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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양 60주기 앞두고 '중도'를 다시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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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양 60주기 앞두고 '중도'를 다시 고민한다

[화제의 책] 몽양 여운형 일대기 역사소설 <血濃於水>

1947년 암살된 몽양 여운형. 민족 분단을 막기 위해 몸을 바친 그는 살아 생전 남과 북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남 측 이승만 세력은 몽양을 '빨갱이'로 몰았고 북 측 김일성 세력은 그를 '기회주의자' 혹은 '회색분자'로 불렀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60년 가까이 지났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돼 있고, 우리 사회도 진보와 보수, 좌와 우로 나뉘어 살벌한 이념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좌도 우도 아닌 중도의 길에서 민족 통합을 위해 노력했던 몽양의 사상은 찬성과 반대를 떠나 현재의 시점에서도 유효하며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몽양 서거 60주기를 맞아 재출간된 <혈농어수, 몽양 여운형의 일대기>(강준식 지음. 아름다운책 펴냄)가 갖는 시대적 의미가 더 깊게 느껴지는 이유다.

반세기가 넘은 분단. 여운형의 사상은 '현재 진행형'

각 권 690여 페이지 분량의 세 권으로 이뤄진 이 책은 대하소설의 형식을 빌고 있다. 1993년 <적과 동지>라는 제목의 7권짜리 시리즈로 나왔다가 내년 몽양 서거 60주기를 앞두고 '혈농어수'라는 제목으로 재출간 됐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뜻의 제목 '혈농어수'(血濃於水)에는 '이념보다 민족이 중요하다'는 몽양의 지론이 담겨 있다.

저자 강준식 씨는 새로 펴낸 책의 머리말에서 "해방정국에서 통합작업에 주력한 것은 중도세력이었고, 좌도 실체가 있고 우도 실체가 있으니 서로의 존재를 1대 1로 인정하면서 서로간의 상이점을 좁히고 공통점을 늘려감으로써 통합하고자 했던 것이 여운형"이라며 "극우파와 극좌파를 움직인 심적 동인은 상대에 대한 증오였으나, 여운형의 통합론은 서로를 아우르는 사랑의 정신에 기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 ⓒ프레시안

저자는 또 "내년에 우리는 몽양 서거 60주기를 맞는데, 극우정권에 대한 반동으로 태동하게 된 한국의 새 정권들은 기존세력들로부터 좌파정권이라는 공격을 받아 왔다"며 "그 실체가 어떤 것이냐와는 별개의 문제로 이 땅에는 지금 다시 진보-보수의 이념논쟁과 편 가르기가 횡행해 국론이 분열되고, 국가성장의 동력이 잠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이어 "그렇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제 세력들이 어떻게 나라를 끌어 나갈 것이냐 하는 방법의 문제에 집착했기 때문인데, 개인이든 국가든 '어떻게?'를 앞세우면 서로 분열하게 마련"이라며 "우리는 삶의 방법이나 방향에 앞서 우리가 누구이며 누구로서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아이덴티티의 문제로 다시 되돌아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친일파, 친미파, 친소파니 하는 각종 비난을 들어야 했던 여운형은 언제나 '우리가 누구인가?'하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되돌아가곤 했다"며 "그랬기에 일본과 협상했지만 그는 '사냥개의 이빨처럼' 깨끗할 수 있었고, 미국과 협상했지만 '미국 놈에게 놀아나지' 않았을 수 있었으며, 소련과 접촉했지만 '붉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그의 중심에는 언제나 혈농어수의 정신이 있었고, 좌우이념의 한 가운데에서 좌우 양쪽을 아우르려 한 그의 합작정신도 바로 이 같은 정체성 확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철저한 고증과 객관적 서술…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해"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이 소설의 권말에 실린 서평을 통해 "<혈농어수>에서 여운형은 해방정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중적 지도력을 갖는 자유주의적 형식과 사회민주주의적 내용을 갖는 민주주의자로 부각된다"며 "오늘의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민족통일을 성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때 작가가 광복 후 역사기술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매우 현재적"이라고 평가했다.

소설의 형식을 빌고 있지만 역사서에 가까울 정도로 철저한 고증을 통해 픽션으로 재구성됐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을 걱정할 필요는 별로 없어 보인다. 저자는 7년에 걸쳐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의 책 300권 분량에 달하는 자료를 섭렵하고, 생존자 70여 명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그래서 강만길 교수(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는 "이 책은 사실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인간과 사물의 운동법칙에 대한 과학적 인식에 토대를 두고 있다"며 "이 책은 해방정국에 처한 인간들의 도전과 실험, 객관적 조건을 반세기가 지난 오늘도 우리들에게 여전히 살아 있는 역사적 현실로서 밝혀낸다"고 평했다.

최 교수도 "<혈농어수>가 갖는 강한 설득력은 작가가 자신의 관점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 서술의 객관성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가 자신의 구도를 그려내기 위한 도구로 조작한 인물들이 아니라 그들 모두 그들의 위치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실제 존재에 가까운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혈농어수…>는 고 강원용 목사와 장명국 내일신문 사장, 이기형 민족작가회의 고문 등이 재발간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몽양 여운형 선생 기념사업회의 여철연 회장과 여익구 부회장, 장명국 부회장 및 함양여씨 종친회 등의 지원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저자 강준식(59)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한 때 목사가 되기 위해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기도 했으나 중도에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학, FTU대학에서 문학, 정치학, 경제학 등을 공부했다.

196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미국에서는 유신시절부터 5공화국 중반까지 시카고 및 뉴욕 동아일보, 뉴욕 대한일보, 뉴욕일보, 뉴욕 조선일보 등에서 편집국장 및 논설주간 등 언론활동을 했다.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당시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보비서와 대변인을 맡았고, 최근에는 강원랜드의 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서양바람 동양바람>, <김우중의 대도전>, <다시 읽는 하멜표류기>, <삼국시대의 스파이> 등이 있고, 평역서로 <모택동의 시와 정치>, <쓸모없는 것이 쓸모 있다-장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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