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메가박스 일본영화제'가 11월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다. 2004년 처음 열린 메가박스 일본영화제는 최신작을 비롯,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과거 일본 영화들을 차례대로 선보이면서 국내 최대 일본영화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일본영화 특유의 감수성에 목말라 했던 영화팬들의 열렬한 지지로 영화제는 매년 평균 70%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다. '꿈과 사랑'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올해 메가박스 일본영화제가 선보이는 영화들은 모두 18편. 상영 편수로만 보면 40 여 편 이상이 상영됐던 1,2회에 비해 적지만, 2000년 이후 제작된 영화들로서 동시대 일본영화의 감성을 대표하는 영화들이다. 청춘물과 멜로, 휴먼 드라마, 판타지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독특한 개성과 감성들로 무장한 18편의 영화들 중 유난히 반짝이는 작품 5편을 모아 소개한다.
<편지> 감독 쇼노 지로 | 2006년 | 야마다 타카유키, 다마야마 테츠지, 사와지리 에리카
개막작으로 선정된 <편지>는 살인을 저지른 형 때문에 꿈도 사랑도 잃어버린 한 청년의 이야기. 어두운 표정으로 남의 눈을 피해 다니는 나오키는 형인 다케시가 평생의 짐이다. 다케시가 나오키의 학비를 위해 물건을 훔치다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 것. 그러나 어렵게 다시 사랑이 찾아오자 나오키는 형과의 인연을 끊기로 결심한다. 연출을 맡은 쇼노 지로 감독의 이름은 생소하지만 배우들의 얼굴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꽤 익숙하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 형을 저버리는 동생 나오키는 <전차남>의 소심남을 연기했던 야마다 타카유키가 연기한다. <박치기!>와 <유실물>, 드라마 <1리터의 눈물>로 한국에서 인기를 모은 사와지리 에리카도 만날 수 있다.
.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감독 신죠 타케히코 | 2006년 | 미야자키 아오이, 타마키 히로시, 구로키 메이사
<좋아해><나나>로 알려진 미야자키 아오이가 주연한 멜로물.대학 입학식 날 처음 만난 마코토에게 시즈루는 첫 눈에 반한다. 같은 취미를 가져보기도 하면서 언제나 마코토 옆에 머물러 있지만 마코토는 시즈루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시즈루는 아무 말없이 마코토를 떠난다. 올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의 폐막작이다.
. . . . <요괴대전쟁> 감독 미이케 타카시 | 2005년 | 124분 | 가미키 류노스케, 미야사코 히로유키, 구리야마 치아키
<착신아리>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한 판타지 영화. 일본에서 전래된 요괴들이 대거 등장한다. 10살 소년 타다시는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의 고향인 돗토리에서 엄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마을에서는 축제가 열리고 타다시는 얼떨결에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기린 라이더'로 뽑힌다. 그 즈음 전 세계에는 요괴의 대습격이 시작된다. 악마 가토가 인류멸망을 위해 인간들의 쓰레기와 요괴를 합체시킨 '기카이'를 지구상에 내려보낸 것. 타다시는 두렵지만 '기린 라이더'의 사명감을 안고 요괴들과의 대전쟁에 나선다. 스토리만 보면 아동용 영화같지만 CG와 특수조형으로 표현된 요괴들의 모습과 대결투씬이 볼만한 영화다. 수만 가지 표정과 재주를 선보이는 요괴들의 모습은 무섭다기 보다 웃음을 자아낸다. 올해 환경영화제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미리 선보인 바 있다.
. <터치> 감독 이누도 잇신 | 2005년 | 116분 | 나가사와 마사미, 사이토 쇼타, 사이토 케타, 다쿠마 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로 이와이 순지와 함께 국내 영화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일본 감독 이누도 잇신의 작품. 일본에서 1억 부 가량 팔리면서 대히트를 기록한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쌍둥이 형제와 그들과 친남매처럼 자란 소녀 미나미의 사랑을 그린 청춘 영화다. 고교 야구부 에이스로 활약하는 동생 카즈야에 반해 형 타즈야는 사람들에게 별 볼일 없는 아이로 여겨진다.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미나미도 카즈야를 좋아하는 눈치다. 그러나 사실 미나미가 속으로 끌리는 사람은 타즈야. 엇갈리는 감정 속에 이들은 비극을 맞이한다. 이누도 잇신의 맑은 감성을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영화다.
. <눈에 바라는 것> 감독 네기시 키치타로 | 2006년 | 112분 | 이세야 유스케, 사토 코이치, 고이즈미 쿄코, 후키이시 카즈에
제18회 도쿄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영화. 일본 로망 포르노의 대표주자였던 네기시 키치타로 감독이 선보이는 휴먼 드라마다. 성공을 위해 고향을 등지고 도쿄로 떠났던 마나부는 사업에도 실패하고 아내와도 이혼한 뒤 13년만에 고향인 홋카이도를 찾는다. 그러나 가족도 버리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마나부가 형 타케오는 탐탁치 않다.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마나부는 타케오의 축사에서 도살직전에 있는 운류라는 말과 교감하며 서서히 용기를 얻고 깊은 골이 새겨졌던 형제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서로가 반갑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한 두 형제의 감정이 하얀 설원 위에 펼쳐진다. 홋카이도의 풍경뿐만 아니라 지방색이 뚜렷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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