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지난 17일 개막돼 24일까지 계속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고 있다. <편집자>
<모래 군(郡)의 열두 달>, 알도 레오폴드 지음, 송명규 옮김, 따님, 2000년.
'근대 환경윤리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알도 레오폴드가 미국 위스콘신 강 인근 모래땅 농가에서 10년 동안 생활하면서 땅과 자연에 대한 경험과 관찰과 사색을 기록한 책. 1949년 출간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1960년대 들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운동의 철학적 기반으로 자리 잡았고 '현대 환경운동의 바이블'이라고까지 평가받기도 한다. 미국의 어느 학자는 지은이에 대해 "율법은 전했지만 그 자신은 살아서 약속의 땅을 밟지 못한,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새로운 자연보존 운동의 모세"라고 추앙했다.
이 책은 "더 크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욕조를 탐하다가 그것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심지어 수도꼭지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안전성조차 상실해버렸다"고 진단하면서, 땅을 포함한 자연환경을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수단으로만 보는 한 재앙은 필연적이며, 이젠 자연환경을 인간이 속한 '생명공동체'로 보는 시각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인간에게만 적용됐던 윤리를 동식물은 물론 토지에까지 확대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1편과 2편에도 자연과의 아름다운 대화,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한 환희와 그것의 상실에 대한 아픔 등이 잘 나타나 있지만, 역시 이 책의 압권은 '토지윤리'를 다룬 마지막 편이다. 지은이 주장의 핵심은, 아직도 땅은 인간이 향유하는 재산에 머물러 있으나, 이젠 땅이 건강할 수도 아플 수도 있는 유기체로, 곧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토지 이용을 오직 경제적 문제로만 생각하지 말라. 낱낱의 물음을 경제적으로 무엇이 유리한가 하는 관점뿐만 아니라 윤리적·심미적으로 무엇이 옳은가의 관점에서도 검토하라. 생명공동체의 통합성과 안전성, 그리고 아름다움의 보전에 이바지한다면, 그것은 옳다. 그렇지 않다면 그르다."
이 책은 세월을 뛰어넘어, 거대한 진화의 오디세이에서 인간은 주인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의 동료 항해자일 뿐이며, 공기와 바람이 우리의 것이 아니듯이 땅 역시 우리의 것이 아닌 자연공동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생명세계의 장엄함과 신비로운 영속성에 대한 겸허한 찬미 속에서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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