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개회된 국회 한미FTA 특위에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한국측이 요구했던 핵심 사항들은 모두 물 건너 갔다"며 "한국이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있는 협상"이라고 앞으로의 한미 FTA 협상을 전망했다.
심 의원에 따르면 개성공단 생산품을 한국산으로 인정 받는 것이나 덤핑요건 완화 등 한국측의 핵심 요구 사항을 미국 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이미 분명히 했다는 것.
김현종 "한미FTA 체결되면 자동차세 낮아져서 좋을 것"
이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FTA를 통해서 우리가 얻는 것이 뭐냐'는 심 의원의 질의에 "(우리나라의) 자동차구입 시 특소세를 낮추거나 지하철 공채 매입을 해제해서 소비자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의 윤건영 의원은 미국이 한미FTA 협상에서 요구하는 "자동차세 인하, 자동차 구입시 지하철공채 구입 의무 해제 등은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도 시행하면 우리 국민에게 좋은 것이 아니냐"고 물었고, 김종훈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는 이에 대해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 세수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본부장은 한편 "미국 측이 3년, 5년, 10년 유보 대상으로 분류했던 공산품 1000개를 즉시 개방품목으로 옮겨서 양쪽 공산품 개방 품목이 어느 정도 밸런스를 이룬 것이 4차 회담에서 한국 측이 이룩한 가장 큰 성과"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이에 대해 "한국 측은 협상 전술도 모르고 처음부터 통 크게 8500여 개 항목을 즉시 개방 품목으로 내 놓았는데, 미국이 이제 겨우 5000개 품목을 개방대상으로 분류한 것을 우리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미국 측이 어차피 내놓을 공산품을 꼭 쥐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농산물 개방과 교환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와 관련해 김종훈 수석대표는 "자동차 세제 같은 공산품 분야 내부의 다른 항목과 교환하기 위한 것이지 다른 분야의 항목과 교환하기 위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심 의원의 동의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서비스업을 개방하면 외국에서 자본이 들어오고, 현지의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김현종 본부장의 설명에 대해 이종구 의원(한나라당)은 "유통업의 경우를 보면 외부에서 대형 유통업자가 들어오면 지역의 수퍼 등 자영업자들은 몰락하는데 비해 신규 고용창출은 미미하다"며 유통분야 개방에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는 개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당론이라며 그 방향으로 협상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방송 프로그램 쿼터에 관심 보여
한편으로 김현종 본부장은 최재천 의원(열린우리당)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위성방송과 케이블 방송의 지분제한 완화, 방송프로그램 쿼터, 그리고 재송신 관련 사안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회의에서 보고하겠다며 밝히기를 거부했다.
국회 FTA 특위가 지금까지 공개 비공개 회의를 통해 정부로부터 보고 받은 사항을 바탕으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 정부 협상단의 보고를 듣고 질문하는 것은 FTA 특위이지만, 협정이 체결된 뒤 비준 여부를 심의하는 것은 통외특위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점은 지난 번 FTA 특위에서 심상정 의원에 의해 지적됐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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