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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해바라기

감독,각본 강석범 | 출연 김래원, 김해숙, 허이재, 김병옥 제작 (주)아이비전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주)블루드래곤엔터테인먼트 배급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16분 | 상영관 메가박스(코엑스), 아트레온, CGV압구정 철없던 십대 시절 저지른 폭력 사건으로 수감되었던 오태식(김래원)이 10년 만에 출소한다. 낡은 손에 쥔 수첩에는 '술 마시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다' '울지 않는다'라는 세 가지 맹세가 적혀 있다. 그가 찾아간 곳은 감옥생활 내내 자신을 감싸주었던 '어머니' 덕자가 운영하는 식당 해바라기. 덕자와 그의 딸 희주(허이재)와 더불어 가족이 된 태식은 카센터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러나 검은 조직과 결탁해 정계에 진출하려는 야심가 조판수(김병옥)가 해바라기 식당을 가로채기 위해 덕자를 위협하면서 과거의 비극이 되살아난다.
해바라기 ⓒ프레시안무비
<해바라기>는 최근 여러 갈래로 진화하고 있는 한국 조폭영화의 새로운 흐름에 포함되는 영화다. 설경구 주연의 <열혈남아>와 같은 범주에 분류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조폭영화의 비극적 주인공을 모성을 앞세운 멜로드라마적 그물망에 포섭하고자 한다. 극중 태식은 자신을 친아들 이상으로 돌봐준 덕자에게 모정을 느끼고, 출감 이후 덕자와 그의 딸을 가족처럼 지키며 개과천선하려 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조폭인 태식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가 채우고 있다. 온몸에 야쿠자 문신을 한 태식은 바로 그런 외모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위협감을 주지만, 문신이 대표하는 과거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태식의 딜레마가 모순을 이루며 잔잔한 웃음을 선사한다. <해바라기>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상당히 전형적이고 대부분 예측 가능하다. 악의 화신인 조판수는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가령 <야수>의 조직 보스 유강진(손병호)과 맞바꿔도 큰 차이가 없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따라서 이 영화의 큰 줄거리는 선량하고 착한 태식의 가족과 악덕 정치가 조판수의 대결 구도로 간단하게 압축된다. 조판수의 배후를 둘러싸고 있는 범죄 조직원들이 과거 태식과 친구이자 동료였다는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영화의 핵심을 뒷받침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이처럼 <해바라기>는 지극히 전형적인 원칙에 따라 줄거리의 기승전결이 전개되는, 아주 쉽고 단순한 이야기다. 조폭이 가족을 위협하는 상황, 악의 존재가 선량한 삶의 의지를 억압하는 설정에서 안타까움과 감동을 자아내려는 의도인 것이다. 상업적 장르영화로서 조폭 멜로드라마의 관습과 규칙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해바라기>는 연출의 공력과 영화적 재미, 시청각적 탄력과 배우의 연기력 모든 부문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그것은 비슷한 외피를 두르고 있는 <열혈남아>와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제작진으로서는 <열혈남아>와 단순 비교되는 것을 꺼려하겠지만, <열혈남아>가 질펀한 삶의 이야기이자 인간적 정리(情理)에 대한 끈질긴 탐색을 반영했던 반면, <해바라기>에는 그런 집요함이 없다. <열혈남아>보다 더 쉽고 가벼운 호흡으로 드라마를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상업적으로는 유리할지 모르겠지만,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그저 무난한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특히 (예고편에도 여러 차례 나왔던) 클라이맥스 액션 신에서 태식의 야수성이 포효하는 순간들은 갑작스럽고 과장되어 있다. 상영시간 3분의 2 이상을 어수룩한 건달로 등장하다가 마지막 순간 갑자기 뜨거운 복수의 화신이 되고 마는 태식의 변화에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김해숙과 김병옥 등 중견 배우들의 연기가 오히려 더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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