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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의 '미션 임파서블', "노무현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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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근태의 '미션 임파서블', "노무현을 넘어라"

'승부수'는 띄웠는데…'우회'냐 '돌파'냐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결국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지난 25일 당정청 4인 회동부터 28일 노무현 대통령의 하야 및 당적 포기 시사 발언까지, 두 사람은 숨 가쁘게 서로를 몰아세웠다.
  
  적당한 봉합은 필요도, 의미도 상실했다. 결별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된 듯 하다. 마지막 일합이 남았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가진 "두개의 정치적 자산"을 몽땅 내건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대한 화답은 김 의장의 몫이다. 노 대통령과의 '전략적 동거'를 매듭짓는 방식이 당 의장 김근태는 물론, '정치인 김근태'의 향후 행동반경을 규정하는 가늠자가 된다는 의미다. 김 의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노무현-김근태, 외나무다리 승부
  
  노 대통령과 김 의장 사이의 '정치적 승부'로 사태를 단순화 해보면 객관적 조건은 김 의장에게 유리해 보인다.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진 노 대통령에 비해 김 의장은 일단 당내 우군을 든든하게 확보했다.
  
  일부 친노그룹을 제외하면 계파를 막론하고 김 의장의 적극적인 행보를 만류하는 세력은 없다. 노 대통령의 발언 직후부터 봇물 터진 듯 쏟아지는 의원들의 냉소 내지 비난성 반응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정치권의 여론도 노 대통령의 협박성 발언에 대한 비판이 주종이다.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건 아니건, 이런 조건의 일정 부분은 김 의장이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청와대의 일방통행에 대한 당의 분노를 적절하게 대변해 표출하면서 당내 여론을 다스렸다. 27일 청와대의 만찬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부한 일은 상징적이었다.
  
  그에 앞선 25일 당정청 4인 회동에선 "당정청이 한 몸으로 갈지, 중립내각으로 갈지 판단할 시점이 됐다. 12월9일까지 결론을 내라"고 청와대에 최후통첩을 했다. 노 대통령의 탈당 시사 발언 뒤에도 김 의장은 "우리에게 북극성은 민심"이라며 홀로서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 의장의 이런 태도는 당 의장 취임 초기이던 지난 6월 노 대통령과 독대해 "탈당은 안된다"고 만류하던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 등도 김 의장에게 당분간 주도권 행사를 양보한 듯 하다. 방미 중인 정 전 의장은 귀국 다음날인 내달 4일 곧바로 중국 방문길에 나선다. 천 의원도 원론적인 수준에서 당청관계에 있어 당의 주도권을 강조했을 뿐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현 국면에서 그리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김 의장의 주체적 의지와 주변의 여건이 김 의장을 노 대통령의 정치적 대척점에 자리매김 시킨 셈이다. 역으로 따지면 경우에 따라선 노 대통령과의 이혼 합의서에 도장을 찍는 '악역'까지도 김 의장이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의장이 과연 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을 새롭게 해 내고 그 뒤에 펼쳐질 새로운 정치적 환경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침묵의 김근태, 이번에는 과연?
  
  자신에게 쏟아지는 당 안팎의 시선을 김 의장이 모른 체 넘어가지는 않을 분위기다.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도 않다. 내달 9일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이자 그동안 비대위를 중심으로 논의해 온 정계개편과 관련한 당의 진로를 밝혀야 한다. 당연히 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이 이 대목의 핵심이다. 김 의장 측은 "퇴로가 없지 않느냐"고 일전불퇴의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김 의장을 둘러싼 몇 가지 난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선 탈당은 노 대통령의 카드이지 김 의장의 카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정봉주 의원은 "비공개로 양측이 만나서 마침표든 쉼표든 찍어야겠지만, 당이 먼저 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김 의장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정계개편의 최대 분수령인 노 대통령의 '탈당 변수'를 해체하거나, 그 의미를 최소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 의장이 강조한 '당 주도권'은 의지의 표현으로는 해석 가능할지 몰라도 뾰족한 답으로 보기는 어렵다. 노 대통령이 탈당 카드를 쥐고 지속적으로 판을 흔들 경우 딱히 대응할만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 의장이 가팔라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도해 나갈 수 있을지도 지극히 불투명하다. 당 의장 신분인 그는 뒷전에 물러나 상황을 관망하면 되는 다른 대선 주자들과 처지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김 의장의 리더십과 관련된 이 문제는 지난 2일 당의 진로가 논의 주제였던 의원총회를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상당수 의원들은 통합 논의기구 구성을 통한 본격적인 정계개편 준비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 등 지도부가 갈피를 못 잡는 사이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나서서 상황을 무마해버렸다.
  
  28일 심야에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이 가파르게 전개되는 갈등국면을 "감정을 가라앉힌 뒤 길을 찾아보자"고 무마했다는 후문이다. 중진들을 중심으로 김 의장의 행동을 제약하는 '소리 없는 브레이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봉주 의원도 "지금 추가적인 액션을 취하는 것이 얼핏 보기에는 자극적이고 액티브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항생제 치료법 정도이지 본질적인 치유 방법은 아니다"며 냉각기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의원들의 즉자적인 반응과는 사뭇 다른 의견이 당 내에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치환경을 주도해나가기 이전에 그는 계파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당내의 정계개편 논의를 조율해야 한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도착지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노 대통령이 탈당 카드를 던진 이후부터 이어지는 김 의장의 '침묵'은 이 같은 난제를 받아 든 고민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 당 의장직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곧 대선주자 김근태의 입지로 직결되는 만큼 고민의 시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매듭지으라고 그에게 위임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분명한 것은 각 세력이 자기들의 전략적 필요에 의해 김 의장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당연히 정치인 김근태의 전망도 무너지게 된다.
  
  당의 요구와 개인의 활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 못하면 어느 한 마리도 건질 수 없는 게 김 의장의 처지. 당의 시선은 말 그대로 '반신반의' 속에 김 의장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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