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가 오랜만에 한국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점령했다. <해리포터><엑스맨>시리즈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가 아니면 한국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할리우드 영화와 일본영화가 이번 주 박스오피스 1,2,3위를 나란히 차지한 것.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프레스티지> 그리고 <데쓰 노트>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메릴 스트립의 카리스마와 매초마다 선보이는 화려한 의상들이 눈길을 끄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지난 주에 이어 서울 주말관객 동원 1위를 지켰다. 여성의 일과 성공을 눈이 번쩍이는 명품들과 함께 매력적으로 진열한 영화는 한국의 여심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개봉과 함께 2위를 차지한 <프레스티지>는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이름 덕이 크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2000년작 <메멘토>로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각인됐었다. 그와 함께 휴 잭맨, 크리스챤 베일, 스칼렛 요한슨 등 시쳇말로 요즘 '잘 나가는' 할리우드 젊은 배우들도 영화의 기대감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마술의 트릭이 곧 영화의 반전이 되는 결말이 돋보이는 영화다. 3위 역시 일본영화 <데쓰 노트>가 차지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데쓰 노트>는 원작에 대한 관심이 그대로 영화로 이어지면서 개봉 첫 주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원작의 명성으로 전국 스크린 200개관을 확보한 <데쓰 노트>는 지난 주말 서울 관객 6만 7천여 명을 동원했다. 만화적 상상력을 그대로 재현한 영화는 원작 매니아뿐아니라 영화팬들의 지지도 받은 셈이다.
한국영화의 하향세가 뚜렷했던 한 주 이번 주는 한국영화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 한 주다. 4위는 서서히 흥행세가 접어들고 있는 <타짜>가 차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 236개관이라는 적지 않은 스크린 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당분간 꾸준히 관객들을 불러모을 것으로 보인다. 5위는 <잔혹한 출근>. '유괴범의 아이가 유괴됐다'라는 기발한 설정과 <흡혈형사 나도열>에서 만만찮은 티켓파워를 보여준 김수로가 출연한 영화인 점을 감안했을 때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이는 관객들의 기대감과 실제 영화와의 괴리감이 컸던 것에 원인이 있는 듯하다. 김수로의 코미디를 기대하고 간 관객들은 실상 스릴러와 드라마를 강조한 영화에 다소 실망한 듯 하다. '코믹 서스펜스'라는 퓨전 장르를 내세웠지만 코미디에도 서스펜스에도 드라마에도 방점을 찍지 못해 영화적 재미가 모호하다는 평가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동물의 연기가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마음이>는 6위에 올랐다. 지난 주말 전국 관객 27만 여명을 추가로 동원한 <마음이>는 전국 누계 72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주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뒤이은 성적이고 <가을로>보다 많은 수치다. <마음이>의 의외의 선전은 국내 영화관람 층이 점차 세분화 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는 지난 주 2위에서 8위로 뚝 떨어지면서 사실상 흥행전선에서 멀어졌다. 전국 243개관에서 상영하고 있지만 <가을로>는 지난 주말 서울 관객 단 3만6천여 명만을 추가로 동원하며 전국 누계 관객 60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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