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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나와 당신과 우리 삶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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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나와 당신과 우리 삶이 있더라"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첫 사진전 '모든 것이 되는 시간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사진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주로 사진 찍히는 존재였던 이들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도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왜곡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세상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사진은 이들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들에게도 사진 찍기는 피해야 할 거북스러운 일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됐다. 나를 드러내고,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는 매개체가 됐다. 일상에서 순간순간 자신이 느낀 감정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됐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처음으로 사진전을 갖는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한 지원단체인 사단법인 막달레나 공동체(이사장 이옥정)는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블루'에서 사진전 '모든 것이 되는 시간'을 개최한다.
▲ 웃음 한 숟가락ⓒ막달레나 공동체

막달레나 공동체는…

막달레나 공동체(www.magdalena.or.kr)는 지난 1985년 용산에 문을 연 '막달레나의 집'을 모태로 한다. 국내 첫 성매매피해여성 지원단체인 '막달레나의 집'은 당시 용산 지역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상대로 상담활동을 하던 이옥정 이사장(58)과 미국인 문애현(요안나) 수녀가 만들었다.

막달레나 공동체는 현재 서울 용산에 '막달레나의 집'과 '너른쉼터', 인천 강화에 '보듬네' 등 세 곳의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보듬네'는 국내 처음으로 만들어진, 성매매에서 벗어난 중.장년 여성들을 위한 그룹홈이다.

또 용산 지역에서 현장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의료·법률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탈성매매 여성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런 자활지원 프로그램은 단순히 검정고시나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피해 여성이 서로를 지지집단으로 만드는 '동료교육', '경계허물기' 등 다양한 의사소통 및 자기 치유 프로그램과 병행하게 돼 있다.

막달레나 공동체는 지난 20여 년간의 활동을 기반으로 <막달레나, 막 달래나?>(이옥정 구술, 개마서원 펴냄), <용감한 여성들, 늑대를 타고 달리는>(막달레나의 집 엮음, 삼인 펴냄), <동료교육에서 희망을 본다>(막달레나의 집 펴냄) 등 9권의 탈성매매 관련 책을 펴내기도 했다.

"알고 보니 나도 예쁘구나"

이 사진전에는 막달레나 공동체의 세 곳의 쉼터에 머무르고 있는 10대부터 60대 여성 20여 명의 작품 30여 점이 전시된다. 이 작품들은 프리랜서 사진작가 김정하 씨가 지난 6월부터 이 곳 여성들과 함께 한 '렌즈로 보는 일상' 프로그램의 결과물. 김 작가는 막달레나 공동체의 행사 사진 등을 찍어주는 자원봉사자로 이들과 인연을 처음 맺었었다.

올 6월 초 이들에게 처음 디지털 카메라를 쥐어줬을 때만 해도 이들은 사진 찍자고 하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고 한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차츰 이들에게 사진 찍기는 익숙한 일이 됐다. 넉넉하다고 생각했던 폴라로이드 필름은 일찌감치 동이 났고,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는 수시로 비워줘야 했다.
▲ 새 주름치마를 입고 한 바퀴…ⓒ막달레나 공동체

"알고 보니 나도 예쁘구나."

유난히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해 카메라만 들이대면 화를 내던 한 여성도 이렇게 변했다.

막달레나 공동체의 실무자들이 주위 사람들과 후원자들에게 때로는 감언이설로, 때로는 우격다짐으로 카메라를 빌려서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 여성들은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닐 수 있었다.
▲ 일을 마치고ⓒ막달레나 공동체

▲ ⓒ막달레나 공동체

사진 프로그램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 8월, 자연스럽게 전시회를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들의 일상은 사진이라는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세상과 접속하게 됐다.

전시회 명인 '모든 것이 되는 시간'은 성경(고린도전서)의 한 구절인 "모든 이로부터 자유로운 몸이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얻기 위해 스스로 모든 이에게 종이 됐다. 약한 이를 얻기 위해 약한 이에게는 약한 몸이 됐고, 몇 사람을 구하고자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됐다"는 말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김정하 작가는 "현재 우리를 잘 표현해 주는 말이라고 생각해 붙였다"고 말했다.

사진 프로그램과 전시회 준비 때문에 '막달레나의 집'에 기거하고 있다는 김 작가는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이 시간들을 지내오면서 나는 그저 함께 하고 있을 뿐인 서로를 발견했고, 이 순간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진실한 마음이야말로 특별한 것임을 느끼게 됐다. 진심으로 다가서는 것들이야말로 우리를 특별하게 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인 지극히 작은 한 사람일 뿐인 이들은 그래서 정말 소중하고 특별하다."

이들의 전시회에 가면 평범해서 더욱 빛나는 사람과 시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문의 : 02-6401-8381, 02-704-8382
▲ '큰 언니'의 하늘ⓒ막달레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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