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정범 |
출연 설경구, 나문희, 조한선
제작 싸이더스 FNH |
배급 CJ 엔터테인먼트, 시네마 서비스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18분 | 2006
상영관 메가박스, CGV, 서울극장 재문(설경구)은 별난 성격 때문에 서울의 폭력 조직들도 꽤나 골치 아파하는 인물. 재문은 대식(윤제문)에게 자신의 죽마고우인 민재(유승룡)를 잃은 후부터 한층 날카로워져 있다. 때마침 서울의 한 폭력 조직의 우두머리인 원기(김준배)가 재문을 불러 맞수 조직의 중간 보스에 오른 대식을 처치하라고 말한다. 재문은 이제 막 조직 폭력배 생활을 시작한 치국(조한선)과 함께 대식의 고향인 벌교로 내려간다. 대식을 기다리며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재문은 국밥집을 하면서 외롭게 살아가는 대식의 어머니 점심(나문희)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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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남아 ⓒ프레시안무비 |
'열혈남아'는 홍콩 왕가위 감독이 1988년에 만든 데뷔작 제목이기도 하다. 유덕화와 장만옥이 출연했던 이 영화는 당시 일대 붐을 이루었던 홍콩 느와르 계열의 작품이었다. 홍콩의 어두운 도시 분위기와 함께 비운의 운명에 휩싸이는 건달 사내들 그리고 비극적인 로맨스까지, <열혈남아>는 왕가위 특유의 세련된 미적 감각이 돋보였던 영화였다. 그러나 이정범 감독의 장편 데뷔작 <열혈남아>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와 그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다. 영화의 무대는 추운 겨울의 벌교. 추수를 끝낸 누런 벌판이 휑하게 펼쳐져 있다. 그렇다고 피 끓는 사내들의 의리나 우정, 슬픈 사랑을 그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영화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어머니'다. 휑한 들판 가운데 국밥집을 지키고 앉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 이 영화의 중심에는 대지와도 같은 넒은 품으로 이 세상의 모든 아들들을 끌어 안는 어머니가 있다. <열혈남아>는 '건달'을 소재로 하고 있을 뿐, 홍콩 느와르와는 그 맥을 달리하는 영화다. 그 동안의 한국 조폭영화와도 확실하게 선을 긋고 간다. 정서적으로 맥이 닿아있는 작품은 오히려 <파이란>에 가깝다. <파이란>에서처럼 이 영화에서도 '건달'이라는 주인공의 설정은, 어깨에 잔뜩 힘을 주는 대신 어깨에 힘을 빼기 위해 쓰였다. 겉멋을 버리고 밑바닥의 비루하고 남루한 인생을 보여주려는 것. 단순하지만 힘 있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조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첫 등장에서부터 노는 듯 헐렁하면서도 독한 눈매를 통해 날카로운 복수심을 표현한 설경구의 연기는 일품이다. 그런 설경구의 연기는 무심한 듯 하면서도 속 깊은 나문희의 연기와 만나 짜릿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신인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뚝심과 섬세함을 오가는 감독의 연출력 또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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