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자동차의 인생 성찰

[DVD 월드] 카 Cars

감독 존 래세터 목소리 출연 오웬 윌슨, 폴 뉴먼, 보니 헌트 시간 116분 | 화면비율 애너모픽 2.39:1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5.1 출시 브에나비스타 | 2006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훌륭한 영화 뿐 아니라 풍성한 DVD 타이틀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몬스터 주식회사><니모를 찾아서><인크레더블> 같은 픽사 전작들의 DVD는 모두 막대한 분량의 서플먼트와 완벽한 화질과 음질의 퀄리티로 하드웨어 기기를 테스트하는 '레퍼런스 타이틀'로도 손색이 없었던 타이틀이었다. <니모를 찾아서><인크레더블> 같은 타이틀은 이미 작품 제작 단계부터 DVD 출시를 염두에 두고 픽사 스튜디오 내부에 DVD 전담반을 따로 구성해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게다가 올 초에는 <토이 스토리>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스페셜 에디션이 새로 발매되어 팬들을 더욱 기쁘게 했다. <카>의 DVD가 어떤 포맷과 구성으로 출시될 지, 픽사의 팬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당연했다.

카 ⓒ프레시안무비

사실 이번에 출시된 <카> DVD는 픽사 팬은 물론 일반 DVD 팬들에게도 약간 김이 새는 타이틀이다. 디스크 한 장에 본편 영화와 두 개의 단편 애니메이션, 간략한 인터뷰 자료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DVD 시장에서 워낙 축소 출시 논란이 많아서 미국판과 달리 간소하게 나온 타이틀인가 했더니 그건 또 아니다. 미국판 역시 국내 출시 버전과 동일한 사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추후 스페셜 에디션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타이틀이다. <카>는 작품 자체만 두고 보더라도 <니모를 찾아서>나 <인크레더블>보다는 폭발력이 다소 약한 편이었다. 지난 6월 개봉 당시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는 예상대로 1위를 차지했지만, 영화적 재미나 이야기의 보편성에 있어서는 전작들보다 다소 처지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아마 이 영화가 감독이자 픽사의 창시자인 존 래세터의 지극히 개인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카>는 이기적이고 철부지인 레이스카 라이트닝 맥퀸이 우연히 66번 국도 근처 라디에이터 스프링스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일종의 성장영화다. 하지만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을 제외하면, <카>는 전반적으로 꽤 볼 만한 애니메이션이다. 비록 사건의 배경이나 다뤄지는 내용, 작품의 저변에 흐르는 문화가 지극히 미국적이라 보다 폭넓은 공감대를 자아내기는 어렵지만, 영화의 초반과 후반을 장식하는 자동차 경주 시퀀스나 확실한 개성을 갖춘 캐릭터들의 어울림은 충분히 흥미롭다.

카 ⓒ프레시안무비

DVD에는 '<카>에 대한 존 래세터의 영감'이라는 짧은 영상물이 수록돼 있는데, 여기서 존 래세터가 왜 <카>를 구상하게 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토이 스토리>를 성공시키면서 쉴 새 없이 성공가도를 달려온 그가, 어느 날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싶어 가족들과 함께 트레일러를 타고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났고, 그 과정에서 자기 성찰적인 <카>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더불어 이 영상물에서는 한때 미국 대륙의 동서를 잇는 유일한 도로로 흥망성쇠의 역사를 겪은 66번 도로와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간략한 사연을 들을 수 있다. 픽사의 다른 DVD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이 타이틀에도 단편 애니메이션 두 편이 담겨 있다. <메이터와 고스트라이트>는 <카>의 조연 캐릭터를 중심으로 장난기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단편. 올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던 <원 맨 밴드> 역시 꽤 볼 만하다. <인크레더블>의 스탭이었던 마크 앤드류스와 앤디 히메네스가 공동 연출한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악기를 잔뜩 짊어진 두 명의 광대가 분수대에서 소녀의 금화를 두고 연주 실력을 겨룬다는 내용이다. 유럽풍의 작화와 아름다운 음악이 인상적인 애니메이션이다. 픽사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카>의 엔딩 크레딧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존 래세터가 <카>의 배경에 <토이 스토리><몬스터 주식회사> 등을 패러디해 집어넣은 이 엔딩 크레딧은 이미 극장에서 상영될 때도 관객들을 미소짓게 했다. DVD에는 이 엔딩 크레딧 장면만을 따로 분리 수록해 큰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