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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세르쥬 노박의 겨울여행

감독 로베르토 안도 출연 다니엘 오테이유, 안나 무글라리스, 그레타 스카키 등급 18세 관람가 | 시간 105분 | 2004년 상영관 대한, 필름포럼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문학 세미나장. 한 중년 남자가 서있다. 그의 이름은 다니엘 볼탄스키( 다니엘 오테이유). 프랑스 파리에서 성공했지만 '얼굴 없는 작가'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세상에 세르쥬 노박이란 이름으로만 알려져 있다. 주변 사람들을 훑고 다니던 그의 시선이 어느 한 아름다운 여성에게 머문다. 여자는 자신의 남편에게 문학계 동료인 듯한 또 다른 남자를 소개해주고 있는 참이다. 세미나가 시작되고 잠시 후, 다니엘의 시선은 세미나장 구석 기둥 뒤에서 아까 그 남자와 진한 포옹을 나누는 여자의 눈길과 마주친다. 그는 자신의 노트에 이렇게 적는다. "그녀는 두려움과 전율을 느끼는 듯했다."
세르쥬 노박의 겨울여행 ⓒ프레시안무비
영화가 '시선의 떨림'으로 시작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시선은 곧 욕망이다. 그리고 욕망은 대가를 요구하는 법이다. <세르쥬 노박의 겨울여행>이란 무미건조한 우리말 제목(영화 속에 등장하는 노박의 베스트셀러 소설 제목)과 달리, 불어 원제는 '욕망의 대가(Le Prix du Desir)다. 에로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는 점 때문에 제목의 '욕망'이란 단어 속에 '섹슈얼리티'가 포함될 수밖에 없지만, 주인공 다니엘의 행보를 뒤따라가다 보면 그(또는 인간 모두)에게 '대가'를 요구하는 '욕망'의 실체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따라서 '에로틱 스릴러'나 '팜므파탈' 등을 거론한 광고 문구에 혹해서 극장을 찾았다가는 예상보다 화끈하게 에로틱하지도, 뒤통수를 치는 기막한 반전이 있는 스릴러라고도 할 수 없는 영화에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세르쥬 노박의 겨울여행>은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부적절한 관계란 설정이나, 한 가정을 파멸로 이끄는 팜므 파탈적인 존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루이 말 감독의 <데미지>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 가벼운 '원 나잇 스탠드'를 계기로 하나씩 드러나게 되는 한 남자의 뿌리 깊은 욕망, 죄의식, 존재의 허약함, 모호한 도덕적 경계, 운명적 복수, 죽음이란 인간의 치명적 한계성 등이야말로 영화 전체를 묵직하게 짓누르는 핵심 주제란 면에서는 오히려 볼커 슐렌도르프의 <사랑과 슬픔의 여로(막스 프리쉬의 원작소설 제목은 '호머 파베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다니엘이 양아들의 아내인 밀라(안나 무글라리스)와 겉잡을 수 없는 정사에 빠져드는 동시에, 20여 년 전 자신이 저질렀던 문학적 '범죄' 행위와 맞닥뜨리는 과정을 뼈대로 하고 있다. 밀라의 정체를 알게 된 다니엘이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온 '파국'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유럽영화 다운 향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세르쥬 노박의 겨울여행>의 가장 큰 매력. 에로티즘시즘에 대한 지나친 기대만 접어 둔다면, 초겨울의 스산한 분위기에 푹 젖어들 수 있다. 최근 <히든>에서도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힌 신경쇠약 직전의 남자를 연기했던 프랑스 중견 배우 다니엘 오테이유가 이 영화에서는 비감 어린 지식인 상을 중후하게 연기해 냈다. 밀라역의 안나 무글라리스는 칼 라거펠드가 샤넬 시절 직접 발탁한 모델 출신 배우다. 감독 로베르토 안도의 두번째 장편영화로, 지난 2004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폐막작으로 상영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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