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17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론스타코리아 유회원 대표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불복해 서울중앙지법에 준항고를 청구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준항고가 명시된 형사사송법 416조 규정에 따라 준항고를 청구했다. 대법원에서 영장전담 판사의 영장 기각에 준항고나 항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있었지만 최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사실상 구속 전 재판처럼 운용되는 등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어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법상 영장을 재청구해 불복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지만 재청구 영장의 심사 절차를 들여다보면 담당 판사가 독립적 입장에서 재심사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준항고가 기각되거나 각하될 경우 대법원에 재항고를 청구해 최종 판단을 받을 계획이다.
채 기획관은 "현행 시스템은 단독 판사인 영장전담판사가 내린 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아무 장치가 없다"며 "영장심사에 대해 준항고, 재항고가 허용돼야 영장 기각ㆍ발부 판례를 축적해 바람직한 영장 발부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영장 기각이 잦아지면서 수사 장애가 초래되고 형사사법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 형평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검찰 수사에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것이다.
검찰이 준항고를 청구한 유 대표는 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 론스타 경영진과 공모해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하고 채권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네 차례 청구됐으나 모두 기각됐다.
채 기획관은 자신의 전날 '수사 조기종결' 발언과 관련해 "의미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됐다. 핵심인물의 신병 확보에 실패해 중요한 의혹을 밝히는 수사가 사실상 벽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지 조기에 사건을 덮는다든가 영장 기각에 대한 항의성이라는 취지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이상훈 형사수석부장판사는 "검찰이 항고나 준항고를 하면 항고ㆍ준항고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항소부에 사건을 배당해 다른 항고사건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법률과 절차에 따라 사건을 심리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1997년 9월 '재판장 또는 수명법관(합의부 판사)이 한 재판의 준항고는 가능하지만 수사기관의 청구에 의해 압수영장 등을 발부하는 독립된 재판기관인 지방법원 판사의 재판은 준항고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어 검찰의 이번 청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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