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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메이저와 공생할 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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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메이저와 공생할 길 찾는다

[이슈 인 시네마] <후회하지 않아> 등 CJ배급망 타

영화 <후회하지 않아>가 화제다. 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아온 <후회하지 않아>가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개봉 3일만에 관객 1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관객 천만도 훌쩍 넘는 시대에 만 명이 무슨 화제거리냐 싶겠지만, 상영관을 잡기 쉽지 않은 비상업 영화임을 감안했을 때 <후회하지 않아>의 1만 명 관객 돌파는 주목할 만한 것이다. 올해 독립영화로서 관객 1만 명을 동원한 것은 <후회하지 않아> 뿐만이 아니다. <내 청춘에게 고함>도 1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사이에서>는 2만 3천여 명을 기록했다. 근래 한국 독립영화의 활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만 명을 넘기기 힘들다는 독립영화계에서 1, 2만 관객을 기록하는 흥행작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 독립영화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여기에는 대기업의 자본이 한 몫을 한다. 대기업과 독립영화가 공조체제에 들어선 것. 물론 여전히 예산 부족과 배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립영화들이 대부분이고 대기업의 지원은 몇몇 작품에 한정돼 있다. 또한 이 만남을 바라보는 충무로의 시각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만성 제작비 부족과 배급 난항을 겪었던 독립영화계에 대기업과의 공조는 분명 큰 변화다. 악어와 악어새? 독립영화와 대기업의 공조
후회하지 않아 ⓒ프레시안무비
<후회하지 않아>는 현재 9개관에서 상영 중이다. 제작사 청년필름은 관객의 반응이 뜨거워 이번 주 흥행스코어를 본 후, 상영관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후회하지 않아>의 선전에는 영화 자체의 작품성과 대중성도 있지만, 외부의 지원도 무시할 수 없다.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 지원을 받은 <후회하지 않아>는 필름포럼을 제외하고 CGV압구정, 상암, 강변, 용산 등 대표적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에서 상영 중이다. 영진위의 배급 마케팅 지원작으로 선정됐던 <후회하지 않아>는 CJ CGV로부터도 마케팅 지원비를 받기도 했다. <후회하지 않아>는 현재 독립영화계에서 일고 있는 독립영화와 대기업의 협력 체제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청년필름의 심현우 팀장은 "대기업의 자본이 영화의 흥행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멀티플렉스에서의 상영은 흥행의 거점을 확보하고 일반 관객에게 영화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의 공조는 최근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대기업의 자본이 유입되면서 독립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원활해졌음은 물론이다. 이는 곧 최근 독립영화계의 활발한 움직임과도 연결된다. 독립영화와의 공조체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는 곳은 바로 CJ엔터테인먼트와 CJ CGV. 최근 개봉한 대부분의 독립영화들이 두 기업의 배급망을 탔다. <후회하지 않아>를 비롯, 올해 개봉한 <방문자>, <브레인 웨이브><피터팬의 공식>은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 지원을 받았다. <8월의 일요일들>과 <사이에서>는 CJ CGV의 지원을 받은 영화들. CJ CGV는 이들 영화의 제작과 마케팅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엔터테인먼트 투자팀의 김건식씨는 "현재 CJ는 마케팅과 배급만을 지원하고 있지만, 제작과 투자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독립영화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는 내년에도 독립 영화 10편을 더 배급할 계획이다. "인디영화를 위한 CJ의 1차적 목표는 배급 개념이 뚜렷하지 않았던 독립영화의 상영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김건식씨는 덧붙여 말한다. 대기업의 지원이 다가 아니다 물론 모든 독립영화가 CJ엔터테인먼트나 CJ CGV의 지원을 받아 완성, 개봉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13일 총 9개관에서 개봉해 1만 5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내 청춘에게 고함>은 CJ엔터테인먼트나 CJ CGV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 <내 청춘에게 고함>의 총 제작비는 10억.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공동제작지원금 3억원, 일본 TV 방송국 NHK로부터 4억 원을 지원 받아 만들어졌다. <내 청춘에게 고함>은 예술영화 전용관 필름포럼에서 설립한 영화제작배급사 이모션픽처스가 처음으로 제작한 독립영화. 이모션픽처스는 현재 '리얼스포츠 영화'를 표방한 또 한편의 독립영화 <비상>을 제작해 개봉 준비 중이다.
8월의 일요일들 ⓒ프레시안무비
CJ엔터테인먼트나 CJ CGV의 지원금만 가지고 영화 한 편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1998년 설립돼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로 활동해왔던 인디스토리 역시 최근 <8월의 일요일들>을 시작으로 독립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8월의 일요일들>은 지난 9월 29일 4개관에서 개봉해 2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8월의 일요일들>의 총제작비는 약 2억 원. 이 중에 CJ CGV로부터 지원 받은 제작비는 3천만 원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지원금을 받지 않고 어렵사리 영화를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을 잡지 못해 개봉하지 못하는 독립영화들도 허다하다.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길> 역시 우여곡절 끝에 2년 전인 2004년 만들어졌으나 개봉을 못하고 있다가 영화사 스폰지의 배급으로 지난 11월 2일 서울의 한 개 극장에서 개봉 했다. 최근 일본 인디영화 수입작의 흥행 성공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사 스폰지 역시 꾸준히 한국 독립영화를 제작, 배급해 오고 있는 곳이다. <철수♡영희>, <거칠마루>, <온 더 로드 투> 등의 독립영화를 제작했으며 김기덕 감독의 <시간>, <길> 등의 영화를 배급을 맡았다. 과도기, 독립영화가 살 길 독립영화계에 대기업의 자본이 유입되고 <내 청춘에게 고함>, <사이에서>, <후회하지 않아> 등의 영화가 작은 흥행을 이어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 독립영화계가 축제 분위기인 것만은 아니다. <내 청춘에게 고함>이 1만 5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은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이례적인 흥행 성공으로 손꼽히는 일이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제작비를 환수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제작사 이모션픽처스의 설명. 더욱이 대기업의 지원 제작 시스템에 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CJ엔터테인먼트와 CJ CGV의 지원은 한국의 수많은 독립영화 중에서도 극소수라 할 만한 몇 편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CJ엔터테인먼트와 CJ CGV의 지원으로 한국의 독립영화계가 실질적으로 큰 자금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에 관해 인디스토리의 오주은 기획홍보실장은 "대기업이 독립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단기적인 지원 계획보다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독립영화가 안정적으로 제작, 배급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에서 ⓒ프레시안무비
독립영화계의 고민은 그 뿐만이 아니다.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한정되어 있다는 문제 또한 피해갈 수 없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CGV가 4개의 인디 상영관을 마련해 독립영화들을 상영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곳과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한 전국 몇 개의 예술영화 전용관만 가지고는 한해동안 만들어지는 수많은 독립영화들의 상영의 기회를 보장하기 어렵다. 한국의 영화 상영 시스템이 지극히 멀티플렉스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다는 것이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원 사무국장은 "한국영화 시장 안에 다양한 영화들을 위한 다양한 상영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멀티플렉스 극장이든, 예술영화 전용관이든, 독립영화 전용관이든 또는 극장 개봉이 아닌 다른 통로를 통해서든 다각적으로 독립영화의 상영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에 관해 원승환 사무국장은 "현재 CJ 엔터테인먼트나 CJ CGV가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방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독립영화 상영관을 확보하고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극장 체인을 가지고 있는 다른 대기업들의 수수방관을 질책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환원의 책임이 있는 대기업들이 상영기회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외부의 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독립영화계 스스로 분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모션픽처스의 박상백 실장은 "독립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된다고 해도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상업영화와 마찬가지로 7천 원을 주고 보는 영화일 뿐"이라며 "결국 문제는 영화적 완성도와 질"이라고 말했다.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범주에 연연하지 말고 영화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한국 독립영화의 지형도가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한국 독립영화는 보다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의 정착과 시장 확대로 가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내년을 목표로 보다 강화된 독립영화 제작 펀드 조성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독립영화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예측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독립영화의 제작과 배급의 활로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논의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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