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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성차별적 표현일까?

여성개발원 주최 토론회에서 쏟아진 말, 말, 말

"아줌마는 성차별적 표현일까?"
  
  한국여성개발원 주최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성평등한 미디어 언어개발을 위한 토론회'에서 언론의 단어 선택 관행을 놓고 가벼운 논쟁이 벌어졌다.
  
  연예인의 흐트러진 모습이 '아줌마'라서?
  
  이날 발제에 나선 이수연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3개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3개 일간지, 4개 지상파 방송사에서 쓰이는 언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여러 유형의 성차별적 표현을 소개했다. 그중 하나가 아줌마, 부엌데기, 놈팽이 등처럼 특정한 성(性)을 비하하는 표현.
  
  이 연구위원은 "'아줌마'는 그 자체로 성차별적 단어는 아니지만 이제껏 사용해 온 맥락은 대단히 성차별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줌마 김○○, 탈의실 문 열려도 이젠 태연"과 같은 연예 기사 제목처럼 유명 연예인의 흐트러진 모습을 '아줌마'라는 이유로 설명하는 경우, '보험 아줌마'처럼 특정 직업 종사자를 낮춰 부르면서 '아줌마'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 등이 사례로 소개됐다.
  
  이어서 그는 "'아줌마'와 같은 표현이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폐기하기보다는 대단히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며 아줌마를 호칭으로 쓰는 경우에는 "저기요", "보세요"라고 부르고, 일반명사로 쓰일 때는 '여성'이라는 표현을 쓸 것을 제안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한겨레21〉신윤동욱 기자가 조심스럽게 반론을 꺼냈다. 신윤동욱 기자는 "'퀴어'라는 표현은 과거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표현이었지만, 긍정적으로 전유하려는 노력을 통해 의미가 바뀌었다"라며 "'아줌마'의 경우도 여성들이 긍정적 맥락으로 의미를 전유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이 되고자 성별 바꾼 이들은 '그녀'라 부르는 게 예의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디어의 성차별적 언어 사용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룬 까닭에 맥락에 따른 섬세한 뉘앙스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오갔다.
  
  신윤동욱 기자는 성전환자(트랜스젠더)에 관해 보도하며 겪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획일적인 규범을 따르기보다 맥락을 섬세하게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를 작성할 때 여성과 남성을 구별하지 않고 '그'라는 표현을 쓰는 언론의 관행에 따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도 '그'라고 지칭했는데, 한 독자가 이에 대해 문제제기했다는 것. 일반적으로는 '그'라는 중성적 표현을 쓰는 게 옳지만 트랜스젠더의 경우처럼 적극적으로 여성이 되고자 노력한 이들을 칭할 때는 '그녀'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레이싱걸'이라는 표현도 문제가 됐다. 신윤동욱 기자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레이싱걸'에 대한 마땅한 대체어를 찾지 못해 곤혹스러웠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이수연 연구위원은 소녀를 뜻하는 '걸'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남성들의 시선에 영합하기 위해 성숙한 어른을 미성숙한 소녀로 호명한 것이라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고민은 〈한국일보〉이성희 문화부 차장의 발언으로 간단히 해소됐다. 이 차장은 "'레이싱걸들이 최근 자신들을 '레이싱모델'이라 불러주도록 요구했다"며 특정 직업을 성별과 결부하는 호칭을 바꿔가기 위한 노력을 사회 각계에서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성차별적 표현에도 신경써야
  
  이처럼 맥락과 뉘앙스를 섬세하게 고려하는 이 자리의 논의 수준에 비해 미디어의 현실은 한참 뒤쳐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KBS 유애리 아나운서는 "이 자리에서 주로 나오는 이야기는 뉴스 보도에 관한 것인데, 여성 기자의 증가와 함께 뉴스 보도의 성차별적 측면은 많이 개선됐다"면서 정말 심각한 것은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언어라고 지적했다. 뉴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정성에 대한 강박이 덜한 이들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성차별적 표현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날 이수연 연구위원이 발표한 성차별적 언어 사용의 유형은 특정 성을 지칭하는 단어로 남녀 모두를 포괄하는 경우('형제애'라는 표현으로 국가 간의 우의를 나타내는 사례, 체육인 일반을 '스포츠맨'이라 부르는 사례 등), 성 정체성을 불필요하게 강조하는 경우(여성총리, 여의사),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를 내포하거나 성에 대한 고정관념적 속성을 강조하는 경우(미망인, 처녀작), 선정적 표현(쭉쭉빵빵, S라인), 특정성 비하(아줌마, 부엌데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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