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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디어 평양 Dear Pyong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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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디어 평양 Dear Pyongyang

감독,각본 촬영 양영희 | 출연 양영희 수입,배급 시네콰논코리아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7분 | 2006년 | 상영관 CQN명동 <피와 뼈><박치기> 등 일본에서 제작된 재일 한국인의 이야기는 때로 한국에서 제작된 분단 소재의 영화보다 더욱 분단 현실을 실감케 한다. 양영희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도 마찬가지다.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아시아 영화상을 받은 이 진심 어린 다큐멘터리는, 이념과 대의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우리 부모 세대의 초상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가족에 관한 카메라 에세이이기도 하다. 이념적으로 노선을 달리해 평생을 부딪히며 살아왔던 아버지와 딸이 서로를 이해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디어 평양 ⓒ프레시안무비
<디어 평양>이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은 조총련계 핵심 간부로 평생을 북한에 헌신해온 양공선. 이제 70대가 된 양영희의 아버지 양공선은 원래 제주도가 고향이지만, 15세에 오사카로 온 뒤 해방 후 자신의 양심에 따라 북한을 지지하기로 한다. 해방 이후 남북 관계와 재일 교포들의 상황을 설명하는 양영희 감독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이 가족이 어떻게 북한과 일본에 떨어져 살게 되었는지를 이어서 설명한다. 양공선은 1959년부터 시작된 북한의 '귀송사업'을 위해 자신의 세 아들을 북한으로 떠나 보낸다. 하지만 당시 북한을 '지상의 낙원'으로 믿었던 수많은 조총련계 재일교포들의 믿음과는 달리, 북한은 일본과 국교수립을 정상화하지 않았으며, 남한과의 통일에 성공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조국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양공선의 신념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양영희 감독은 오사카에 살고 있는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일상적인 삶을 기록하고 평생토록 지켜온 정치적 신념에 대해 묻는다. 어머니가 북한에 있는 가족과 친지와 친구들에게 돈과 생필품을 조달하는 모습, 북으로 건너간 오빠들에 대한 기억, 양영희 감독이 성장 과정에서 북한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감정에 대한 솔직한 토로가 이어진다. 이어서 영화는 만경봉 호를 타고 북한을 방문하는 양영희 감독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평양 시내의 이국적인 풍경, 집단 체조와 독특한 억양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봐왔던 북한 관련 TV 프로그램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옥류관에서 펼쳐지는 아버지의 진갑 잔치와 부모님 결혼 50주년, 그리고 손주의 능숙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흐뭇해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포착하는 양영희 감독의 카메라는 다니엘 고든 감독의 <어떤 나라>에 비견할 만한 따뜻하고 친근한 기운을 담아낸다. <디어 평양>의 후반부는 양영희 감독과 아버지 양공선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기록한다. 아버지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북한을 조국으로 여기며 살아야 했던 양영희 감독은, 일본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가운데 점차 이념적으로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남한을 방문하거나 국적을 이야기하는 것이 금지되었던 집안에서, 양영희 감독은 아버지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조국'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며, 아버지 역시 딸의 돌출 행동에 언짢아 했던 것이다. 아버지 양공선은 지금도 여전히 조국통일을 염원하며 김정일 '장군'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지만, 딸이 한국 국적을 가지거나 서울로 시집을 간다 해도 용인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지금 영희가 자기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최근에는 정세가 많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병석에 누워 있는 양공선의 모습을 비춘다. 젊은 시절에는 상당한 호남이었던 양공선, 북한의 가족을 방문하고 오사카의 집에서 딸과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던 양공선의 푸근한 얼굴은 온데간데 없다. 병마와 싸우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자신의 정치활동을 도우면서 힘겨운 생을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젖은 목소리는 찡한 울림을 자아낸다. <디어 평양>은 진솔하고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특유의 '진정성'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모범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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