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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 랩을 만나 '월드뮤직'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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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 랩을 만나 '월드뮤직' 꿈꾸다"

'한국산 비틀즈' 꿈꾸는 민요보컬그룹 '아나야' 창단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공연장에 춘향전의 사랑가가 울려퍼졌다. 200명 남짓한 관객들은 익숙한 가락을 따라 흥얼거렸다. 민요대회가 아니었다. 곧이어 이어진 랩(rap)은 민요의 구성진 가락에 흥겨움을 더했다. 소리꾼과 래퍼의 목소리, 그리고 드럼, 베이스, 기타, 건반연주가 대금과 태평소의 가락과 함께 어우러졌다. 민요보컬그룹 '아나야'의 <신사랑가>였다.

민요연구회가 주최하고 '오랜미래음악 조직위원회'가 후원하는 가운데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린 그룹 '아나야'의 창단기념콘서트에서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퓨전 민요'가 새롭게 선보였다.

"오랜미래음악은 어떤 음악?"
▲ 그룹 '아나야'의 공연모습 ⓒ프레시안

'아나야'는 '오랜미래음악(New-Old Music)'을 추구하는 그룹이다. 생소한 이 '장르'는 지난 2004년 한국민족음악인협회, 국악방송, 전국음악교사모임이 모여 꾸린 '오랜미래음악 조직위원회'(cafe.naver.com/ancientfuturesmusic.cafe)가 고안해냈다. 신경림 시인이 조직위원회의 고문을 맡고 있으며 국립국악원 김철호 원장, 마당극 연출가 임진택 등이 지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오래된 음악을 현재에 끌어들여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고 이름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의 전통음악인 민요와 국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랩, 발라드 등 다른 음악과 접목시켜 '전통의 현대화'를 이루겠다는 의미다.

이들은 이 같은 실험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직위원회는 "제3세계 뮤지션들이 자국의 전통민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으로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당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월드뮤직으로 통칭되는 제3세계의 음악들은 세계 대중음악의 핵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4년과 2005년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오랜미래음악축제'는 이처럼 전통민요와 국악의 현대화 작업을 수행하는 음악인과 그룹들을 발굴하는 실험의 장이었다. 현재 '아나야'에 참여하고 있는 소리꾼 김정은, 래퍼 박종일, 베이시스트 허훈 등 쟁쟁한 음악인들도 이곳에서 서로 만났다.

록 밴드 '천지인' 멤버이기도 한 허훈 씨는 오랜미래음악축제에서 민요와 서양음악의 조합을 접한 뒤 "이것이 흥일 수 있고, 맛일 수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는 "국악과 서양음악을 전공한 이들이 만나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가능성을 보았다"며 그룹 아나야가 결성된 동기를 밝혔다.

"왜 민요가 랩이지?"

한편 이번 아나야 콘서트의 제목인 '민요는 랩이다'라는 말 역시 궁금증을 유발하기는 마찬가지.

그룹 아나야의 대표이자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류이 씨는 "'민요는 랩'이라고 하는 하나의 선언 속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로 '랩(rap)'은 말을 뜻한다. 민요도 오늘날 사람들의 말이어야 한다. 랩은 마당판의 말이자 음악이다. 민요도 그래야 한다. 랩은 민중의 소리다. 민요도 그래야 한다. 랩은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 듯 리듬에 맞춰 흥얼대는 말이다. 즉 '창조'다. 민요도 그래야 한다."

한국 전통민요의 자산은 남북한을 모두 합쳐 2만 여곡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옛 대중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아나야와 오랜미래음악 조직위원회에게 민요란 오래된 옛 음악이 아닌 현재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고 만들어나갈 수 있는 '민중의 소리'다.

"아나야의 꿈, 한국 민요의 꿈"
▲ 열창 중인 소리꾼 김정은 씨와 래퍼 조이(JOY)와 하이드(Hide)ⓒ프레시안

당찬 포부를 가진 아나야의 무대는 낯설고도 흥미진진했다. 기존 국악 퓨전들이 기악곡을 중심으로 한 '크로스 오버' 형태가 주류를 이룬 반면 아나야의 곡들은 '노래'에 촛점이 맞춰진 것이 특징이었다.

<신사랑가>로 막을 열며 한껏 흥을 돋운 이들은 한국 전통 자진모리 박자를 그대로 살린 <경기 안성 모내기 타령>, 다산 정약용 선생이 읊었던 소절에 현대적 가락을 붙인 <취해볼거나>, <아~ 통쾌해>, 중간에 흥겨운 풍물판이 펼쳐지는 <하늘소리 땅의 소리> 등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아나야 멤버들이 직접 작곡한 열두 곡이 차례차례 연주됐고 관객들의 환호 속에 공연은 막을 내렸다.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국악과 양악의 기계적 조합에서 벗어나 악기와 소리 간 조화를 추구한 노력이 엿보였다"며 "좀 더 다듬으면 훌륭한 장르를 개척할 듯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며 "민요나 전통악기가 서구적인 음악과 물과 기름처럼 떨어진 게 아니라 조화롭게 어우러져 좋았다"고 밝혔다.

힘차게 출발한 그룹 아나야는 앞으로 활동을 계속 해나갈 작정이다. '월드뮤직'이라는 말에서 보듯 국내 대중음악 시장을 넘어 '한국산 비틀즈'가 돼 실력으로 세계 무대에서 승부해보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봉산탈춤에서 목중이 다른 목중들을 부르는 소리라는 '아나야'. 그 이름처럼 이들의 시도가 한국 음악계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된다. 허훈 씨는 "한국의 전통음악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런 새로운 맛이 있구나'라는 신선한 음악으로, 외국인들에게는 이색적이면서도 흥겨운 음악으로 느끼는 맛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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