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24일 "공산국가의 인권이 외부의 간섭과 억압에 의해 해결된 예가 없다"며 "햇볕정책이야말로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고 민주화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한 설립 5주년 기념식 격려사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안경환 인권위 위원장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권고안을 곧 내겠다고 밝히고, UN이 북한 인권에 관한 결의안을 낸 이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대중 "북한 인권 파악해도 시정할 방법 마땅치 않아"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의 대북 지원을 통해 북한의 생존적 인권의 해결에는 큰 도움을 줬지만 정치적 인권에 대해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북한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그들의 인권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또 파악하더라도 시정시킬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공산국가들이 개혁 개방을 통해 민주화된 사례를 소개하며 햇볕정책을 통한 "(북한과 남한의) 평화적 공존과 평화적 교류 협력, 평화적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의 시민적 인권에 대해서 현실적 장벽의 탓만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탈북자들을 8000명 이상 받아들여 그들의 인권을 보장했고, "50년 동안 막혀 있던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을 실현시켜 1만3000여 명의 이산가족이 혈육과의 만남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 이전에는 50년 동안 불과 200명이 상봉했을 뿐"이라며 햇볕정책 추진 이후의 성과를 강조했다.
끝으로 김 전 대통령은 "(나의) 집권 당시 많은 난관을 거쳐 만들어낸 인권위가 지난 5년간 이뤄낸 업적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며 "인권위가 출범 5주년을 계기로 북한 인권에도 관심을 갖고 가능한 노력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안경환 "인권위, 더 이상 어리광 부릴 여유 없다"
이날 기념식에서 안경환 인권위 위원장은 "인권위의 탄생은 그 자체가 한국 민주화의 상징적 성과이자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5년 전 설립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약자와 소수자들을 보살피고 인권 감수성을 키워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서 안 위원장은 "국민에 봉사하는 국가기관은 어리광을 부릴 여유가 없다"며 "이제는 신생기관으로서의 미숙함이 변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임채정 국회의장과 이정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브리아인 버드킨 전 유엔인권특별자문관, 김창국ㆍ최영도 전 인권위원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반기문 유엔 차기 사무총장은 "인권위가 국제사회에서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데 대해 긍지를 느낀다"는 내용의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편 이날 행사장 근처에서는 '라이트 코리아' 등 보수 단체 회원 20여 명이 햇볕정책 중단과 인권위 폐지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으며, 이들 중 한 명이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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