 "사상 최악의 법조비리인 이 사건은 피고인과 오랫동안 친분관계를 유지한 김홍수 씨의 진술로부터 확인됐고 김 씨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해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씨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없고, 피고인에 대해서만 금품공여 사실을 얘기한 게 아니다. 또 피고인측의 끈질긴 회유, 증거보전재판 일정 유출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모든 사실을 얘기했다. 일부 증인들의 증언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본질적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모름지기 법관은 '지기추상 대인춘풍(持己秋霜 待人春風ㆍ나에게는 가을서리 같이,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 같이)'의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임에도 피고인은 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고 향응을 제공받아 법원과 법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법관으로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고 질타했다.
검찰은 "이 사건이 곪거나 썩어가고 있는 법조의 작지만 치명적인 부분을 도려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법조비리의 '마지막 사건'이 될 수 있다면 역사적으로 판단을 받게 될 것이다. 의정부 ㆍ대전 비리 등 계속되는 법조비리에도 피고인은 변하지 않고 있었다. 온정주의보다는 가혹한 사랑의 매로 다스려야 다시는 법조비리가 없을 것이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법과 양심에 따른 명판결을 요청한다"고 끝맺었다.
변호인측은 최후변론에서 "경위야 어찌됐건 피고인이 사기죄로 4차례 징역형이 선고된 전과 8범의 김홍수 씨를 만난 것 자체가 잘못된 처신이었다. 그러나 윤리적ㆍ도덕적 비난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지만 그게 죄가 되는지는 죄형법정주의와 증거재판주의에 따라 엄격히 판단해야 하는데 재판과정을 통해 피고인이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음이 명백히 밝혀졌으므로 무죄이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고, 뒷받침할 증거는 전혀 없다. 이처럼 금품을 줬다는 증재자의 진술만 있는 사건의 경우 대법원 판례는 진술내용의 합리성과 객관성ㆍ상당성ㆍ일관성, 증재자의 인간됨, 진술로 얻게 될 이해관계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며 "유일한 증거인 김 씨의 진술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것이라는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측은 "이 사건은 김 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다른 증인들의 증언과도 배치되며 결정적인 증거인 다이어리까지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진술도 여러 번 번복됐다"며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줄타기'한 김 씨의 주장은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후진술에 나선 조 씨는 "사적인 자리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도 좋은지 판단을 분명히 못 한 것은 잘못이다. 법원과 법조사회에 대해 누를 끼친 것을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참회의 길을 가겠다"며 "그러나 검찰 주장처럼 사건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은 절대로 없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선고 공판은 22일 오전 10시 418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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