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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장 정복, 결코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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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장 정복, 결코 꿈이 아니다.

[이슈 인 시네마] 한국영화, 미국시장 진출 가속화

충무로의 미국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종종 이루어졌던 리메이크 판권수출과 같은 우회적인 움직임이 아니다. 직접 미국 극장을 대상으로 개봉되거나 할리우드 메이저의 투자와 배급망을 거치는 한국영화가 제작되는 등 세계 최대 영화시장을 향한 정면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내년 초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거나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국내보다 미국에서 먼저 개봉되는 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미 합작의 영화제작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 합작영화들은 미국으로부터 제작과 배급을 지원받을 뿐 아니라 현지배우와 촬영장소, 영어 대사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다. 그렇다면 한국영화계의 숙원인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이 이루어질 것인가. 충무로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네버 포에버 ⓒ프레시안무비
제작되는 한미 합작영화만 네 다섯 편 미국시장 공략의 선봉에 서 있는 것은 바로 합작영화제작 붐이다. 현재 제작중인 합작영화만 네 다섯 편에 이르고 있을 정도. 그 가운데서 특히 <그 집 앞>을 만든 김진아 감독의 신작 <네버 포에버>는 이미 후반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네버 포에버>는 100% 영어대사에 뉴욕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돼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 영화. <인어공주>를 제작한 영화사 '나우필름'과 뉴욕의 영화사 '복스3'가 공동으로 제작한 이 영화에는 미국 배우 베라 파미가(<러닝 스케어드><디파티드>)와 데이비드 맥기니스가 출연한다. 김진아 감독은 "하정우 등 몇몇 배우를 제외하고 모두가 미국 스탭들들인데다 미국 현지에서 올 로케로 촬영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를 미국 영화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웨스트 32번가>(가제)도 이러한 현지화 전략에 충실한 영화다. 역시 영어 대사로 미국 시장을노리고 있는 이 영화는 TV시리즈 <키친 컨피덴셜>과 영화 <해롤드와 쿠마>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 배우 존 조가 출연하고 한국계 감독 마이클 강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코리안 아메리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한국적 정서를 내세운다기 보다 범죄세계를 다룬 갱스터 장르를 표방하고 있어 미국 관객을 보다 쉽게 공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도 나우필름과 LJ필름이 공동 제작하는 <리심>, LJ필름과 뉴욕의 대형 영화사 포커스 피쳐스가 투자와 제작, 배급을 절반씩 도맡은 <줄리아>(가제) 등이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다. 김탁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리심>은 초대 프랑스 공사인 빅토르 콜랭과 조선 무희 리심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내용. <줄리아>는 조선의 마지막 황세자비 줄리아 멀록의 생애를 다룬 역사 드라마다. 또한 정두홍 감독의 액션영화 <컴백>과 한국의 IHQ와 한국계 미국 감독 그레이스 리가 설립한 리리 필름스가 합작하는 영화 <아메리칸 좀비>도 기획 중인 작품들. 미국의 메인 스트림 시장을 겨냥해 영어로 제작될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설국열차>는, 박찬욱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는다는 이유 등으로 버라이어티지 크게 보도될 정도로 벌써부터 미국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해외에서 먼저 검증 받은 <괴물>과 <디 워> 그런 상황에서 <괴물>과 <디 워>의 미국 직접 개봉은 한국영화에 대한 미국내 관심을 더욱더 고조시키고 있다. 물론 한국영화의 미국개봉은 이들 작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보다 미국에서 높은 흥행 수익을 올렸던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비롯해 <태극기 휘날리며>와 <태풍> 등이 있다. 그러나 <괴물>과 <디 워>의 미국 개봉이 주목 받는 이유는 해외에서 먼저 검증 받은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간 미국에 진출한 한국영화들은 해외에서 예술영화로 평가 받는 김기덕 영화를 제외하고 미국 시장에서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반면 <괴물>은 칸 영화제에서의 호평과 현재 열리고 있는 아메리칸 필름마켓(AFM)에서 나타난 바이어들의 적극적인 반응 등으로 미국에서의 상당한 흥행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상태. 심형래 감독이 5년 간 작업한 <디 워> 또한 AFM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으면서 그 시장성을 기대케 하고 있다.
한국영화 내에서의 위기의식이 이유 이렇게 충무로가 본격적으로 미국 공략에 나선 배경에는 먼저 과포화 상태에 이른 한국 시장때문. 한국영화시장은 현재 몇몇 대형 영화가 전국 스크린을 독점하다시피 해 고른 성장을 이루어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 충무로 일각에서는 이러다가는 한국영화가 홍콩영화처럼 자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시장의 규모로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충무로의 중론이다. 일본 내 한류 열풍이 주춤하고 있는 것 또한 충무로의 미국진출을 앞당긴 요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실제로 한국영화 수출의 75~80%를 차지하고 있던 일본수출이 올해 상반기 50%로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을 비추어 볼 때 보다 넓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미국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네버 포에버 ⓒ프레시안무비
한편으로는 충무로의 오랜 꿈이 미국 시장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미국영화시장 진출을 필연적인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서 쌓아온 그간의 노하우에 더해 세계적으로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은 미국 진출의 활로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영화만의 경쟁력은 독창성을 인정받아 연이어 리메이크 판권 수출를 이루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향하는 충무로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해외 평단의 호평은 얻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극히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한국형 블록버스터 역시 해외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와이드 릴리즈 형식이 아닌 작은 규모의 배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합작영화의 경우 주요 관객이 미국내 아시아계에 국한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큰 성공을 장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이제야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한국영화의 미국 진출은 새로운 비상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언어와 문화차이, 각기 다른 제작 시스템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지만 이제 막 시작한 충무로의 도전에는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 더 많다는 것이 중론. 잘하면 영화의 다양성과 상업적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충무로의 진짜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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