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귀국 피아노독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조은아(32). 그에게선 오랜 기간 외국에서 지내면서 몸에 배인 듯한, 다른 연주가들에게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편안함이 묻어나왔다.
"주변인으로 지내며 다른 이들에 대한 관심 높아져"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그의 무엇을 변하게 한 걸까?
"한국에 있을 때는 주변인으로 있어본 적이 없는데 외국에 지내며 언저리로 밀려나면서 나 아닌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독일에서 유학하던 도중 호스피스 교육을 받은 적도 있어요.
또 독일에서는 한국에서 입양된 친구들을 많이 만났지요. 그들의 뒷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기가 막힌 이야기도 많아요. 입양아들을 위해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치기도 했지요."
1997년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조은아 씨는 독일 하노버 음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음악학 학위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2006년 프랑스 말메종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뒤 지난 8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오랜 유학 생활 중 그에게 가장 많이 위로가 됐던 것은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의 글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신영복 교수의 글을 읽었던 그는 유럽 땅에서도 <강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주변의 이방인으로 머문 상황이 선생님이 감옥에 계셨던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감정 투영이 많이 됐죠. 어찌 보면 선생님이 하시는 고전 강의 또한 제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고전을 계속 반복해서 재해석하고 의미를 찾는다는 점은 클래식 음악 연주와 동양고전 연구가 갖고 있는 공통점 아닐까요."
"종합선물세트처럼 흥미진진한 연주회 기대하세요"
10년 간의 유학 생활은 그의 음악에도 무시못할 영향을 끼쳤다.
독일의 지방지인 민덴신문(Mindener Blatt)은 그의 연주를 두고 "테크닉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는 피아니스트는 많지만 음악적 내용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연주자는 드물다.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조은아는 내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독창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고 평가했다. 또 스승 크리스티안 이발디는 그를 두고 "고도의 집중력과 인간적이고 따스한 감정이 배어나오는 연주자"라고 말했다. 그의 음악적 매력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귀국 연주회는 종합선물세트와 같다"고 말하는 조은아 씨. 이번 연주회는 그가 독일과 프랑스에서 보낸 유학 생활 중 착실히 공부했던 곡들을 연대기적으로 두루 골랐다고 한다.
"아직 특별한 제 스타일을 고집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고 생각해요. 연주회의 특징이라면 특히 한국에서 잘 연주되지 않는 곡들을 골랐다는 점이죠. 그런 곡들을 발굴해서 소개시켜주는 일에 재미를 느껴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27번 마단조'와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4번 다단조' 등 그의 연주회에서는 흔히 실연으로 즐길 수 없는 곡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스크리아빈의 '불꽃을 향하여'와 라벨의 소나티네 등도 그가 유학 기간 중 배운 느낌을 살려 도전하는 새로운 곡들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대학원과 카이스트(KAIST)에 출강 중인 그는 앞으로 좀 더 피아니스트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싶다고 한다. 이방인으로서의 낯섦을 따스한 연주로 소화했던 그가 앞으로 한국에서 펼치게 될 행보가 기대된다.
연주회 문의는 전화(02-3436-5929) 또는 인터넷(www.ticketlink.co.kr)을 통해 가능하다. 입장료는 전 좌석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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