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 교육을 강조하는 내용의 일본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15일 야당의 불참 속에 중의원 특별위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16일 본회의 가결에 나선다.
1947년 공포된 일본 교육기본법은 패전의 산물로 '개인의 존엄'이라는 가치를 중시한 일본 교육의 헌법으로 불려왔다. 제정된 뒤 한 차례의 개정도 없었으며 개정 시도는 '금기'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애국심'과 '전통' 등 국가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 법의 개정을 호소했으며 정권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했다. 현행 교육기본법은 어떤 내용이며 개정시 어떤 파장이 있을까.
■ 현행 교육기본법은 군국주의 낳은 일왕 '교육칙어' 부정의 산물: 일본의 교육기본법은 헌법이 시행된 해인 1947년 공포, 시행됐다. 침략전쟁을 일으킨 반성에서 만들어진 헌법 정신의 '평화주의'의 이념 실현을 기치로 제정, 헌법과 함께 '전후 평화주의'를 받치는 두 기둥으로 불렸다.
11개조로 구성된 이 법은 패전 때까지 일본 교육을 지배하며 '신민(臣民)의 충효'를 국체의 정신으로 규정하며 국가.군국주의의 정신적 기반을 강화했던 메이지(明治) 일왕의 '교육칙어'(敎育勅語)를 부정하고 '개인의 존엄'이라는 민주의식을 전면 반영했다.
제정된 이래 한 차례의 개정도 없었다. 전후 보수세력들이 여러차례 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자칫 전쟁 전 군국주의 교육으로의 복귀를 걱정하는 여론의 반대로 좌절돼 왔다.
■ 개정안은 '애국심' '전통' 중시: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하는 태도를 함양한다.' '공공의 정신에 기초해 주체적인 사회의 형성에 참가하고 그 발전에 기여하는 태도를 함양한다.' '교육은 부당한 지베에 굴복하지 않고 그 법률 및 다른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개정안에서 논란이 되는 대목은 이와 같다. 특히 '애국심 조항'이 시민사회와 야당 일부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조항에 맞춰 관련법규나 학습지도요령이 차례로 개정될 경우 학교 교육에서 민주의식의 함양은 뒷전이 되고 국가주의 및 배타주의를 심는 쪽으로 기울 것을 크게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교육은 (..) 그 법률 및 다른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조항도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학교교육법과 이에 근거한 학습지도요령이 강제적 성격을 갖게 돼 학교 현장에서 기미가요(일본 국가) 제창과 히노마루(국기) 게양시 기립 등을 강요하는 데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가주의 교육' 심화 우려: 아베 정권은 이른바 '아름다운 국가'의 실현을 주창하며 집권하고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지역, 국가를 중시하는 '공공의식의 함양'이 요구된다는 입장을 천명해 왔다.
이러한 개정 움직임이 여론의 지지를 받게된 것은 학력저하의 경향 속에 고이즈미(小泉) 전 정권 이후 가팔라진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로 국가가 학교교육에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됐기 때문이다.
일본 진보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개정안이 그대로 가결되면 학교현장에서 '국가주의 교육'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6일 사설에서 "애국심이 법률로 정해지면 교실에서는 국가를 사랑하라고 획일적으로 가르치게 되지 않을까"라며 "현행 교육기본법의 전문은 '우리들은'으로 시작한다. 이는 전쟁 전 일왕의 교육칙어를 대신해 국민이 교육에 관해 의사를 보여야 한다는 선언"이라며 개정안으로 학교 교육이 자칫 전전(戰前)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걱정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도 교육내용에 권력의 개입이 강해질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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